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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관계의 미학을 찾아서 [정헌조 개인전]
기타 마감

2005-01-05 ~ 2005-01-22


시간과 관계의 미학을 찾아서

이번 두번째 개인전에 선보인 작업들은 정사각형의 화면 안에 원의 이미지를 조형화 시킨 두개의 경향이 주를 이룬다. 그 하나의 경향은 텅빈 여백에 하나 또는 둘 또는 세개의 원이 배치되어 있는 시리즈가 그것이다. 화면 안에 자리 잡은 갈색의 원은 농구공이나 혹성 아니면 세포핵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데 구체적인 이름은 없어 보인다. 한편 정헌조가 의욕을 보이는 또 하나의 경향은 열여섯개의 정사각형 화면을 다시 사각형으로 배치해 놓은 작업인데 벽면에 설치된 각각의 정사각형들 사이에는 원형 이미지가 나타나도록 되어 있고 그것은 상단에서 좌우의 하단으로 내려오면서 크기가 작아지고 결국에는 사라져 버리게 된다. 이러한 두 유형의 작업들을 통해 정근조의 근작들은 개별적 화면 자체로 의미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성'을 야기하는 조합의 형식을 통해 새로운 의미구조를 발생시키는 것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헌조는 이러한 관계성의 형식을 '시간성'이라는 화두에 접목시키려 한다. 그의 작업노트를 보면 "나의 작업의 밑바탕에는 시간성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 나는 형태와 내용에 있어서 그 시간성을 바탕으로 한 본질적인 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자신이 내세우는 시간성을 통해 대면코자 하는 곳은 "영원, 순간,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 안의 변화들"이라는 대목도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정헌조의 작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성과 소멸하는 사물들에 대한 단상이자 이러한 자연적 현상에 내재된 법칙성을 주목하려는 시도라 정리될 수 있을것이다. 이를 위해 작가가 선택한 것은 결국 본질의 세계이자 비구상이고 기하학적 형상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김영호(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평론中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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