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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2014
미술

5000원

마감

2014-08-05 ~ 2014-11-09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mmca.go.kr/
  • 전시소개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이 3회를 맞이하였다. 이 제도는 한국 미술계는 물론 세계 미술계에 새로운 이슈와 담론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작가들을 전시하고 후원함으로써 한국미술 문화 발전을 도모하고자 마련되었다. 《올해의 작가상 2014》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제 2기 운영위원회가 발족하여 추천위원과 심사위원들을 별도로 위촉하였다. 운영위원회는 10인의 추천위원들을 위촉하고, 추천위원 각각은 1인의 작가를 추천하였으며 5인의 국내외 심사위원이 심사를 통해 《올해의 작가상 2014》 전시 작가들을 선정하였다. 전시 작가로 뽑힌 구동희, 김신일, 노순택, 장지아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들이 구상 중인 프로젝트를 넓은 공간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되었고 관객은 미술에 대한 가능성과 성과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14 올해의 작가’ 최종 심사는 동일한 심사위원단에 의해 진행되며 수상자가 전시기간 중 선정, 발표된다  

 

 

■ 구동희: 재생길  

구동희(1974-)는 진부한 일상에서 출발하여 퍼즐을 맞추듯 우연적 상황을 개입시키면서 영상, 설치 등의 작업으로 작품을 풀어나간다. 작가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관심을 가지고 TV,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 작가는 어떤 사안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기 보다는 작품 제작 과정에서 물리적 한계 상황을 수용하고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즐긴다. 촬영된 영상을 편집함에 있어서도 임의적으로 편집 순서를 뒤섞는 등 전체 구성을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내러티브를 발생시킨다. 영상에는 사건 전후가 불분명한 가운데 등장인물들의 생경한 모습과 유사하게 반복되는 구성에 의해 긴장감이 유발된다. 게다가 작가 스스로는 내러티브를 말하지 않으며 설명적일 수 있는 요소를 배제시키고 오히려 관객에게 해석할 여지를 남겨둔다.  

이번 설치작업인 < 재생길> (2014)은 작가의 서울대공원에 대한 기억과 최근 들어 발생했던 사건 사고들 그리고 그에 대한 인상을 통해 구성되었다. 미술관 설치를 구상할 때 서울랜드의 롤러코스터 트랙이 떠올랐다는 작가는 장방형 대칭구조인 전시장에 36개의 모듈, 길이 75m 270도가 회전하는 뫼비우스의 띠 형태의 구조물을 관객참여공간으로 구현했다. 뫼비우스의 띠는 안팎의 구별이 없고 어느 순간 비틀림으로 안과 밖이 위와 아래로 사라지는 무한을 보여준다. 많이 비틀어진 부분에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관객의 시점으로 찍은 영상을 무한 반복한다. 마치 인간 존재와 세계가 안쪽에서 출발해 가면 바깥쪽에 도달하게 되고, 바깥쪽에서 출발해 가면 안쪽으로 도달하게 되는, 끊임없이 서로 작용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 가는 유기적 관계임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트랙에 들어선 관객은 구조물 형태의 변화 속에서 구조물 전체상과 그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지각하기 어렵게 된다. 관객은 경험하는 주체로서의 지각과 바라보는 주체로서의 환영의 분리를 체험하게 되고 이 때 구조물을 둘러싼 각각의 오브제들이 관객에게 말 걸기를 시도할 것이다. 놀이를 하듯 시각적 요소를 암시적으로 구현해 가는 작가의 작품에는 다층적인 의미 해석의 가능성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부조리함이 묻어있다.  

 

 

■ 김신일, 이미 알고 있는(Ready-known)  

