본문영역

김지은 개인전 : 제도화 된 풍경
기타 마감

2005-11-23 ~ 2005-12-11




+ 전 시 기 간: 2005년 11월 23일 (수) – 12월 11일 (일)
+ 전 시 장 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 문       의: 02-760-4721~3 (http://insaartspace.or.kr)

김지은 개인전인 ‘제도화된 풍경’ 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일상적 도시 풍경에서 제도적 측면을 읽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지은은 그냥 스쳐지나가기 십상인 거리의 공공 디자인-디자인의 가장 광범위한 의미에서-에 대한 꼼꼼한 추적과 그에 따른 정체규명을 작업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우선 김지은의 시야에 잡힌 것은 공사판의 먼지를 막기 위해서 세워진 방진막이다. 우중충한 회색톤 일색이었던 방진막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줄무늬가 선명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작가는 여전히 개발과 건설의 와중에 놓여있는 도시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는 이 줄무늬 ‘장막’ 뒤에 사실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라는 환경부의 법령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으로 작가는 이 천에서 잔칫상에 오르는 무지개떡을, 다른 한편에서는 미니멀 작품을, 또 다른 측면에서는 크리스토의 작업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니까 김지은의 그림과 텍스트는 도시에 대한 탐색이면서 동시에 미술의 존재론과 인식론에 대한 공부의 연장이기도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전시는 공공영역에서 비주얼 리터러시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지 또는 일상을 관통하는 시각적 체험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되는 지에 대한 꼼꼼한 연구라는 점에서 명실공히 ‘공공미술’의 위상에 대한 보고서라 할 만하다.




텍스트로 된 각종 법령과 규칙 그리고 그것이 외화된 실물과 그것의 복사물인 이미지, 그 사이 사이를 작가 또는 작가적 상상력이 어떻게 매개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삶의 환경을 갖게 된다.
김지은의 <무지개떡 프로젝트>나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때로는 건축물의 형태나 위치로, 때로는 방음벽의 재료나 텍스추어로, 때로는 가로수의 가지치기 방식으로 드러나는 그 결과물들은 너무 완고하다. 지상의 노란 선이나 지하의 표지판들 그리고 하늘의 전봇대 등으로 드러나는 그 결과물들은 거의 전방위적이다. 그래서 그들이 사실상 몇 가지 변수를 통제함으로써 얻어진 인공적 산물이라는 것을 종종 망각하게 만든다.
이제 첫 개인전을 개최한 김지은의 역량은 바로 이런 완전히 딱딱한 것들이 실은 유연한 것임을, 다름 아닌 제도의 이데올로기성 그 자체를, 포착하는 방식과 입증하는 절차에서 확인된다.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