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잘못되지 않았다: 못된 디자인
The Design is not Wrong: The Wicked Design 2012.5.20-6.19
테이크아웃드로잉_녹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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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 속의 디자인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로 인지된다. 세상은 풍요로움으로 가득 차 있고, 모든 사물은 디자인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인류의 삶 속으로 동화되어 갔다.
우리는 이런 올바른 디자인 세상에서 조금은 다른 디자인을 해본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소위) 착한 디자인이라 부르는 파괴적 언어에 대한 우리만의 소리를 내는 것일 수도 있고, 단지 디자인이 할 수 있는 많은 실험적 언어 중 하나로써 작용할 수도 있다. 디자인을 통한 많은 실험의 과정을 거친 모던 디자인의 이상을 넘어 현재 디자인은 전시라는 또 하나의 대안적 실험을 거칠 수 있는 시대에 있다. 디자인 자체가 전시가 될 수 있는 이런 풍요로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 디자인은 잘못되지 않았다.' 라는 전시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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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낳은 수많은 긍정적 결과를 뒤로한 채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함을 외치는 디자인 주체를 보며 우리는 몇 가지 전시물을 통해 현 상황을 환기 시킬 방법을 생각한다.
못된 디자인이라는 말은 잘못된 디자인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진실로 못된 디자인 어쩌면 태어나서는 안 될 디자인일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던 착한 디자인의 모순을 꼬집는 대안으로서의 생각이 될 수도 있고, 세상의 디자인이 왜 못된 방향으로 발전되지 못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기회로서 작용할 수도 있다. 해결사를 자청하는 현대 디자이너들과 같은 시대적 책임감을 한 몸에 담고 있는 디자이너이지만, 그와 동시에 왜 우리는 무엇이든 올바른 방향으로 디자인해야만 했는가는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이었다.
노동이나 경제를 통한 자본의 축적 이외에 범죄를 통한 자본의 축적을 돕는 디자인은 없었을까는 어쩌면 아주 당연한 생각이지만, 조심이 고민해본다면 착한 시민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사상적 한계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작업결과물이 단지 반자본주의적 아이디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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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보이는 작업물이 쓰레기나 타락한 디자인이라 여겨질 수도 있고 어쩌면 그것은 디자인이라 불리지 않을 수도 있다. 관람자는 우리의 디자인을 디자인 실험이라 여기거나 균형 없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려는 이 시점에 한 템포 쉬어가는 디자인이라 생각했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디자인은 현재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의 물결을 타고(물론 이것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진실된 논리보다는 형태적 친환경, 마케팅적 지속가능성이라는 함정이 숨어 있다. 게다가 그것들이 본인의 커리어를 위한 작업 일부로 비쳤을 때 모든 환상은 걷혔다. 물론 그것을 통해 한몫 챙겨 보려는 몇몇 디자이너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
못된 디자인 전에서는 항상 올바르게 진행되었던 디자인에서 벗어나 올바르지 못한 디자인을 한다. 범죄를 위한 디자인, 범죄를 돕는 디자인,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용도로서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본 전시를 통해 디자이너와 일반인은 디자인이 거쳐 왔던 행보를 다시 기억하며, 디자인이 가진 순기능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단순히 유희로서의 디자인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못된 디자인전이 발상의 전환을 넘어 좀 더 보편적인 것의 새로운 시각을 위한 시도 혹은 시각의 재구성으로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
작업물
#01. 1plus1 Hacking마트의 덤을 역으로 이용하여 물건을 취득.
뉴스에서 바코드를 바꾸어 가격을 바꿔 치기 하는 범죄는 쉽게 접할 수 있다. 디자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트의 물건을 공짜로 취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덤이라는 마트의 교묘한 상술을 이용한다. 마트에서 판매 증대를 위한 방법으로 이용한 덤을 역으로 이용하여 1+1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티타늄 반지를 제작했다.
