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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기계와 인간 사이, 그 속에 로봇이 있다

2006-08-07


최근에 한 일본 교수는 자신과 흡사한 외모의 로봇을 내놓고 자신의 역할 대행을 시킬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둘이라면 참 좋겠다란 생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외모는 사람과 흡사하게, 능력은 최신 기술을 뛰어넘도록! 로봇에 대한 사람의 노력과 기대는 지칠 줄 모른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로봇의 예술적, 문화적 작업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었다. 애초에 인간과 닮은 생명체를 창조한다는 것에서 출발한 로봇은 기술과 함께 인간의 감성까지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을 표방한 기계로서 갖는 기술적인 부분에만 관심이 편중되어 있어 감성적인 접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 과학자들에 의해 로봇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표현해내는 단계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예술가들은 로봇으로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예술적인 접근으로 로봇이 인간의 창조물로서 인간 스스로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로봇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온전한 존재가 아닐까.

이러한 미학적이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로봇을 조명함으로써 우리의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환기시켜 줄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학적인 접근이 눈에 띈 초기의 자동 인형부터 기술적인 발전이 거듭된 로봇들과 로봇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로봇의 진화뿐 만이 아니라 다양한 접근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차가운 소재가 주는 시원함과 그 속에서 표현된 따끈한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1부. 인공생명을 찾아서: 안드로이드의 탄생
인간은 자신을 닮은 새로운 생명체의 창조를 꿈꾸기 시작한다. 과학적인 근거 없이 막연한 상상력에 의존하여 신화와 문학의 분야에 등장한 이 것은 16세기부터 기계 장치에 인간의 모습을 씌우며 과학적인 접근이 시도된다.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미학적 접근과 행동을 구현할 기술적 접근의 시도가 공존하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인간의 꿈이 시작된 것이다.

전시장 첫 도입부에서 유럽의 자동 인형과 18세기 자크 드로(Jaques Droz)가 만든 자동인형의 동영상과 일본의 카라쿠리 인형(차 나르는 인형)의 실물과 작동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섬세하게 표현된 인형은 제한되고 반복적인 동작을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이는 후대의 과학과 예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2부. ‘로봇’의 등장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작가 K.차페크가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을 발표하고 로봇이 관심을 받게 된다. 로봇은 인간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관계의 부재가 문제시 되면서 이에 대한 상직적인 매체로 사용되었다. 영화와 오페라 등 문화적인 컨텐츠에 로봇이 적극적인 문화표현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3부. 새로운 인간: 보철술, 휴머노이드, 사이보그
인간을 편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때론 감정을 대신할 매개체로 인간에게 좀 더 가까워진 로봇. 인간에게 기계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과 함께 인간의 창작욕구와도 맞물려 아트 오브제로서의 새로운 형태로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언론에서도 접한 최신 휴머노이드와 로봇들을 보면서 실질적인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드려는 로봇의 현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퍼포먼스 작가 메이와뎅기의 노래하는 로봇이나 호주의 퍼포먼스 아티스트인 스텔락(Stelarc)의 뇌파와 근육 등을 전기장치로 증폭시키는 장치를 온몸에 부착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Amplified Body' 장면은 로봇이 아트 오브제로 현실에서 대중의 문화 속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4부. 로봇 문화, 공생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였기에 친근하기도 거북스럽기도 한 이런 양면성을 이용한 다양한 로봇 문화 산출물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상력에 의존했던 예전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부터 현실로 다가오면서 나타난 문화적 충돌, 가벼운 접근방식의 디자인 제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로봇 문화가 더 이상 허구가 아닌 현실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로봇을 좀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이 마련되어 있다. 로봇이야기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아이들을 위해 로봇 전시 작품인 종이 오토마타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제작 워크샵이 상설전시장(제 3 전시실)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또한 예술의 전당 내 한국영상자료원 고전영화관에서 로봇영화 특별전이 열려 8월 5일(토)부터 8월 11일(금)까지 매일 2편씩 로봇영화를 상영한다.


사람이 되고 싶다는 로봇의 외침은 끝없는 기술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인간의 꿈일 뿐이다. 사람의 탈을 쓴 기계, 로봇의 꿈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로봇은 사람들에게 로봇의 모습과 방식으로 감동을 준다. 그들은 더 이상 사람이 되려는 기계가 아닌 그냥 그 자체로 훌륭한 로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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