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분야를 전공한 다섯 명의 기자들은 미술 분야를 맡게 되면서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그것은 미술에 대한 지식도 그렇지만, 미술인들이 말하는 그들의 언어, 그들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왜 그들이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하여 예술가가 되었는지 우리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미술관과 갤러리에 다니며 많이 보고, 작가들을 만나며 아무리 들어도 택스트로는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이 항상 있곤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고, 2012년부터 약 2년간 화실에 다니며 그림을 그렸고 이렇듯 그 성과까지 보여주게 되었다.
취미 미술
사회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도 있고, 자신이 경험한 풍경을 솔직히 그려낸 작품들도 있다. 논리를 말하건, 감성을 이야기하건 작품들에는 무엇인가 말하고자 하는 ‘작품의도’가 있다. 기자들은 그 의도 등을 인터뷰를 통하여 텍스트로 만들고, 감상자의 이해와 작가와의 소통을 돕곤 한다.
다섯 명의 기자들의 그림들에는 딱히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단지 각자의 감정에만 호소할 뿐이다.
기본적인 재료의 사용법과 그리는 방법을 배운 후 우리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자’의 슬로건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기로 했으며. 그 결과물들은 다음과 같다.
뮤지컬, 영화와 같은 공연을 담당하고 있는 이다영 기자는 소리를 통해 연상되는 이미지를 바늘과 실, 색채로 표현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없다.
미술을 담당하고 있는 이우영 기자는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이미지를 그리는데, 흔히 지나쳤던 이미지들을 관찰하고, 그 이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솔직히 그려냈다. 역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없다.
오페라와 미술을 담당하는 이혜원 기자는 자신의 방의 모습과 어릴 적 기억, 공간 안에서의 시간들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차용하여 그려냈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없다.
미술을 담당하는 박일규 기자는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나, 영화, 일상의 사건들을 재해석하여 그리는데, 캐릭터와 상황을 통해 감정만 유발할 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없다.
사회부 정아람 기자는 직장인의 답답한 심정을 그리고 있다. 범죄와, 사회적 문제와 가장 근접하게 있는 정아람은 그림을 그리며, 마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해소 하듯 그림을 그릴 뿐이다.
메시지가 없다?
위에서 다섯 명의 기자들은 그림들에는 메시지가 없다고 했지만 이야기 없는 장면이 없듯, 그들은 분명히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것이 단지 기존 작가들처럼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있냐, 없냐의 차이일 뿐이다. 다섯 명의 기자들은 그림을 그리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며, 스스로를 치유하기도 한다.
각자 기호의 차이만 있을 뿐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화가가 아니다. 단지 그림을 사랑해서, 노래를 좋아해서 즐겨 부르는 애호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