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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의 불온한 사적 기억] 고권 개인전
미술

무료

마감

2008-03-30 ~ 2009-04-17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cyworld.com/kuens

K군의 불온한 사적 기억

고권 개인전

2009.03.30 ▶ 2009.04.17



고권_비오는 날_종이에 먹 채색_33×24.5cm_2009


진행_Art and Archive Management www.a2management.com

관람시간 / 08:00am~07:00pm 

굿모닝 신한갤러리

GOOD MORNING SHINHAN SECURITIES GALLERY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2번지
굿모닝신한증권 본관 1층

Tel. +82.2.3772.3227


anti-nostalgia 혹은 나를 닮은 아이
● 이것은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이다. 길고 깜깜한 과거라는 시간의 터널 한가운데 유독 눈부시게 선명해서 황급히 담요로 덮어버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 도둑고양이 마냥 불쑥불쑥 현재에 끼어들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 추억이라는 시간이 본인에게 전혀 그리움의 대상이 되지못하고 오히려 망각되기를 원하는 시간이라면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추억은 곧 그리움이라는 일반적인 공식이 무너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anti-nostalgia를 대면할 때마다 과연 과거와 현재의 영속적인 끈이란 무엇이며 현재의 모습에 끼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불온한 그 영향력의 실체에 의문을 품어본다.




고권_나무에 오른 아이_종이에 먹 채색_33×24.5cm_2009



고권_갈매기를 든 K_종이에 먹 채색_34×32cm_2009


유년기의 많은 부분을 보낸 골목이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가보니 골목은 휑하니 사라져 있었다. 사실 오래전에 이미 도시 계획으로 인해 그 자리에 큰 도로가 생기면서 골목이 사라 졌다는 걸 알았다. 처음 그것을 인지했을 때도 나는 조금 놀랐을 뿐 슬프거나 아쉬움 따위는 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골목의 말없는 돌담과 시멘트길, 주목받지 못하는 후즐그레한 나무들과 가물거리지만 어떤 하나의 표정들만큼은 선명히 기억나는 사람들과 같이 보낸 그 시간도 사라지길 말이다. 나에게 그 공간은 당연히 사라져야 할 구습과도 같은...어쩌면 시든 야채더미가 쌓여있는 온상과도 같은 것 이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나는 시간의 주는 망각이라는 선물을 원했고 그것에 감사하면서 그 효력이 영원할거라 믿었다.




고권_불을 든 아이-엉겅퀴밭_종이에 먹 채색_72.5×60.5cm_2009


고권_이상한 성 城_종이에 먹 채색_90×60cm_2009



하지만 최근 우연한 만남으로 기억 속에 희미하게 봉했던 시간을 대면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그 골목이 되살아나면서 생경하면서도 익숙한 기억의 파편들이 나를 불편케 했다. 그러한 공격너머로 걸어오는 낯선 아이가 있었다. 가까이서 본 그 아이의 작은 눈 안에는 불만과 무료함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 보였고 유달리 외로워 보였다. 가만히 보니 그 아이는 나를 닮은 아이였다.



고권_물고기를 든 K_종이에 먹 채색_72×60cm_2008



고권_지하보도의 소년_종이에 먹 채색_162×132cm_2007



아득하면서도 문득문득 서슬 퍼런 칼날같이 선명한 그 시간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힘으로 그리움이라는 덧칠이 칠해져 있을 거라 내심 믿었었다. 적어도 누구나 그러하듯이 유년기의 기억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나에게 여전히 불온하게 다가왔다. 해부 후에도 펄떡펄떡 뛰는 개구리의 심장처럼 당혹스러운 그 시간은 세월의 흐름에도 전혀 그리움으로 포장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 조우 이후로 적지 않게 불편해진 나는 텁텁한 유년기의 그 골목 안으로 발을 내딛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투명한 기억의 첫 실타래를 풀어내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고작 이 시도는 앞으로 펼쳐질 긴 여행의 초입이자 출발일 뿐이다. ■ 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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