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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폰이 나와야 하는 이유

2009-03-24

SEOUL, Korea (AVING) -- 국내 휴대폰 이용자의 95%가 모바일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단말기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휴대폰으로 네이버나 다음, 야후, 구글 등에 접속해 본 사용자는 얼마나 될까?

방통위 측은 정액 데이터 요금제 가입현황을 기준으로, 이달 무선인터넷 사용자가 전체 휴대폰 사용자의 10% 대라고 밝힌 바 있다. 무선 인터넷 사용자 중 휴대폰으로 야후나 구글을 사용해본 비율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무선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야후나 다음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데는 복잡한 문제가 배배 꼬여있다.

비싼 데이터 요금제도와 빈약한 콘텐츠도 문제지만 까다로운 접속환경도 무선인터넷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네이트, 쇼, 이지아이 및 오즈를 제외한 타 포털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 오픈넷를 통한 사이트 접속

지난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이동통신 3사는 초기화면에서 다른 포털 및 인터넷사이트로 접근할 수 있도록 오픈넷을 론칭했다. 오픈넷은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과 뉴스, 방송/엔터테인먼트, 생활/쇼핑, 금융/증권, 공공/교육서비스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오픈넷에 들어가기 위해선 두 번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휴대폰에서 '네이트'(SK텔레콤), '매직엔' 또는 '쇼'(KTF), '이지아이'(LG텔레콤) 버튼을 짧게 한번 누르면 나오는 초기메뉴 화면에서 여러 개의 아이콘 중에 'WINC(윙크)' 라는 아이콘을 선택해 클릭하면 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무선인터넷 버튼을 길게 누르면 네이트나 매직엔 같은 이통사 자체 무선 포털사이트로 들어간다.

따라서 오픈넷을 사용해 외부 포털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몇 차례 단계를 거쳐야 하며, 한번 이동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버리기 때문에, 소비자 불편은 더욱 가중되는 것이 현실이다.

◆ 369+핫키를 통한 사이트 접속

윙크(WINC)는 2002년 7월, 무선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용환경을 개선시키고자 국가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국내 이동통신 3사와 공동으로, 복잡한 URL 입력 대신 번호를 통해 무선 인터넷 콘텐츠에 접속하도록 실시한 공공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숫자 369+핫키를 눌러야 한다.

네이버 369, 다음 3355, 야후 9090, MSN 6768, 구글 46645 무선 포털의 경우 비교적 외우기 쉬운 번호가 할당됐지만, 정부부처나 기관을 살펴보면 경상북도의 경우 모바일 주소가 4287223#0이며, 전남도청은 5366626#0, 거제시청은 43653#537이다. 또한 국세청은 687#33, 건설교통부 254642#2, 행자부 664242#001, 공정위 382#4662이며, 우송대학교는 9667664#1004이다.

이러한 윙크 주소는 오히려 쉽게 외울 수 있는 영문 주소보다 더 복잡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등록된 윙크주소는 약 4천개 정도로, 주요 관심 사이트 윙크 주소를 외운다고 손치더라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윙크 주소 정책의 추진 주체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윙크 주소를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방통위도 갖고 있지 않는 윙크 주소가 꼭 필요한 걸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망 개방이라는 대의명분을 놓고 윙크 주소를 더 활성화 시키기 위해 망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실제 방통위 측은 앞으로도 윙크주소를 활성화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윙크주소는 기업 입장에서 웹과 다른 윙크 주소를 홍보해야 하는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이 수반되고 사용자 측면에서는 사이트마다 무분별하게 부여된 숫자를 일일이 외워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나은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 주소검색창이 대안

주소검색창은 PC기반의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웹사이트 주소검색창을 말한다. 이는 현재 이통 3사의 무선 인터넷 초기 화면에는 생성되어있지 않지만 무선인터넷 접속체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권고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통3사가 주소검색창을 초기화면에 생성할 경우 사용자들은 영문 및 한글 주소를 쉽게 입력, 여타 사이트로 자유롭게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 이통 3사의 고민이다. 지금은 자사 망을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사용자들을 울타리 내에 묶어둘 수 있지만, 오픈 환경으로 바뀔 경우 콘텐츠 수익감소는 물론 향후 영향력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주소검색창이 휴대폰 무선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 수익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 때문에 주소 검색창 운용 주체에 대한 논란이 커질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선 인터넷의 경우는 주소 검색 기능 자체가 온라인 포털들의 핵심 수익원이 됐을 뿐만 아니라 지배력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망 개방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는 이통3사 때문에 독특한 이름을 가진 휴대폰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특정 기업과 기관의 콘텐츠를 마음껏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야후폰과 구글폰, 다음폰, 강원도폰, 현대자동차폰, 국민은행폰 등이 봇물처럼 제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도에 사는 사람이 다음 포털사이트와 국민은행을 자주 이용할 경우 "세 개의 휴대폰을 구입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오픈넷과 아이큐 150(?) 이상은 돼야 쉽게 외울 수 있는 윙크주소, 강원도폰과 현대자동차폰과 같은 황당한 휴대폰들이 세계 최고의 IT 강국을 외치던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과 하나로통신, KT-KTF 각각의 합병 인허가 조건으로 무선인터넷 망 개방 활성화를 내세웠으며, 이를 위해 주소검색창을 생성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주소검색창의 경우 국내 중소기업의 특허기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통사의 입장에서는 사용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 현실이다.

정작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을 갖고 다니면서도 그 가치와 효용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은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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