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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인터뷰

오! 디어 마이 피플

무신사 | 2015-12-08


론칭 5년째를 맞이한 디자이너 브랜드 오디너리피플(Ordinary People)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옷을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오디너리피플을 디자인하는 장형철은 그다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준수한 외모, 국내 최연소 뉴욕 컬렉션 진출, 요리를 전공한 패션 디자이너 등 그에 관한 수식들은 세간이 이야기하는 ‘평범함’과 거리가 멀다.

기사제공 | 무신사  


그를 설명하는 세상의 말들이 진짜인지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 장형철 디자이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오디너리피플’ 중의 한 명임을 확인했다. 약간의 특이사항이 있다면, 그는 현재에도 자신과 닮은 ‘보통의 존재’들을 위해 꾸준히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라는 점이었다.

무신사(이하 무) 무신사 인터뷰는 처음이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오디너리피플 장형철 대표(이하 장) 삼십 대 초반의 남성복 디자이너 장형철이다.

끝인가? 보통 자기소개를 부탁하면 사전에 준비해 온 멘트가 있기 마련인데.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보다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장형철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굉장히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난 8월에는 ‘국내 최연소’라는 타이틀과 함께 뉴욕 컬렉션을 밟지 않았나.

기록은 언제나 깨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흘러 누군가 새로운 이슈를 만들면 대중의 기억 속에서 그러한 타이틀은 잊힐 것이다. 단, 최연소, 뉴욕 컬렉션이라는 단어는 사라지더라도 오디너리피플과 디자이너 장형철은 오래도록 각인될 수 있었으면 한다.

굉장히 겸손하다. 사실 인터뷰를 하면서 슬쩍 딴지를 걸어볼 심산이었다. 남들과는 다른, 그래서 특별한 그대가 어찌 평범한 사람들의 옷을 만들 수 있겠냐고 은근히 쏘아붙이려 했다.

큰 오해를 안고 온 것 같다.(웃음) 매우 감사하게도 브랜드를 이끌어 오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받았다. 덕분에 세상에 알려진 장형철은 실제 나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엄청난 노력파’라는 말로 불리길 바란다. 뉴욕 컬렉션, 여기에 <2016 S/S 헤라 서울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9kg이 빠졌다. 하루도 두 다리 뻗고 잠을 자 본 적이 없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아침 해가 밝아 있더라.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두, 세배는 노력한다. 오디너리피플을 론칭할 때에도 손에 쥔 자본금은 3,000만 원이 전부였다. 단칸방에 혼자 쭈그려 앉아 옷을 만들어야 했다. 홈페이지도 없었다. 그저 옷을 만드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그 시절을 돌이키면, 지금의 성공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원래는 요리를 전공하지 않았나?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교 2학년 때까지 요리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군대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패션 잡지를 즐겨 읽었다. 군 제대 이후 막연히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말하자면 군대에서 나의 진로가 바뀐 셈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직업이 셰프라고 한다. 후회해 본적은 없나?

단 한 번도 없다. 이렇게 잘 맞는 직업이 또 있을까 싶다. 매일 매일이 새롭고 또 설렌다. 옷을 만들 때마다 가슴이 뛴다.

요리에 비해 옷을 만드는 일의 매력은 무엇인가?

패션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다. 요리는 ‘맛’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정해져 있다면, 옷은 굳이 ‘멋’을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 실용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도 있고, 심미적인 기능을 우선시 할 수도 있다.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옷은 몸을 보호하거나 신체 기능을 보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물론 요리도 플레이팅, 건강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패션이 훨씬 관대한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의 감상을 설명한 것뿐이니 부디 셰프분들의 오해 없길 바란다.(웃음)  


오디너리피플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오디너리피플은 평범한 사람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특별함을 이끌어내는 브랜드이다.

어떻게 옷을 통해서 사람들의 특별함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

예쁜 옷을 만들면 된다.

‘예쁨’의 기준은 저마다 다를 텐데 장형철이 추구하는 ‘예쁨’이란?

디자이너마다 의복을 만들 때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다를 테지만, 나의 경우는 ‘핏(Fit)’에 가장 주의를 기울인다. 의복의 기능은 다양하다. 외부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줘야 한다. 동시에 생활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도 없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가 해결되면 패션의 기능도 더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한국 남자의 체형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시켜주는 핏을 완성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내가 오디너리피플의 옷만 입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우리 옷이 좋다는 자부심을 전제로 두고, 내가 입고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스스로 점검하기 위함이다.

스스로 피팅 모델이 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부족한 점을 찾아낼 수 있다. 내가 입을 옷, 내가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옷, 이것이 오디너리피플에서 추구하는 가치이다.  


무신사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오디너리피플의 세컨드 레이블 제품은 분명 편안하게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티셔츠 라인이 눈에 띈다.

지난해 F/W 시즌 컬렉션 라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제품들이다. 디자인과 퀄리티는 유지하되, 가격을 낮추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었다. 고백하건대 티셔츠 류를 만드는 일에 가장 자신이 없다. 굉장한 어려움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하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것 같다.

오디너리피플의 로고가 원형 자수로 새겨진 스웨트셔츠와 후드 티셔츠는 오디너리피플을 대표하는 아이템이지 않은가?