김신일(1971-)은 ‘본다’는 시각적 행위를 통해 일상적 관념의 경계를 해체시키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지속적인 정보 과부하 상태로 인해 현대 사회가 취하게 된 수동성을 인지하고 세상의 ‘범주화’가 인간을 ‘수동적’으로 만든다고 사고하며 시각적인 창조물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Ready-known)' 관념을 해체시키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에는 문자조각들과 영상이 출품되며 전시장이 하나의 구조화된 공간이 된다. 전시장에는 센서가 설치되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전시 공간 전체의 빛이 조절된다. 어두울 때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청각적인 요소가, 밝을 때는 인간의 이성이 발현되는 시각적 요소가 부각된다. 조각은 겹쳐진 문자가 한 덩어리를 이루는 추상적 구조물이다. 이러한 글자 블록이 바닥에서 최대 2.4m의 높이로 세워진다. 단어와 글자 각각은 구체적인 시각적 현존물로써 읽히지 않고 보이기만 하는 요소가 된다. 작가에게 문자는 더 이상 사상의 운반체가 아니다. 언어의 의미론적 기능이 유보되고 간과된 감각적 측면이 전면에 대두되는데 이에 따라 관객은 의미의 바깥에 놓이게 된다. 작가는 ‘마음, 믿음, 이념’이라는 세 단어를 심장박동소리에 따라 흔들리는 거울 앞에 읽을 수 없게 설치하거나 아크릴 상자에 넣어 작가의 추상적 관념을 구현하고 있다. 문자구조물 뒤에서 비디오 프로젝션을 통해 빛이 투사되는데 조각의 면은 요철의 역할을 하며 빛을 머금게 된다. 이성적 분별이 사라지고 직관성이 부각되면서 인간이 진정한 자율을 획득하게 됨을 작가는 빛을 통해 가시화하고 있다. 이성이 가지고 있는 관념을 해체하면서 직관적으로 실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는 영상작품 < 42000초 안에서의 대화> (2014)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것은 일상적으로 마주칠 수 있는 도심의 풍경과 자연 풍경 사진을 픽셀이 드러날 때까지 확대하고, 두 개의 영상을 교차시키면서 인간의 시각, 이성이 파악할 수 없는 실체로의 접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신일은 시지각에 대한 실험을 드로잉, 조각, 영상을 넘나들며 절제되고 단순화된 시각언어로 구현함으로써 인간 이해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 노순택: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노순택(1971-)은 분단 현실을 주제로 한 사진 작업을 한다. 분단이 실제로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으며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을 어떻게 왜곡시켜 왔는지를 제시해왔다. 그는 다큐멘터리 보도사진에서 출발하여, 『분단의 향기』(2005), 평택시 대추리 미군기지 레이돔을 촬영한 『얄읏한 공』(2006), 남북한 특유의 모습을 담은 『붉은 틀』(2007), 2008 올해의 독일 사진집으로 선정된 『비상국가』(2008), 전쟁무기의 노출된 모습을 담은 『좋은, 살인』(2010),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인터뷰를 담은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2011),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되돌아보게 하는 『망각기계』(2012), 연평도 포격사건을 다룬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2013) 등 여러 책들을 출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사회가 어떻게 작동되어 왔고 그 안에서 카메라가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질문을 제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요즘은 사진 환경이 많이 변화되어 누구나 카메라를 쉽게 소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사진을 찍는 행위가 일상화되었다. 작가는 시위 현장이라는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지점 또는 정치 사회적 맥락 안에서 그것을 기념하거나 증거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 사진을 통해 작가는 카메라가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처럼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진이 가지고 있는 한계 또한 제시하고 있다. 이번 신작의 제목은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이다. 여기서 ‘무능한 풍경’이란 잔인하지만 현실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풍경이며, ‘젊은 뱀’은 다른 매체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뜨겁고 교활한 사진의 속성을 의미한다. 마치 객관적 진실을 다룰 것만 같지만 실은 표피적이며 맥락 없이 프레임 안의 풍경만을 제시함으로써 영악한 시선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사회적 참사를 바라보는 관음적 시선이 제기되면서 도대체 사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사진 언어에 대한 작가의 자기 반성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노순택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이념의 대립으로 풀어나가기 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으며 미적 감각을 동반해 시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사진 환경 속에서 사진이라는 매체를 두고 고민하는 작가의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오늘날 사진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통용되고 제시되고 있는 지 우리에게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장지아: 금기는 숨겨진 욕망을 자극한다  

장지아(1973-)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을 몸을 통해 다루는 작가로 퍼포먼스, 영상, 설치, 사진을 통해 구현한다. 작가는 사회적 시각을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로서의 몸을 다루기보다는 몸의 내적 깊숙한 부분, 감각체계로서의 몸을 다룬다. 여성을 관음적 대상이 아닌 욕망의 주체로서 드러낸다는 점에서 페미니즘미술과 연관시킬 수도 있겠으나 몸과 관련하여 터부시되는 영역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발현한다는 점에서 미술의 경계를 건드리고 있다.  

장지아의 작품에서는 고통과 쾌락, 폭력성과 아름다움 등 극단이 교차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 아름도운 도구들 시리즈 1> (2009)은 기능성으로 사용되는 외과용 수술도구에 의외의 장식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작가적 상상력과 재해석에 의해 고문도구로 재탄생했고, < 앉아 있는 어린 소녀> (2009), < 나의 죄를 고백합니다> (2011)는 일견 에로틱해보이거나 장식적으로 보이는 이면에 도사린 폭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신작인 설치 및 퍼포먼스 작업 < 아름다운 도구들 3> (2014)은 작가가 5-6년 전부터 구상해온 것으로 흰 천이 드리워진 성소가 전시장에 구현된다. 성소 안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1950-60년대 수레용 바퀴 12개가 있다. 바퀴는 한때 고문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었다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선택된 오브제이다. 그 바퀴에는 깃털이 달려있으며 큐빅이 박힌, 뚫린 안장 위에 퍼포머들이 앉아 고통스럽게 바퀴를 돌리며 노동요를 부른다. 바퀴를 돌려야하는 노동이 수반되는 한편 깃털이 음부를 스칠 때의 쾌락이 동반된다. 노동요의 곡은 서양 중세에서 불완전하고 퇴폐적이라 성가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던 프리지안 음계이며, 가사는 우리나라에서 오랜 세월 구전된 충북 음성의 디딜방아타령으로, 상반될 것 같지만 음란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두 요소를 작가는 효과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성소 밖 그림자를 통해 은밀함이 드리워지며 성스러운 분위기와 세속적 행위가 묘하게 결합되면서 미술관은 위반의 영역이 된다.  

고통과 쾌락은 우리의 실존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금기시되었던 욕망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현실에서 미적 언어로 탄생하고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본능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는 내 안에 존재하는 인간 본연의 것을 직시하는 것이 세상에 대한 시각을 드러내는 것에 앞서 선행될 부분이라 믿는다. 작품화하기 어려운 주제를 작가는 일관성 있고 집요하게 추구함으로써 현대미술이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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