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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전
기타 마감

2006-08-22 ~ 2006-08-28



전 시 : 김종현 전  
일 시 : 2006.08.22.화~2006.08.28.월  
장 소 : 가산화랑  
장 르 : 회화 
문의 전화 : 02-516-8888
홈페이지 : http://www.gasan.co.kr/ 

 작가노트 : 영감에 의한 작업은 언제나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오히려 순간순간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나의 길을 방해하며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느낌이다. 수많은 시간을 작업실에서 캔버스와 씨름하며 흘려보내도, 만족스런 작업의 결과를 목격하지 못하고 허탈감에 빠져 일그러진 나의 작업과정의 미로에서 헤매야만 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많다.

어느 날 밤새 작업한 결과물이 나의 모든 세포를 격노케 하여 애써 만들어낸, 제법 또 다른 자아의 모양새를 갖춘 작품을 발기발기 찢어버리고 작업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나의 정체됨과 작품의 방향을 잃은 나의 흐름에 역류하듯,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일터로 출근하는 객관적인 아침시간이 나와 상관없이 진행 중이었다. 어깨에 세상과 반대방향의 화살표를 올려놓고 집으로 향했다. 매일 지나는 길복에 주상복합 아파트로 보이는 공사 중인 고층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건축물은 제 모습을 갖추고 외벽 마무리를 공사 중이었다. 타일처럼 보이는 재료로 유리창을 제외한 외벽 전체를 두르고 있었고, 타일을 보호하기 위해 겉에 싸인 포장용 비닐이 불규칙하게 벗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건축물은 지금 막 떠오르는 태양광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났다. 순간 찢어서 내동댕이친 나의 캔버스가 건축물의 벽면과 오버랩되고 있었다.

‘드러내기’는 ‘나’라는 자아정체성을 철저히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어느 작가가 아무런 고민 없이 기계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작품을 양산해 낼까마는, 작품을 찢어버리는 쓰라린 아픔을 겪고서야 만들어진 것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초기에는 이중 캔버스에 속과 겉의 이미지를 겹치고 오려서 속이 드러나도록 작업했다. 2차원의 일루젼과 3차원의 입체적 공간이 공존하는 형식을 지닌다. 하지만 차츰 오리고, 뒤집고, 묶는 행위가 부각되면서 사실적으로 그리는 행위, 즉 2차원의 이미지는 의미가 약해지면서 화면에서 사라지게 된다. 물감이 흐르거나 번지고, 거친 나이프자국 등 우연적인 효과와 안료의 마티에르가 그 부분을 대신하고 있으면 결과적으로는 3차원의 오려진 캔버스가 강조되고 있다. 2006. 8.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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