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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신호가 아닌 피가 흐르는 인간의 삶

류임상 | 2015-01-06


우주의 신비와 블랙홀 등에 대해 다룬 영화 '인터스텔라'가 지난해 국내에서 꽤 흥행한 영화 반열에 올랐다고 합니다. 조금은 어려운 내용과 긴 상영시간을 가진 영화치곤 놀라울 만큼의 성과인데요. 이는 비록 영화상의 이야기라곤 이지만, 그 이야기가 곧 '실현' 가능한 이야기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인류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으며 그 성과는 눈부십니다.

글│류임상, 미디어아트 에이젼시 LAB 16.9 크리에이티브 디렉터(director@lab169.com)  

우주의 신비와 블랙홀 등에 대해 다룬 영화 '인터스텔라'가 지난해 국내에서 꽤 흥행한 영화 반열에 올랐다고 합니다. 조금은 어려운 내용과 긴 상영시간을 가진 영화치곤 놀라울 만큼의 성과인데요. 북미 시장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흥행하고 있다고 하니, 과거 한국에서만 유독 히트했던 '아일랜드(마이클 베이 감독의 복제인간을 다뤘던 SF영화)' 경우처럼 미지의 공상과학분야(?)에 한국의 관객들이 유난한 관심을 가진 듯 보입니다. 물론 SF소설이나 관련 영화들의 시장이 매우 작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컬하지만 말이지요.

비록 영화상의 이야기라곤 이지만, 그 이야기가 곧 '실현' 가능한 이야기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인류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으며 그 성과는 눈부십니다. 특히 네트워크와 결합된 컴퓨터의 성능은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 되어가고 있으며, 엄청난 크기의 초기 컴퓨터보다 몇 백배는 빠른 스마트폰이 우리의 손안에서 매일매일 구동 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디지털화'가 긍정적인 영향만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비대면 기계 커뮤니케이션(얼굴을 마주 하지 않고 통신 기기만을 활용한 대화) 등으로 어느 샌가 삭막해진 우리들의 삶도 문제지만, 네트워크 발달로 인한 '파편화된 자아'야 말로 가장 큰 화두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정신이 더 이상 '육체'에 구속 받지 않고 여기에도, 지구 반대편에도 존재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이지요.



<영상1> 굿모닝 미스터 오웰, 백남준, 1984

작가들도 이와 같은 문제에 늘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인공위성을 활용해 네트워크의 긍정성을 이야기 했던 백남준 작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같은 작업도 있고, 자넷 즈바이그(Janet Zweig)의 2002년 작품인 “The Medium"처럼 단절된 커뮤니케이션을 풍자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영상2> 자넷 즈바이그(Janet Zweig), ‘The Medium’, 2002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비디오 모니터로 막혀 있고, 이들의 시각적 소통은 웹 캠으로 입력된 영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이 작업은 비대면 기계 커뮤니케이션에 중독되어가는 현대인들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이제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디지털화'가 충실히 수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인류는 어쩌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였던 것처럼 육체는 도구로서만 활용되고 정신만이 네트워크에서 떠돌게 될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현상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우리들 각자의 몫 일 듯 하네요. 다만, 그 속에서 '인간성'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게 앞으로의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작업은 베를린에 기반을 두고 있는 design studio 'Schnellebuntebilder'의 작업 'MOMENTUM'입니다. sound designer인 'Kling Klang Klong'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이번 프로젝트는 모션 캡쳐 기술을 활용하여 분산되고 파편화되는 인간의 모습을 멋지게 시각화 시켰는데요. 그간 키넥트와 같은 고심도의 카메라를 활용한 작업은 많았지만 이 작업은 그러한 '디지털화 된 인간의 모습'을 극한까지 밀어 붙이는 시각적 즐거움을 줍니다.

화면 앞에 서있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서서히 몸이 파편화 되어 갑니다. 마치 8비트의 픽셀처럼 분산되어 가는 몸의 입자들은 그 스스로가 움직임을 가지며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 운동성은 더욱 활발해져 불꽃과도 같은 격렬한 빛으로 변하고 점점 더 사람의 형태라기 보단 움직임 그 자체의 에너지 파형으로 형태가 바뀌어져 갑니다.


<영상3> 디자인스튜디오 'Schnellebuntebilder'의 작업 'MOMENTUM’

'Schnellebuntebilder'의 작업 'MOMENTUM'는 모션 캡쳐를 이용한 직관적인 인터렉티브 작업이지만, 사람들이 직접 몸을 움직여 스스로의 몸을 ‘디지털화’ 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체험입니다. 어느 샌가 우리도 모르게 깊숙이 삶 속으로 들어와 버린 새로운 문명을 짧지만 강렬한 인터렉티브 미디어 작업을 통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인생은 0과 1로 이루어진 신호의 배열이 아닌,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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