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4
지음 윤호준 출판사 조경 정가 29,000원
해마다 수많은 이들이 배낭여행을 떠나지만 긴 여정의 테마는 본인이 설정하기 나름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중심으로 투어를 즐기는 이부터 맛 따라 식도락여행을 떠나는 사람까지 다양하고도 또 무척이나 방대한 여정이 바로 배낭여행이다. 하지만 시중에 나온 몇몇의 건축서적을 제하고 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연출되는 조경건축도시공간을 소개한 디자인서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설령 소개된 서적이 있더라도 다수가 값비싼 외국서적이기에 배낭여행객들의 주머니사정으로는 구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조경디자인을 전공한 저자가 조경·건축·도시답사기 ‘디자인유랑 in Europe’을 집필하게 된 연유는 바로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배낭여행을 준비하던 대학시절, 우여곡절을 겪으며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떠난 유럽경관답사를 시작으로 7년에 걸쳐 30여 개국, 100여 도시를 유랑하며 세계곳곳의 경관을 담아왔다. 그리고 저자와 유사한 여정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주고 그들에게 본인의 과오를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집필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정된 지면 안에서 모두를 소개할 수 없기에 ‘조경학도로서 꼭 둘러볼만한 사례지’를 추리고 선별하여 대륙별로 한대 묶고, 그 첫 번째로 유럽편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을 넘기다 보면 작가의 수고로움이 묻어나지 않은 공간이 없을 정도로 읽는 내내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현장에서 삶의 흔적을 더듬고 역사를 되새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정된 시간과 경비 안에서 답사해야 하는 이들이 익혀두면 도움 될 만한 배경지식과 몇 가지 여행팁을 장소마다 기록해두었고, 보다 원활한 접근을 위해 장소별 또는 도시별 지도를 제작하여 첨부하였다. 게다가 다채로운 풍경과 그곳을 이용하는 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 700여장을 지면에 할애하여 독자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간접경험을 제공해준다.
유럽으로의 여정을 떠나는 이들이 이 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접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나라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특징을 함께 섭렵해야 한다. 이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언급된 말처럼,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로운 디자인유랑을 계획하는 이라면 이 책만으로도 후회 없는 여정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 만큼 알차게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학구열을 더해 습득하기를 원한다면 본문에 소개된 내용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자료수집을 필히 추천한다.
서문에 언급된 작가의 이야기처럼, 이 책을 통해 이미 경험한 사람들은 아련한 추억을, 그리고 새롭게 준비하는 이들은 즐거운 설렘을 느껴보길 바란다. 또한 앞으로 출간될 아시아, 북미편도 디자인유랑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