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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CE VITA 유화수展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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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2010-12-01 ~ 2010-12-21


전시행사 홈페이지
artstudio.sisul.or.kr



달콤한 인생, 토건 기계의 반어적 재탄생


반이정(미술평론가, dogstylist.com)
1. 공사장 자재와 재활용 교통표지판으로 건립된 < 달콤한 인생 Dolce Vita> 연작 가운데 하나, 2010년 ' 나무 tree' 는 전시 공간 밖 옥외 조형물의 형태를 띤다. 한국 사회에서 제 2 토건 부흥의 진원지로 꼽히는 2005년 개통된 청계천 복원 터 위로 이 공공조형물이 설치된 사실은 반어적이고 독설적이다. 3년여 간 집중된 건설 장비와 인력이 휩쓸고 지나간 청계천변 지면 아래로 공공조형물 ' 나무' 는 그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마치 지면 아래로 토건 사업이 남긴 잔류 에너지를 흡수해 발육하는 인조 나무처럼 보인다. 토건 국가의 건축 자재로 동력을 조달하는 조형물이라는 역설. 유화수의 (공공) 조형물이 내포하는 일관된 역설이다. 민관에 지대한 폐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 작가는 그가 속한 행정부의 건설 일방주의의 치부를, 공공미술이라는 가림막 뒤로 은폐하여 재현한다. 대상 전체를 뜯어고치는 공사판을 지켜보는 작가의 회의감은 시민 사회의 정당한 분노이기도 하지만, 그 스스로 동대문 패션몰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가 맡은 일이란 멀쩡한 실내를 무한히 새로 뜯어고치는 소모적 경험이었다.


2. 공사장 폐자재로 재구성되기 마련인 유화수의 작품 연보는 크게 두 가지 양면성을 지닌다. 앞서 살폈듯 토건중심주의에 기운 국책사업과 그에 반대 목소리를 내세우는 조형물이다. 하지만 토건 국가의 장외를 역설적으로 장식하는 공공미술이라는 점이 양면성의 한 면이다. 또 비계(飛階)용 강관 파이프로 조립된 화장대와 의자 등에서 보듯, 초과된 토건주의에 대한 사소하고 우회적 조롱의 도구로 등장하지만, 한편 그것이 실생활에 유용한 집기로 돌변한다는 가능성이 또 다른 양면성이다. 작가는 두 개의 상반된 의미를 하나의 작품 안에 수용하도록 고려한 것 같다. 관전의 대상이자, 실생활의 집기로서의 예술품. 때문에 전자의 의미를 따를 경우, 우람한 체형과 기하학적 모양새 거기에 잿빛을 띈 강관 파이프 의자는 그 부담스런 외관이 처형 도구로 제작된 전기의자를 연상할 만큼 거북하고 불편하게 보인다. 한편 후자 즉 실용적 의자로서 작품이 용도 변경될 때는 전자의 의미(거북스런 전기의자의 느낌)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폐자재의 집합체로 국가 토건주의를 조롱하되, 실용적 집기로도 제 기능을 무난히 수행하는 작품이 되도록 손질할 필요가 있다. 공익적 사회비판과 도구적 유용성은 단일 작품 내에서 충돌하지 않는다. 그 둘은 양립 가능한 요소이므로.


3. ' 건설적인 드로잉' 은 유화수 작가가 2010년 하반기에 시행하는 프로젝트명이다. 규모가 축소된 점을 제하면 전작과의 개념적 연장선 위에 있다. 현장에서 수집한 폐자재와 부품에 약간의 손질을 할 결과이며, ' 건설적인 드로잉' 이라는 제목이 웅변하듯, 건설 자재와 토건주의를 자신의 조형적 과제로 변환해온 유화수의 이력과 그의 전공분야가 접목된 느낌을 준다. 때문에 ' 건설적인 드로잉' 은 건축 자재를 통해 자기 동질성을 확인하는 주관적 체험이 담겨있는 것 같다. 작가 노트에도 나오지만, ' 건설적인 드로잉' 제작 과정에서 작가는 건실하고 부지런한 자제를 체험했다고 한다. 재활용 아트의 새 영역을 구축하며 전용(專用)의 기법과 중의법의 미학을 다듬은 유화수는 향후 작업에서 두 가지를 염두하면 좋겠다. 종래의 작업 연보가 말해주듯 그가 도시주의와 토건주의에 주목한 만큼, 탄탄한 소재발굴을 위해 근현대사 관련 분석 기사를 자료로 삼으면 어떨까. 특히 보편적이고 총론적인 토건 비판을 넘어 각론적 시의성을 탑재한 작품으로 살집을 불리면 좋겠다. 또 옥외 설치물로 마감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제작에 앞서 완성된 작품이 놓일 처소를 사전에 염두에 두고 진행할 필요도 있다. 경우에 따라 해당 지역의 장소특정성과 부합되는 부수 효과도 얻을 수 있고, 때에 따라 지역의 협찬의 기회도 누릴 지도 모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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