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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eeding Blue
미술

문의요망

마감

2009-11-19 ~ 2010-01-17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mongin.org


Out of the Blue


언뜻 유현미의 최근 작업은 깃털로 만들어진 의자라든지, 공중에 붕 떠있는 계단, 손가락이나 머리카락시 불쑥 튀어나와 있는 타조알과 같은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유도해내던 이전의 작업들ㅇ르 2차원의 평면으로 번안해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회화인지 사진인지 확신이 생기지 않아 다가선 그의 화면은 인내심이 강한 관람객에게 또 하나의 비밀을 누설한다. 매끈한 사진의 표면에 고정된 것이 실제로는 붓 자국이 남아 있는 2차원 캔버스 표면이 아니라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3차원 공간에 교묘하게 놓여지고 치밀하게 채색된 사물들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렇듯 유현미의 최근 몇 년간의 행보는 회화와 조각, 사진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각각의 고유한 속성을 교차시키는 실험으로 특징 지어진다.


사람들의 기이한 조합과 그 구성으로 인해 실재임에도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유현미의 화면은 작가가 살고 있는 현실의 공간 속에 자신의 상상ㅇ르 치밀하게 계산하여 구현해낸 것이다. 이렇듯 비현실적인 화면 속에 정지해 붙들려있는 사물들이 관람다의 지각을 교란하고 혼란시키는 이 작업들은 늘 주변에 존재해왔던 듯 보이는 평범한 물건들을 끌어 모아 실제 공간 속에 기묘한 만남을 재구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유현미는 하나의 완변한 시점을 염두에 두고 3차원의 공간 속에 사물들을 비현실적인 구도로 모아 놓고 그 표면에 그림을 그리듯 색을 칠하고 명암과 그림자까지 그려 넣어 회화와 같이 보이도록 만든 후, 그것을 사진으로 촬영한다. 이 꿈과도 같은 한 순간은 그려진 화면이 그렇듯이 현실의 빛이 배제되고 회화적으로 재현된 빛과 그림자만이 존재하는 회화 평면으로, 그리고 다시 미리 계획된 시점에서 카메라의 프레임속에 고정되어 결국에는 사진 촬영의 결과물로 탈바꿈된다. 실제 공간에서라면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만 같은 사물들의 구성, 예를들어, 곧 무너져 내릴 듯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붓이나 책 더미들, 중력을 거슬러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오브제들의 미장센(mise en scene)은 실재와 환영의 간극을 오가며 인식이 야기하는 불완전함과 모호함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이렇듯 작가의 조형 의도에 따라 화면에 정교하게 배치된 사물과 사물, 그리고 그 사물들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관계 속에서 현실적이고 무난하게만 보이던 것들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순간을 포착해왔던 유현미의 작업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이 시도하는 영상작업을 통해 한층 치밀하고 심화된 단계로의 확장ㅇ르 도모한다. < 그림이 된 남자> 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영상작업은 한 남자의 평화로운 일상이 맞닥뜨리게 괴는 뜻밖의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방 안에서 강간당하듯 혹은 거제당하듯 그림으로 변화되어가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상은 물감이 묻은 듯이 지나가는 순간 살아있더 ㄴ모든 것들 주인공을 포함하여 이 마치 정물화처럼 시간과 공간 속에서 멈춰져 고저오디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공간과 시간, 결국에는 자신의 몸까지도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의해 그림이 되어버리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 영상작업이 이제까지는 휴현미의 작업이 유발해왔던 호기심을 단번에 해소시켜줄 뿐만 아니라 그 스스로가 작가로서 지향해온 방향을 상징적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지적했듯이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이 강한" 이 작가는 시대 상황에 따라서고 결코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미(美)를 추구해왔다고 한다. 그러기에 그림 같은 사진 혹은 사진 같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이상에 도달하고자 시도해왔으며 < 그림이 된 남자> 는 한 남자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통해 자신이 지속해온 예술적 이상에의 추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이 영상은 엿보고는 싶지만 결코 완전히 대면하고 싶지는 않은 어떤 상태에 도달한 자의 이중적인 심리를 푸른색을 통해 드러낸다. 불시에 밀어닥친 푸른색의 폭력은 마치 푸른색이 인간의 심리에 작용하듯이 맥박수를 늦추고, 체온을 떨어뜨리며, 저항할 틈도 없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움직임을 빼앗고 마비 현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 순간에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남자의 눈동자는 무기력하게 영위해온 일상의 지루함을 뜻밖에 깨버리는 이 푸른색 도발로 인해 한편으로는 그가 새로움 속에서 안식을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죽음과도 같은 정지상태, 순수와 초감각적인 것에 대한 동경을 일깨워주는 무한의 세계를 동시에 경험한 남자의 이율배반적인 심리 상태, 그것은 어쩌면 예술의 이상을 갈망해온 작가 유현미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현실로부터 완전히 괴리되어 있지 않기에 더 매혹적인 그의 작업은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상상의 폭을 열어젖히고 끝끝내 떨쳐내지 못한 현실의 무게를 짊어진 채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유현미가 스스로 작가로서의 존재를 새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다시금 그러내고 있는 듯하다.


(김윤경, 몽인아트센터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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