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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인사미술공간 이전기념 프로젝트, “선택의 조건 Frame Builders"

2006-05-30


2000년 유망작가를 지원하는 미술전시공간으로 출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인사미술공간은, 2005년 특화된 아카이브와 지속적인 워크숍 활동을 기초로 시각예술 프로젝트 연구개발의 토대를 갖추었다. 그리고 2006년 서올 종로고 원서동으로 이전하며 비판에서 ‘대안’으로, 대안에서 ‘보완’으로, 보완에서 ‘선점’으로, 선점에서 ‘구축’으로, 시각예술의 성장엔진을 가속해 가고 있다.

지난 5월 24일부터 열린 인사미술공간 이전기념 프로젝트 “선택의 조건 Frame Builders”는 4개 해외기관과 국내외 작가(그룹)가 참여하여 강연과 토론, 작가와의 대화, 전시, 출판 등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총 5일에 걸쳐 진행된 워크숍 중에 5월 26일에 열린 ‘작가와의 대화’를 취재, 뷕 코식, 슈가르트, 슬기 & 민, 엠/엠 파리 등을 만나 5시간 여 동안 아티스트의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만끽하였다.
이에 원서동으로 이전한 인사미술공간의 새로운 모습과 이전기념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취재 | 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지난 2000년 5월 유망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시장으로 출발한 인사미술공간은 2006년 3월 원서동 전 한국미술박물관(구 불교미술박물관)기획전시실 전관을 리노베이션하여 이전하였다. 총 4개 층으로 이루어진 인사미술공간은 지하 1층은 전시장으로, 1층은 전시와 워크숍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다용도 공간으로, 그리고 2층은 전시기획자와 작가를 연결해주는 자료들을 갖춘 동시에 소규모 세미나를 수용할 수 있는 아카이브실로, 그리고 3층은 방문객들을 위한 바를 갖춘 사무공간으로 조성하였다.

이번 인사미술공간 원서동 레노베이션의 아트디렉팅을 맡은 최정화 작가는 기존 맥락과 자연스런 어울림, 그 안에서 펼쳐지는 극적 전개를 포인트로 하여, 북촌 주변 환경과 지역 주민들에게 친화적인 건물 외관과 극적 재미를 겸비한 실내 인테리어 조성에 주력했다.
주변 환경과 지역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 건물벽돌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정문과 3층 입구는 전면 거울로 처리했다. 실내구조는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정리하고, 자연광과 시멘트를 이용한 명암의 극적 대비를 강조했으며, 옥상에는 나무를 심어 그 상징성을 더했다.

인미공의 아카이브는 다양한 전공분야의 접근이 가능한 미래형 아카이브로, 급진적 프로젝트의 출현, 작가와 연구자의 도발적 협업을 가능하게 하며, 영구적 진화를 거듭하는 대안적 아카이브를 지향한다.

한국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새로운 미술기관을 제안하고, 기관의 전략적 ‘선택’과 관련하여 관객과 기관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조건’에 대해 자문해 보고자 기획된 인미공 이전기념 프로젝트인 “선택의 조건 Frame Builders" 는 단순히 물리적 이전과 독자공간의 개관을 자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프로젝트는 또 다른 미술기관의 개념적 틀을 세우는 과정과, 이러한 정체성을 소통하는 과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생각해보고, 그것을 통해 한국미술계에 새로운 자극과 충전이 되기 위한 것이다.

"선택의 조건 Frame Builders"는 인미공이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어떤 개념적 틀을 짜야 하는가, 또 이것을 관객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하는 밀접하면서도 각각 독립적인 두 가지 문제를 다루기 위해 크게 1부 워크숍, 2부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는 오는 7월 2일까지 계속된다.

1부 워크숍에서는 보완, 연결형 기관으로서의 인미공에게 귀중한 참고가 된 베를린, 이스탄불, 빌니우스, 뉴욕의 미술기관들이 초대되어 각각 독특한 환경 조건에서 선택한 방향성과 활동모델을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다.

2부 전시는 미술이 공공의 영역에 전달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경계선 상에서 작업하는 이미지 생산자들을 초대, 인미공 전관(지하 전시장, 1층 커뮤널 스페이스, 2층 아카이브실, 3층 사무실)에 걸쳐 뷕 코식, 슈가르트, 슬기 & 민, 엠/엠(파리), 최정화 등 다섯 작가(그룹)들이 포스터, 판넬, 오브제, 도록, 잡지 및 각종 인쇄물, 비디오, 웹사이트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6일 인미공 이전기념 프로젝트 전시에 참여한 국내외 다섯 작가(그룹)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었다. 이 자리에서 작가들은 이번 “선택의 조건 Frame Builders"
전시에 선보여지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프리젠테이션함으로써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 직접 작가에게 질문할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은 원래 예정시간보다 훨씬 길어질 정도로 열띤 소통의 시간이 되었다.

