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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칼루자(Stephan Kaluza)
기타 마감

2007-02-08 ~ 2007-02-28




+ 전 시  명 : 스테판 칼루자의 “립벤트롭씨의 응접실 Ribbentrop’s Wohnzimmer”
+ 전시작품 : 가로길이 66m로 연결된 26부분(각 24 x 250 cm)의 사진작업과 앤틱 가구 설치
+ 전시장소 : 박여숙 화랑, 강남구 청담동 117-41
+ 전시기간 : 2007년 2월 8일 (목) - 2월 28일 (수)
+ 문      의: Tel. 549-7574~6


“스테판 칼루자의 사진 프로젝트 “립벤트롭씨의 응접실”은 많은 비평가들과 큐레이터들로부터 Art Cologne 2006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설치작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스테판 칼루자(Stephan Kaluza, 1964년 독일 바드 이부르크 출생)는 독일현대미술계에서 부단한 예술적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 현대미술의 산지인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미술사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에서는 철학을 공부한 칼루자는 1995년 첫 개인전 이후 현재까지 독일 전역과 네덜란드, 벨기에,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25회의 개인전을 갖은 바 있다. 그의 작업은 크게 포토리얼리즘 회화작업과 사진 프로젝트작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특히 그의 사진 프로젝트들은 기념비적 성격을 지닌다.

실제로는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형이하학적인 대상-강,섬, 육지-의 변화나 형이상학적인 역사적 사건의 전개 등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사진들을 수평으로 압축하여 길게 일렬로 나열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일례로 실제 그는 알프스산에서 라인강을 따라 산기슭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며 촬영한 사진들로 프로젝트 전시와 출판을 하기도 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70,000컷에 달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전시처럼 역사적 사건의 전개를 다룬 프로젝트에서는 수평압축 사진들을 전체로서 일렬로 배열하는 예술적 진술방식을 통해 근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해내고 있다.




역사적 사건들의 메커니즘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디지털 사진 촬영법의 새로운 발달로 최근 들어서야 가능해진 색다른 사진적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1933년 1월 초순 나치당(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당)의 임원이었던 립벤트롭의 저택에서 파펜, 괴링, 히틀러, 오스카-독일 대통령 힌덴부르크의 아들- 등이 공모한 음모적 모임이 여러 차례 열렸고, 여기서 결정된 히틀러의 수상직위는 1933년 1월 30일 대통령 힌덴부르크에 의해 승인되었다.

작가는 립벤트롭의 응접실을 악순환적 역사의 메커니즘을 대표하는 공간으로서 차용하여 재현해낸다. 그 상징성을 체험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거기에 있었음 직한 실내 가구들을 전시장에 설치하고, 혁명적 변화의 사회메커니즘을 연출한 전체 66m 길이에 달하는 사진연작을 전시장 벽면에 띠 형식으로 빈틈없이 설치하여,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하나의 공간을 생성해낸다.

사진은 ‘지도층의 기원 - 그 음모성 - 새 지도층의 이익을 위한 질서정렬 - 그들의 휘장 (새로운 질서의 윤리와 종교, 자연관) - 그 집단의 스태프 선택 - 생존을 위한 지도층의 필수 표적인 적 이미지(예: 홀로코스트) - 지도층의 생물학적 우성화 (예: 게르만족 백색인종지상주의) - 대외 위협 - 외부에 의한 체계의 몰락 - 마지막으로 이전 지도자의 후임이 될 유사 인물을 선별하는 수완’이라는 구조를 담고 있는데, 그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결과적으로 동일하게 하여 의식적으로 그 순환을 폐쇄하여, 분리되지 않는 과거와 미래를 제시한다.

각 사진들은 연속적으로 설치됐을 때의 전체적인 서사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각 부분으로서는 단순하고 문맥을 알 수 없는 화면구성을 하고 있다. 마치 연극무대 같은 함축적인 세트에서 인위적으로 배치된 인물들이 펼치는 퍼포먼스의 스틸사진 같다. 즉 사진예술을 위한 사진이라기 보다, 전체의 설치작업으로서 립벤트롭의 응접실이라는 체험적 공간에서 포토몽타쥬를 일직선으로 읽어나가며 역사적 관계를 재구성해보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스테판 칼루자 작품전은 평면예술인 현대사진을 3차원 공간에 끌어들이는 설치작업을 통하여 결국 작가가 의도한 가상공간의 체험을 관람객에게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신하고 괄목할 만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박여숙 화랑은 이번에 스테판 칼루자를 직접 초청하여 더욱 한국 관람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재구성된 역사의 현장에서 작가는 수레바퀴 같은 역사의 패턴이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높이는데 이바지하지 않았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러나 “립벤트롭의 거실”에서 역사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바로 관람자들의 몫이다. 역사라는 이름으로 배워온 것과 그 연장선 상에 있는 현재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의식적으로 의심해 보아야 한다. 립벤트롭의 거실로 대표되는 역사상 우연적이고 동시적으로 전개된 사건들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20세기 역사와 오늘날의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을 것인가? 설사 치명적인 종말로 가고 있는 역사라 해도, 우리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답을 구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새해의 벽두에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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