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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생존의 경계, 쓰레기 더미 속 예술

2014-04-01


예술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일상 속의 예술을 논하는 아티스트는 과연 누군가의 일상을 변화시킬 만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예술의 언어가 공공의 것임을 행위로 얘기하는 작가가 있다. 브라질 출신의 아티스트 빅 무니즈(Vik Muniz). 그가 희망 한 줄기 없어 보이는 생존의 경계선, 쓰레기 매립지에서 간절한 삶의 가치가 된 예술을 논한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자료제공ㅣ 모그커뮤니케이션즈

예술이 삶을 변화시키는 일은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 위대한 예술가의 삶이 아니더라도, 일상을 다르게 보고 예술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과정은 희망이 없어 보이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존재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상파울루 출신 현대 미술가 빅 무니즈는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의 이미지 속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초상을 발견했다. 조각가로 시작해 현재는 자신의 작품을 촬영하고, 이를 사진으로 선보이는 작가로 활동하는 그는 그동안 다양한 일상적 재료들(설탕, 초콜릿 시럽, 끈, 장난감 등)을 바탕으로 익숙해진 것들을 새롭고 낯설게 하는 작업방식으로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일상을 논하며 외면했던 사회의 과제와, 배타적인 시선을 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사람들을 삶을 다시 새롭게 보고 이들과 예술을 매개로 소통을 꾀한다.

명화의 구도와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빅 무나즈의 작업방식은 물질적으로 가장 극빈의 위치에서 삶을 일구는 이들을 모델로 거대한 쓰레기 아트를 완성한다. 빅 무나즈는 실제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의 모델이 된 급진적 성향의 가난한 혁명가 ‘장 폴 마라’를 이들 협회의 대표인 티앙에 투영시켜 모델로 앉혔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버려진 책을 모으고 이를 모아 미래를 위해 도서관을 준비하고 있는 줌비는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어 재해석 된 씨 뿌리는 사람으로 분했다.

명화 속 인물이 된 이들은 빅 무나즈의 거대한 작품 속에 실제 자신이 등장하는 모습과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지를 새롭게 다진다. 자신에게만큼은 의미 없는 쓰레기에 불과했던 현대미술의 중심부에 선 이들은 쓰레기 더미 속에 갇혀 닫아뒀던 가능성과 상상하지 못했던 경험을 통해 삶을 되돌아 보고 사라졌던 희망을 그린다. 빅 무나즈와 이들이 함께 완성한 ‘쓰레기로 만든 작품’ 시리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현대예술관(MAM)에서 개최된 빅 무니즈의 단독 개인전에서 최초로 공개가 되었고, 백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와 피카소 전 이후 최대 흥행 전시라는 기록을 세우며 예술이 사회적 갈등과 고민의 가능성 있는 대안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남겼다.

세계 최대 쓰레기 매립지 속에서 각자 맡은 재활용 가능한 물건을 모으는는 삶에만 집중했던 이들이 빅 무니즈와 협업으로 아트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과정은, 예술의 창작과 향유가 사회적인 과제와 직면했을 때 각 개인에게 어떤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 그 극적인 역할과 가능성들을 현실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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