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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강 사진전 White Vessel
기타 마감

2006-09-08 ~ 2006-10-08


♣ 김수강 사진전 White Vessel
♣ 기간 : 2006년9월8일~10월8일
♣ 문의 : 02-738-7776
♣ 장소 : 공근혜 갤러리
♣ 홈페이지 :
http://www.gallerykong.com/
♣ 주소 : 서울 종로구 팔판동 137 공근혜 갤러리


공근혜갤러리는 오는 9월 8일부터 10월 8일까지 전속작가 김수강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수강은 일반적인 사진의 젤라틴 실버 프린트(Gelatin Silver Print)나 디지털 인화기법이 아닌 검 바이크로멧(Gum Bichromate) 기법이란 특수 인화작업을 통해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소재와 기법의 작업으로 현대 한국 사진계의 계보를 이을 역량 있는 젊은 사진 작가로 주목 받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그릇들을 소재로 2005년부터 작업해온『 White Vessel 』연작을 발표한다.

서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뉴욕 Pratt Institute에서 사진을 전공한 김수강은 자신과 함께한 생활 속의 소재들-연필, 단추, 실, 속옷, 옷걸이, 옷핀, 돌멩이, 보자기 등-을 사진작품의 주 소재로 등장시켜 왔다.  사람들의 관심밖에 있던 작고 보잘것없는 일상의 물건들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새롭게 중심에 놓았다. 2004년에 발표한 ‘보자기’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 발표하는 “화이트 베셀” 『White Vessel』 시리즈는 작가가 직접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그릇을 주제로 작업한 것으로 단아함, 소박함 그리고 한국적 여백의 미를 담아낸 작품들이다. 언뜻 보아선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회화적 감수성을 섬세하게 담아내어 작품의 완성도를 이뤄내었다.

White Vessel은 비워져 있기에 담아 낼 수 있을 법한 여유, 드러낸 듯 감추어진 그림자, 잠시 시선이 머물러 ‘쉼’을 느끼고 싶은 자리와도 같은 정서적 풍요와 여유를 포착해낸다.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소소한 것에 던져진 작가의 시선은 진지하다. 진지함은 ‘있는 그대로’ 존재함의 의미를 다시 새겨주며 그 가치를 작품의 중심에 다시 놓았다. ‘존재의 아름다움은 본질적인 덕’에서 나온다는 장자(莊子) 의 말처럼 있음의 미학을 찾기 위해 작가는 카메라렌즈를 곁에 늘 자리해 왔던 사물들을 향해 열어 놓았다.

대개 흑백사진의 경우 인화지 위의 이미지는 젤라틴 층 가운데 감광성을 띠는 은입자가 있어, 이 은 입자가 빛을 받으면 검게 되는 성질을 이용한다. 그러나, 김수강 사진작업의 기법적 차별성과 특징인 ‘검 바이크로멧(Gum Bichromate)’-검 프린트(고무 인화법)-기법은 19세기 유행기법으로 빛에 반응하지 않는 수성물감 입자를 반응시키기 위해 Gum Arabic(고무액)과 Bichromate(중크롬산염)을 섞은 용액을 종이에 바르고 말린 후, 네거티브를 밀착하여 빛에 노출시킨다. 그리고 이것을 현상하면 밝은 부분의 안료는 고무와 함께 녹고, 빛을 받지 못한 어두운 부분의 안료는 고무와 함께 그대로 남아 상이 재현된다. 촬영 후 밀착을 위해 각 사이즈에 맞게 필름을 새로 만들고 인화지도 새로 제작해야 할 뿐 아니라, 인화 과정 중 작가가 마음에 드는 색과 농도, 질감을 내기 위해 수채물감이 섞인 유제를 바르고 말리기를 10여 차례 이상 거치며 완성을 위해 꼬박 2-3일을 투자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수반한다. 근소한 환경의 변화에도 민감한 일련의 과정은 작가의 철저한 계산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사진매체도 디지털시대에 맞추어 기법적 가속도를 내는 이 시대에 김수강의 이런 작업 방식은 오히려 시대를 거꾸로 역행하고 있는 둣 싶지만 시간이 묻어있는 대상의 추억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내는 아날로그적 접근법은 꽤 유효하게 작용한다. 이 수고로운 손 작업은 기계적 프로세싱이란 사진 일반의 속성과는 달리 오히려 수공예의 장인정신을 요구하며, 그가 과거 회화작업에서 가졌을 끊임없는 붓질을 통해 완성작으로 가는 과정에 비유될 수 있다.

작가 의 말을 인용하면, ‘그냥 그 결과물의 느낌이나 그 과정 중에서 몸으로 해내는 과정이 맘에 드는 거예요. 이게 손으로 만져야 되는 일이거든요. 일일이 다 손으로 하고, 나를 거쳐야만 나오고. 나는 그런 것들이 되게 맘에 들어요.’라는 말에서 찰나의 미학을 포착해온 사진, 그 이후를 작가는 ‘과정’의 작업으로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반 인화지가 아닌 판화지를 사용함으로써 수채물감을 십여 차례 덧입히는 길고 정적인 과정은 과정 자체가 자기 수행의 면모를 보이는 동양적 정신성과도 닮아있다. 검 프린트의 일반 사진보다 큰 입자는 날카롭고 선명한 사진의 사실성 재현보다는 목탄화나 파스텔로 그린듯한 회화적 질감을 느끼게 한다. 기법의 특성상 복잡한 작업과정은 효율성면에선 크게 떨어지지만 기계복제라는 사진의 성질과는 대조적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작가가 작업과정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새로운 창조적 발판을 놓는 길을 열어준다. 회화와 사진을 전공한 작가이기에 그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적 감수성의 사진 속엔 미묘한 절제적 비움의 아름다움을 뿜어내며 김수강만의 아우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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