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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에 대한 세 가지 시선

2012-06-27


은폐된 불안, 내재된 위험. 핵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열린다.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은 오는 3월24일부터 6월24일까지 3달간 미술관 신관에서 '하얀 미래 : 핵을 생각하다' 기획전을 연다. 정주하, 위르겐 네프쯔거, 후사코 코다마 등 한국과 독일, 일본 3명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다. 3명의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인지하는 못하는 원자력발전소의 모호한 풍경, 그럼에도 내재된 불안, 핵 사고가 불러온 긴장감 넘치는 풍경을 차례로 보여준다.

기사 제공│월간사진

오늘날 원자력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은 매우 중대하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건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회복이 불가능한 원자력의 엄청난 파괴력은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러한 파괴력이 더욱 불안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그 불안이 은폐되어 우리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은 탄생 이후 국가의 전략적 홍보에 의해 안전하고, 깨끗하며, 값이 저렴한, 유용한 에너지라는 이미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따라서 가까운 곳에 원자력 발전소가 있어도 혹은 그곳에서 흘러나온 냉각수가 섞인 바닷가에서도 아무런 위험의 징후를 의식하지 않고 일상을 영위하는 풍경은 때로 끔찍하기까지 하다. 한국, 독일, 일본 3국의 작가의 시선을 통해 원자력발전소가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그 존재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그리고 불확실한 우리의 미래를 대체할 에너지자원에 관한 고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위르겐 네프쯔거는 ‘Fluffy Clouds’(솜털 구름) 시리즈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일상생활의 배경 속이나 여가생활 속에서 마치 보이지 않는 혹은 적어도 이들 주변의 사람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존재로 등장시킨다. 드넓은 지평선이 펼쳐진 시골풍경과 아기자기한 집들, 숲 속의 작은 쉼터, 예쁜 놀이공원의 일부인 것처럼 너무나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숨겨져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불안함이나 위험이 감지되지 않는다. 다만 모호함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매혹적인 것과 우리가 보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모호함을 통해서 ‘현대의 삶’에 내포된 모순을 완벽히 인식하도록 한다.

정주하는 ‘불안, 불-안’(A Pleasant Day) 시리즈에서 한국의 영광, 울진, 월성, 고리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주변 마을의 일상생활과 원자력 발전소를 배경으로 한 풍경사진을 찍었다. 집 앞의 텃밭에서 천진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소년, 모래사장에서 가족과 함께 조개를 줍고, 수영을 즐기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장면들은 얼핏 보기에 평범하고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의 장면이다. 그러나 풍경 너머 곳곳에 산재하는 원자력발전소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평온한 곳이 되지 못한다. 작가는 후기 자본주의가 선사해준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의 이면에 가려진 그리고 밋밋한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있는 위험성과 불안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후사코 코다마는 1987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에서 큰 충격을 받아 테크놀로지에 의존하려는 현대문명사회에 대한 공포심과 그것의 가치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후쿠시마 제2원자력발전소를 소재로 발전소의 내외부 환경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2011년 그 불안은 결국 눈앞에서 현실이 되었다. 분명한 것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원인이 대지진만이 아니며, 인재에서 비롯된 재해라는 것이다. 사고 이후 작가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불과 20~30킬로미터 떨어진 미나미소마 시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곳은 마을주민들이 대피하고 출입이 통제된 구역으로 사건 직후의 긴장감과 불안을 생생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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