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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덴세이션 Condensation 전
미술

무료입장

마감

2014-10-02 ~ 2014-11-30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fondationdentreprisehermes.org






□ 전시명: 컨덴세이션(Condensation)
□ 장소: 아뜰리에 에르메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B1F
□ 전시기간: 2014년 10월 2일 – 2014년 11월 30일
□ 오전 11시- 오후 7시(수요일 휴관, 무료입장)
□ 기자간담회: 2014년 10월 1일, 오전 10시30분
□ 주최: 에르메스 재단 Fondation d' entreprise Hermè s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지하 1층으로 이전하여 10월 2일 새롭게 오픈하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첫 번째 전시로, 에르메스 재단이 기획한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과정 및 결과물을 보여주는 ‘컨덴세이션(Condensation)’전시를 개최한다. 에르메스 장인 공방에서 진행된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숙련된 장인의 기술과 현대 작가들의 창작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2010년 여름에 처음 시작되었고, 매년 4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4년간 총 16명의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들로 ‘컨덴세이션’ 전시의 막을 올리게 되었다.

에르메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신진 작가들은 크리스털, 진귀한 가죽, 실버, 실크와 같이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재료들과 그것을 다루는 뛰어난 장인의 노하우를 작품에 접목시켜 창작의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렇게 제공된 기회를 통해 작가들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예술적 탐구의 문을 활짝 열어주고자 하였다. 각 공방 소속 장인들 또한, 평소에 하던 일상적인 작업과는 다른 프로젝트를 작가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더욱 연마하는 계기가 되어 공방 내에서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었다.

젊은 작가들의 작업세계를 한 층 폭넓게 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되어 각 분야의 장인들, 그리고 작가들의 독특한 만남과 여정으로 이어진 이번 레지던시의 결과물을 조명하고자, 에르메스 재단은 가엘 샤르보(Gaë l Charbau)의 기획으로 지금까지 제작된 16점의 작업들을 ‘컨덴세이션’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무대에 올리게 된다. 2013년 여름, 파리의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처음 선보인 이 전시는, 2014년 3월 도쿄에 있는 긴자 메종 에르메스의 ‘르 포럼’에 이어, 2014년 10월 새롭게 단장하는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 1층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의 첫 전시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응결: 여명, 그리고 경험의 흔적

가엘 샤르보
| 큐레이터



“우리의 모습을 찾으러 가자, 가장 오랫동안 그 물질에 대해 꿈을 꾸고 존중해온 자의 작품 속에서. 연금술사를 찾아 가보자.”
- 가스통 바슐라르, 공기와 꿈(L’Air et les songes)에서 발췌



작가란 창작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할 여유가 없는 이들이다. 이 영원히 지속되는 창작욕구는 당연히 다른 모든 면을 소진해 버린다. 그가 ‘무엇을 할까, 무엇을?’이라고 자문하며 머뭇거리고 고민하는 순간에도, 그러다가 깊은 밤까지 고민을 이어갈 때에도, 작가는 이미 작품창작을 위한 여건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아이디어가 샘솟고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가를 끊임없이 이해하고 파헤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세미나를 하고 평론을 써 내려가는 것 보다 한 작가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그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 작품까지 판매해주면 좋겠지만 그 다음으로는 확실히) 작품의 창작을 지원해주는 일이다.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은,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흔히 여러 우회적인 표현이 있고 또 확실치 않을 때도 있으나 항상 듣게 되는 똑같은 반응이 있다.  “작업 좀 하게 절 내버려두세요!”

젊은 작가의 창작을 돕는 방법은 창작할 작품이라는 미로 속에서 몇 가지 지름길을 안내하는 일도 포함될 수 있다. 작가에게 새로운 재료를 쓸 수 있도록 물질을 제공한다든지, 그의 예술 세계가 봉착할 여러 문제를 직시하게 하고 이에 대해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이 하나로 끝나지 않고 창작 방식 전반을 관장하는 문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에르메스 재단의 레지던시는 바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공감하며 한 해 동안 지속되는 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탄생하였다. 젊은 작가에게 에르메스 공방의 현장 내에서 작업할 기회를 주고, 숙련된 장인들의 전문기술을 끌어내어 그들의 신작을 함께 만들어내면서, 공유한 경험, 비전, 배경, 그리고 테크닉까지도 표현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할 행운을 거머쥔 작가들은 네 명의 저명한 현대미술작가들(리처드 디콘, 수잔나 프릿셔, 쥬세페 페노네, 엠마뉴엘 소니에)이 추천하고 후원하였다.

작가들이 경험하게 된 레지던시는 도심의 현대미술현장을 지배하고 있는 구심점에서 자유로워져, 다소 비밀스러운 세계로 들어가는 기회가 된다. 에르메스가 운영하는 공방과 작은 공장에서 펼쳐지는 가죽과 실크가 변신하는 세계, 그리고 가마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달궈진 액체가 흐르는 크리스털 작업장 생-루이나 고급 금은세공 작업장인 퓌포카와 같이 시간이 정지된 듯한 세계로 초대된다.



물질에 대한 실험

보통 우리는 작업장이 어떤 곳일지 상상하기 힘들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하나의 물건에 모두 집중된 일체의 동작, 시선, 노하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각각의 공헌이 완성된 물건의 아름다움에 일조한다. 단순한 아름다움은 겸손함 덕분이고 수단을 경제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결과이다. 윌리엄 모리스가 남긴 말이 생각난다. “당신이 그 유용함을 모르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여기는 물건은 집에 갖고 있지 말라.”