프리랜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슬기(최슬기)와 민(최성민)은 각각 중앙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예일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2001년부터 같이 활동하기 시작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얀반아이크 아카데미에서 리서치 펠로우로 있으면서 2004년 벨기에 뢰벤시의 도시문화 아이덴티티를 수립하는 프로젝트를 비롯해 얀반아카데미 출판물과 인쇄물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슬기와 민이 이번 전시를 위해 제안한 작업 "IBM"(Insa Art Space Archive Book Machine)은 아카이브라는 매체를 통해 인미공의 성격을 접근해 보는 프로젝트이다. 아카이브 복사기에 슬기와 민이 미리 제작한 특수종이를 넣어두어 혹시 아카이브 이용객이 자료를 복사하게 되면 관객이 선택한 자료와 슬기와 민의 디자인이 합쳐진 인미공의 아카이브 도큐멘트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처럼 인미공은 아카이브의 실제 운영과 관객과의 이용 과정에서 슬기와 민의 장치적 개입을 빌어 아카이브 성격을 같이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홈페이지: http://www.sulki.com

1992년 미쉘 암잘락과 마티아스 아우구스티니악이 결성한 M/M(Paris)는 카탈로그 디자인과 뮤직비디오 아트디렉팅, 무대미술 등으로 음악, 패션, 그래픽 디자인 계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디자인 그룹이다.
전시 공간 디자인과 각종 인쇄물(포스터, 도록, 아티스트 북, 로고) 디자인을 진행하며 미술계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M/M(Paris)는 90년대 중반까지 주로 자켓 디자인과 오뜨꾸뛰르 브로셔에서 상업디자인 작업을 했다.
정제된 구성과 자유분방한 타이포그래피가 공존하는 M/M의 그래픽 스타일은 흔히 구스타프 모로의 유기적 디테일과 리차드 해밀턴의 팝적 요소 간의 절묘한 결합에 비유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Chain of Noises"는 M/M이 좋아하는 영국 작가 리암 길릭의 대표작 14점을 골라 디자인한 드로잉 시리즈 "Malaga, Album of Covers"라는 북프로젝트에서 나온 작업이다.
주로 텍스트 개념 작업인 리암 길릭의 작업을 디자인으로 풀어낸 드로잉이라 할 수 있는데, M/M은 특히 인미공의 특성을 의식해 ‘Fragments of Future History’ 드로잉에 하이라이트를 두었다.

홈페이지: http://www.mmparis.com

뷕 코식은 넷 아트계의 개척자로 그 이론과 실제를 이끌어오고 있는 이론가이자 작가이다. 이른바 슬로베니아 넷아트 서클의 선두주자로 ASCII(아스키코드) 앙상블 아트를 개척하기도 했으며, 뷕 코식은 특히 미술내 정치, 경제, 권력구조 내에서 움직이는 지식과 기획 프로젝트의 문제를 지적한다.

"History of Art"시리즈에서 그는 서양 미술사가 지닌 지적, 경제적 권위를 없애고 디지털 데이터화해 버리거나 픽토그램 사인으로 축약해 버린다. 1997년 도큐멘타 X에서는 공식 행사 웹사이트를 복재(클로닝)해 행사가 종료되고도 지속적으로 열려있게 함으로써 일회성에 그치는 국제 비엔날레 행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2001년 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슬로베니아 국가관에 초대되어 컴퓨터 바이러스(복구 백신도 함께)를 전시하고 기획자들에게 판매하는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지역미술과 국제 미술계 간의 인식과 간극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지닌 뷕 코식은 “Ljudmila” 디지털 미디어 아트 랩과 “net time”이라는 온라인 심포지움 채널을 설립하여 슬로베니아 지역미술계를 온라인 상에 구축, 전달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홈페이지: http://www.ljudmila.org/~vuk/

세르비아 & 몬테니그로의 2인조 작가 그룹 슈카르트(Skart)는 서구주류미술사회에 대한 대안적 작업방식과 개념적 정치미술 색채가 강한 작가들이다. 이들 작업의 핵심은 탈미디어 환경에서 지역 커뮤니티와 이루어지는 직접적 인터페이스, 수작업, 대면접촉을 통한 직접유통과 같은 비판적 커뮤니케이션이다.
원래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한 슈카르트는 시, 공연, 퍼포먼스, 건축, 드로잉,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들을 프로젝트 속에 도입한다. 손으로 직접 제작해 나눠줄 수 있는 형태의 소책자, 쿠폰, 포스터, 카드, 그림책, 주머니, 작은 기념품, 뱃지 등 소박하고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커뮤니티 말단부까지 개념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는 슈카르트가 작업한 REX, B92, Center for Cultural Decontamination 등의 VI 디자인, 인쇄물, 오브제, 배너 등과 함께 Center for Youth Creativity, Women in Black, Akademie Schloss Solitude 등의 커미션으로 제작한 각종 프로덕션 작업들이 소개된다.

아시아의 하위문화와 도시환경, 모던 팝을 응축한 대표적인 작가이자, 이번 인사미술공간 원서동 리노베이션을 디렉팅한 최정화는 아시아의 키치, 팝아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러나 화려한 색상의 거대한 음식, 꽃, 동물의 플라스틱 모형들이 연출하는 그의 스펙터클은 압축고도성장이 낳은 부조리를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니컬한 비판성을 담고 있다. 그가 즐겨쓰는 거품과 잉여, 반복의 표현언어는 마치 재래시장에서 느껴지는 야성적 카오스처럼 생경하고 통렬한 특유의 시학을 담고 있다.
특히, 비엔날레 규모의 전시에서 공공 프로젝트 규모의 작품으로 자주 초대되는 그는 1998년 26회 상파올로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타이페이 비엔날레(1998),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2001), 광주 비엔날레 (2001) 등에 초대되었다.

공간과 장소의 해석과 분야간 소통에 능한 최정화의 관심은 자연스레 인테리어, 조명, 가구 디자인 등으로 확장되어 가슴시각연구소를 설립하여 공공환경과 공공 구조물 영역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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