단 몇 가지 원칙에 의해 1+1Hacking은 시도되어야 한다.
1. 덤으로 묶어 넣는 상품의 바코드는 포개서 가려져야 한다.
2. 마그네틱 태그가 붙어 있는 상품은 불가능하다.
3. 마트에는 상품 라인마다 CCTV와 2명이상의 인력이 상주한다.
CCTV를 쳐다보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오늘날 마트는 편하고 싸고 익명적이라는 무대를 선사했지만 동시에 감시와 노예적 동선이라는 견고한 상업공간이라는 곳을 만들어 내었다. 바코드 해킹 같은 간단한 디지털 해킹을 노려볼 수도 있지만, 아날로그적 해킹이라는 부분을 시도하여 새로운 틈을 찾아보는 시도를 한다.
#02. parasite 타인의 디자인에 기생하기.
거리의 디자인된 수많은 시각 정보물들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진화되어 왔다.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각 정보 물에 기생하여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한다.
너무도 잘된 디자인이 거리에 넘치는 현재 디자인에 기생하는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하여 모든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03. Thief kit생필품 취득을 위한 작은 도구.
#04. Alibi성추행을 돕는 도구.
디자인이 얼마나 인류의 이익에 집중하고 있는지는 백 번 천 번을 말해봤자 일 것이다.
우리주변에 범죄를 독려하는 디자인 대신에 어떻게 하면 범죄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것 또한 단순히 사법부의 역할이 아니라 디자인의 역할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우리는 디자인에 도전장을 내밀 성추행을 위한 디자인을 한다.
곧 디자인은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의 디자인을 막아낼 것이다.
#05. Hopes and Dreams놀이를 가장한 노동자로 만들기.
수많은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생계를 위해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노동을 하고 있다.
삽과 장난감 칼의 결합으로 아이들의 노동은 놀이가 되어 힘들고 고된 노동을 즐겁게 함으로써 그들의 노동력을 배가 되게 해준다.
#06. Bus card hacking/ ABS 버스카드 시스템 해킹.
디지털은 우리의 오감을 종속시켰다. 완벽한 디자인시스템은 모든 사물들이 완벽한 구동을 하리라는 믿음을 우리에게 선사해주기 충분했기에 누구도 사물이 잘못됐음을 쉽게 지적하지 않는다.
버스 카드단말기에 카드를 댈 때 나오는 비프음과 동일한 비프음이 나는 회로를 내장한 버스카드 해킹 지갑은 기사의 눈과 귀 -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물과 사람 - 중 어느 것을 더 믿는지에 대한 실험이다.
그리고 우리는 성공했다.
#07. Rubber band shooting guide고무밴드를 이용해 사람을 괴롭히는 다양한 방법들.
손가락을 이용한 고무줄 총은 학창시절의 공포를 떠올리는 대상이다.
누가 먼저 사용했는지 중요하지 않았던 전설적인 손가락 고무줄 슈팅 가이드를 제작하여 배포한다.
#08. Mirror shoes은밀한 행위를 돕는 디자인
#09. Mirror shoes사물의 전형을 이용한 교란작전
디자인은 사물의 전형을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물의 전형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공중전화기처럼 생긴 이 저금통은 저금을 위한 용도가 아닌 타인의 돈을 갈취하는 용도로 이용된다.
+ 레지던시 기간 중 진행된 못된 디자인 워크숍 결과전
문의: eol@zero-lab.co.kr
*Takeout Drawing은 2006년 외부의 지원으로부터 독립하여, 문화공간을 그 자체로 "자가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브랜드 입니다. 예술가들을 테이크아웃드로잉으로 초대해 작업을 준비할 수 있는 "카페 레지던시 Cafe Residency"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역사 속 많은 카페들이 예술가들의 작업구상의 중요한 장소이자 토론장이었듯이, 방문자들은 카페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작가의 작품세계 속에서 함께 커피와 차를 마시며 동시대 현대미술의 목격자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