초창기 오디너리피플에서는 티셔츠를 내놓지 않았다. 코트, 셔츠, 팬츠 등 남성적인 면모를 강조할 수 있는 아이템에 집중했다. 어쩌면 자신 없는 분야에 쉽게 도전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이제는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도 힘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잘 하는 것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금박 자수가 새겨진 스웨트셔츠이다. 현재 무신사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스웨트셔츠와 후드 티셔츠는 금박 자수 티셔츠에 이은 ‘시즌 2’라 할 수 있겠다.

시즌 1과 2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기본적인 스펙은 동일하다. 다만, 앞서 강조한 것처럼 핏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실제로 옷을 착용해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다.  


스스로가 굉장히 완벽주의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나? 보통의 사람이라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욱 개발하는 편인데 장형철 디자이너는 반대인 것 같다. 전부 잘 하려는 것 같다. 완급 조절이 필요하지 않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그 때문인지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어느 창작 활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하루 만에 완성하는 경우도 있고, 한 달 만에 겨우 내놓는 아이템도 있다. 시즌 2의 스웨트셔츠는 첫 번째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워낙 첫 번째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중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나를 옥죄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허비했을까.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떻게 영감을 얻었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순식간에 스쳤다. 다행스러운 것은 두 번째 스웨트셔츠 시리즈 역시 좋은 반응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원형 자수 역시 순간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

그렇다. 영문 Ordinary People을 이용해 슬로건을 만들었고, 여기서 O와 E가 부각될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했을 뿐이다.

겨울 시즌을 겨냥하여 티셔츠 외에도 아우터를 함께 출시할 예정이라 들었다.

겨울에도 착용 가능한 MA-1 시리즈가 있다. 신슐레이트(Thinsulate) 소재를 사용해 보온성이 뛰어나다. 겉감의 경우 방수, 방한에 특화되어 있다. 원래부터 MA-1은 간절기용이 아니었다. 이와 같은, 밀리터리의 근간에 있는 MA-1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장 잘 살려줄 수 있게끔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원 사이즈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남, 여 공용이라는 말인가?

맞다. 160cm부터 180cm까지 폭넓게 입을 수 있다. 아무래도 원 사이즈다 보니 남성에 비해 체구가 작은 여성 체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번의 샘플 작업을 통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실루엣을 완성했다.

굳이 원 사이즈로 제작한 이유가 있나?

오디너리피플은 남성복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복’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을 정도로 여성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디너리피플을 꾸준히 찾는 고객들에 대한 일종의 보답일 수 있겠다. 하지만 더 넓게 생각해보면 오디너리피플이 추구하는 핏이라는 것은 결국 어느 체형을 갖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의복인 것 같다. 이 외에도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고준희 코트’를 세컨드 레이블 버전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100만 원이 넘는 코트여서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 아직 샘플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인기를 얻었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되, 가격은 분명 저렴하다. 기대해도 좋다.

이것 역시 원 사이즈인가?

본래는 남성복 사이즈였는데 실루엣과 핏에 있어서는 중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덕분에 고준희 씨도 입을 수 있었고.(웃음) 앞으로도 ‘남성복’을 애써 고집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남과 여’라는 경계를 허물고 보통 사람들이 모두 착용 가능한 옷을 만들 것이다. 물론 현재 세컨드 레이블의 제품들은 남자 원 사이즈와 여자 원 사이즈로 제작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클래식 의복과 스포츠 웨어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시즌 테마도 ‘액티브 마에스트로(Active Maestro)’, ‘클래식 스포티즘(Classic Sportism)’이었다.

스포츠 웨어의 기능적인 측면이 오디너리피플에서 추구하는 핏과도 연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해 주말마다 축구 동호회에 참여한다. 자연스레 주변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있다. 그들에게 오디너리피플의 옷을 선물하고, 또 나는 그들의 유니폼을 선물 받는다. 그러던 중 스포츠 웨어의 디테일을 오디너리피플의 디자인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굉장히 편안하다. 외형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알맹이만 쏙 빼온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디자인을 할 때 일상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가?

물론이다. 우리 브랜드의 타이틀이 ‘평범한 사람들’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생활 속 모든 요소가 디자인의 영감이 되어준다. 얼마 전에는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벨트를 챙기지 못 했다. 하루 종일 허리춤을 끌어올리며 바지를 입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벨트를 의복에 접목시키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래서 선보인 것이 이번 컬렉션에 등장했던 ‘벨트 팬츠’다.

일상의 모든 요소들이 오디너리피플을 만들어 나가는 듯하다.

보통의 존재들을 위한 브랜드이지 않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우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실제로 축구 동호회, 여행 등 장형철 개인의 경험이 오디너리피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번 주에는 방콕으로 여행을 떠난다. 1년 동안 고생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다. 휴식도 휴식이지만 어떤 아이디어를 얻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오디너리피플이 대중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자리 잡길 바라는가?

모든 브랜드의 숙원 사업일 것 같다. 옷을 잘 만드는 브랜드, 그리고 옷이 점점 좋아지는 브랜드. 이렇게 두 가지면 충분할 것 같다. 일부러 옷을 입어보고 세탁도 해보는 것 역시 이러한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2016년 계획을 말해 달라.

해외 무대에서 컬렉션 라인을 연착륙 시키는 것이 내년 목표다. 단순한 진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일즈도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리고 세컨드 레이블에는 정체성을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컬렉션 라인의 일부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한다. 또 다른 색깔. 컬렉션 라인에서 미처 만나보지 못 했던 의복을 제안해 보고 싶다.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관련링크 : 오디너리피플 무신사 스토어 store.musin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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