20세기 예술의 의심 또는 저항적 주제였던 이러한 아름다움은 마치 모든 폭풍 속에서도 힘들게 보존된 불꽃처럼 이곳의 장인들의 공방에서 보존되었다.
작가들에게는 재료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정성, 광적인 수준의 정확성과 완벽함을 경험한다는 것이 오로지 장식적인 방향으로 간다는 의미이거나 안전한 ‘예쁜’ 프로젝트를 구상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경험의 모든 고유한 성질은 바로 하나의 대상을 둘러싸고 가장 현대적인 예술적 고민과 원재료의 변형에 대한 전문지식을 통합시킨 기발한 긴장관계에서 형성된다. 이렇듯, 가브리엘레 키아리는 길고 섬세한 작업인 실을 하나 하나 다시 짜고 색소와 이를 굳히는 매개체를 이용하는 힘든 과정을 경험하였다. 엘리자베스 S. 클라크의 아이디어였던, 즉 지름이 4미터가 넘는 원을 만들고 이를 온통 흰 가죽으로 감싸는 계획을 구현하기 위해 그를 도운 장인들은 참신한 해법을 찾아야 했다. 올리버 비어와 아츠노부 고히라는 유리 불기와 자르기의 달인인 장인들의 곁에서 배우며 크리스털의 음향적 성질을 적용하고 물리적 강도를 실험하였다. 올리비에 세베르는 외형적으로 재미있으면서도 기발하게 착각을 일으키는 전혀 다른 모습 또는 중복되는 이미지를 크리스털로 창조하였는가 하면, 마리-안느 프랑크빌은 크리스털을 고문을 위한 기구 세트로 변신시켰다. 브누와 피에롱과 안드레스 라미레즈는 산업적 재료로 구성한 복잡하고 다의적인 설치작품 속에 실크의 연약함을 결합시켰다. 오유경과 마린느 클라스는 금속에 문양을 새기는 장인, 윤을 내는 장인들 곁에서 은도금된 금속판을 추상조각의 영역으로 옮겨놓았다. 펠릭스 펭키에, 안느-샤를로트 이베르, 에밀리 피투아제와 세바스티앙 그슈윈드는 가죽의 강도 및 탄성을 실험하거나 콘크리트와 같이 가장 거칠고 예상하지 못한 재료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가죽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특성을 살려 하이브리드 성질의 조각을 구현하였다. 시몽 부드뱅은 가죽의 본질을 반대로 이용하여 이를 거푸집으로 사용한 반면 마르코스 아빌라 포레로는 가죽에 장식을 하고 팔렌케로스의 역사로 가득 찬 북을 씌운다.


새로운 소리

확실히 이번 전시를 위해 큐레이터에게 맡겨진 대상은 특이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전시는 평소 익숙한 감각과는 정반대로 기획되었는데 이는 작품의 선택과 숫자가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작품의 공존을 가능하게 했어야 되기 때문이다.  마치 해몽을 하는 것처럼, 모든 요소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데 주제와 의미를 담은 시나리오가 그 순간 빠져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내 조화의 요소가 서로에 대한 연결고리, 공명, 증거, 명백한 평행선, 비교 가능한 형태와 성질과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일단 자리를 잡게 되면, 천천히 그러나 점진적으로 그 온전한 의미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전시로서의 ‘컨덴세이션’은 나선형의 은하수 또는 군도(群島) 형태와 유사해 보인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공통분모를 간직한 채, 교류와 결합의 대륙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꿈의 언어는 이곳에서 연금술의 언어와 만나게 된다. 모든 작품은 여러 공방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가 모여 멀리서 열리는 콘서트를 표현하는 하나의 문장이다. 불의 넘실거리는 소리, 은이 부딪히는 금속 소리, 바늘이 가죽을 통과할 때 나는 소리, 자르기 전 큰 가죽 조각을 검사하기 위해 문지르는 소리… 동물 지리학, 광물의 고정, 설화의 파생된 이야기, 에로티시즘, 시간, 공간 또는 우연 등을 주제로 표현한 이 작품들 중 몇몇은 잔인하면서 극적인 효과가 있다. 이 작품들은 정확한 형태 및 재료를 온전히 복종시키는 형태에 대한 고민을 통과한 사유와 명상의 결과이다. 새로운 소리를 싣고 우리 앞에 나타난 이 작품들은, 오므림, 가죽 씌우기, 색채 입히기, 강화, 테이블 세트, 융합, 가습 처리처럼 우리에게 생소한 효과를 소리와 함께 들려준다.

그리고, 막이 오름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등장하며 변신하는 형상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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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엘 샤르보

1976년생으로 파리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가엘 샤르보는 예술평론가이자 독립큐레이터이다. ‘파티큘’매거진을 발행하여 2010년까지 편집을 주관했으며, 2009년부터 현재까지는 ‘살롱 드 몽트루주’의 편집부 디렉터를 맡고 있다. 그가 진행한 최근 전시들은 다음과 같다: “Rituel,” Fondation d’Entreprise Ricard (파리) Neil Beloufa, “Les Inoubliables Prises d’Autonomie,” 팔레 드 도쿄 (Daria de Beauvais와 공동기획)   “L’Arbre de Vie,” Collè ge des Bernardins (파리)   (Alain Berland와 공동기획) “프랑스 젊은 작가전: The French Haunted House,”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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