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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윤호섭이 만드는 하루하루의 녹색메시지’전

2006-02-22


2월 17일 대학로 제로원 디자인센터에서 ‘윤호섭이 만드는 하루하루의 녹색메시지’전이 시작됐다.
오는 4월 2일까지 계속될 이 전시는 그린 디자인의 선구자로 국내에 환경디자인의 개념을 전도해온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윤호섭 교수가 친환경적인 삶의 메시지와 디자인이라는 범주를 결합하여, 매일같이 실천해 온 그린 디자인 작업들을 전시하는 자리다.
전시는 무조건적으로 ‘환경 보호’의 메시지를 설파하거나, 그 당위성과 타당성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논하기 보다는 작품들을 통해 ‘생활 속의 사물들에게 좀더 관심을 가져보라’고 넌지시 말을 건네고 있었다.

취재 | 김유진 기자 (egkim@jungle.co.kr)

전시기간: 2006년 2월 17일(금)~4월2일(일) (오전 11시~오후 7시)
전시장소: 대학로 제로원 디자인센터
부대행사: 작가와의 대화 – 매주 일요일 오후2시
              어린이 녹색 생활 워크샵 – 매주 토요일 오후2시, 4시
주      최: 국민대학교
주      관: 국민대 제로원 디자인센터
문      의: 02-745-2490 www.zeroonecenter.com



소중하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중 하나가 ‘환경’이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그것을 실천해나가는 데 있어서 ‘어려운 것’ 혹은 ‘귀찮은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인식은 하되 그것이 몸소 체험되지 않으므로 그 어떤 메시지들이라도 귀따가운 잔소리로 여겨질 수 있다.

윤호섭 교수 역시 처음에는 ‘지구 생태계의 불균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의도적인 대응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작업은 점차 ‘하루하루 마땅히 실행해야 할 퍼포먼스’로 또는 ‘사물에 대한 경이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그의 작업노트에서 전한다.


이는 실제 전시되어있는 작업물들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환경과 관련된 각종 그래픽 작업들도 의미 있는 작업들이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관람객을감동시키는 것은 그가 하루하루 모아놓은 ‘쓰레기’라고 불려질 법한 헌 것들이다. 낙엽들과 각종 캔과 종이컵은 육면체로 만들어진 비닐에 들어가서 멋진 쿠션과 폭신한 의자가 되고, 같은 장소에 열렸던 전시 ‘파브리카’전의 현수막들은 재봉틀 몇 번을 통해 훌륭한 가방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것이 경이로움이 되는 것은 우리가 ‘한번 쓰고 버렸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활을 통해 암묵적으로 단일한 개념과 용도로 사용했던 물건들이, 그것도 제 생명력을 다한 것들이 다시 새롭게 변모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린디자인이란 ‘타에 해롭지 않은 질서’로 설명하면서 ‘최고의 그린디자인은 커팅하나를 다르게 함으로써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던 윤호섭 교수의 생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한발 더 전진하고 있는 셈이다.
매일 매일 전하는 이 그린 메세지 안에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생활 속의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상기시키며, 또 이로서 사회적, 정치적 기능까지 겸비한 ‘예술’로의 가능성 또한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Jungle : ‘윤호섭이 만드는 하루하루의 녹색메시지’라는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하루하루는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어떤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시 제목이 포함하는 전시기획 의도는 어떤 것인가요.
항상 현재의 순간에 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매 순간 제게 다가왔다 가는 모든 사연과 사물의 의미성에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지구 생태계의 현실을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방에 있는 그런 물건들을 늘어놓고 관람객들을 맞이하려 합니다. 그런 느낌을 공유하려는 의도입니다.

Jungle : 이번 전시에는 그간의 작업들을 많이 모아 놓아 놓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거나 손꼽을 수 있는 작업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모두 애착이 가서 특별히 지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글과 그림을 넣은 창문봉투 700개, 신문지에 손으로 직접 그린 첫 전시회 everyday eARTHday! 포스터, 인사동 퍼포먼스 관련 사진, 최근에 제작한 도심지 자전거 전용도로 그래픽 등이 있습니다. 토요일에 두 번 열게 될 어린이 환경교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Jungle : 전시를 관람할 관람객들을 위하여 이번 전시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자신의 방에 있는 물건들로 똑같은 전시회를 연다고 생각하며 보면 실감을 더할 수 있습니다. 전시현장의 공간조건을 어떻게 사용했나, 불완전한 미숙한 상태로 이런 전시도 할 수 있구나, 환경과 디자인의 문제를 이렇게도 연결시키는구나 생각해보고, 작가에게 직접 이야기를 시켜보시기 바랍니다.

Jungle : 윤호섭 교수님께서는 국내에 환경디자인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어떤 계기로 환경 문제에 대해 인식하셨고, 어떤 계기로 이러한 문제의식들이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1991년 설악산에서 열렸던 세계잼보리대회에서 만난 일본 대학생 미야시타 군의 환경에 관한 질문을 받고 지구생태계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을 통한 환경적 역할과 책임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학부에 교양필수로 ‘환경과 디자인’ 과목을, 대학원의 석사과정 그린디자인 전공을 개설하고 강의하였습니다.

Jungle : ‘디자인은 무엇이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디자인의 정의 또는 철학은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말씀 부탁 드립니다.
디자인은 반드시 생태윤리적이어야 합니다. 사실 그린, 에코, 서스테이너블, 리스펀시블 등의 수식어를 디자인에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디자인이 자원을 낭비하고 공해를 발생시키는데 앞장서거나 앞장 세워지는 것은 자존심에 관련된 일입니다.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찾고 불굴의 투지로 밀고 나가면 지구를 구하는데 일조할 수 있고 자존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Jungle : 환경문제에 있어서 디자인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이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제품의 기획, 설계, 생산, 유통, 사용,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Life Cycle)에서 설계 단계인 디자인 과정의 중요성은 막중합니다. 디자이너가 전 과정을 이해하고 환경적으로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내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윤호섭 교수는 작가노트에서 일상에서 쓰던 물건들을 모으고, 이를 소재로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유치한 행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전시를 보고 ‘감동’이라는 유치한 단어가 먼저 떠오른 것도 아마 이러한 작가의 생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 유치함이란 다시 말하면, ‘쉽게 시작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과 행동, 인식과 실천의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감동’으로 관람객들을 자극 하는 이 전시의 의미는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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