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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슈퍼 노멀’한 일상적 사물의 아름다움, 재스퍼 모리슨 전

2018-12-12

우리는 일상적인 것에서는 쉽게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지만, 그 안에는 특별함이 존재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은 일상 속 평범한 물건에서 영감을 받아 실용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재스퍼 모리슨 특별전 ⓒ Dahye Jeong for GLINT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사물의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가 된 재스퍼 모리슨의 디자인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가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다.

 

재스퍼 모리슨 ⓒ Elena Mahugo   

 

 

영국에서 데뷔한 그는 30여 년간 비트라(Vitra), 무인양품(Muji), 삼성전자(Samsung), 알레시(Alessi), 카펠리니(Capellini), 마루니(Maruni)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수많은 제품들을 선보여왔다. 2006년에는 일본 디자인계의 거장 후카사와 나오토(Naoto Fukasawa)와 함께 ‘슈퍼 노멀(Super Normal)’전을 기획, 단순하고 기능적인 일상의 사물을 재조명해 ‘평범한 것’에 깃든 아름다움과 저력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전시장 입구 ⓒ Dahye Jeong for GLINT

 

 

2019년 바우하우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는 모더니즘 디자인의 계승자이자 ‘슈퍼 노멀’ 철학을 선보인 재스퍼 모리슨의 첫 회고전이다. 전시의 제목은 ‘Jasper Morrison: THINGNESS’로, 그의 대표작들이 빠짐없이 소개하는 전시다. 

 


재스퍼 모리슨의 ‘이미지 강연’이 상영되는 ‘언어가 없는 세계’. 이 공간의 의자도 재스퍼 모리슨의 디자인이다. ⓒ Dahye Jeong for GLINT

 

 

전시는 영상작품으로 시작된다. 재스퍼 모리슨의 영감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 세계(a world without words)’다. 영상에는 장프루베(Jean Prouvé), 찰스& 레이임스부부(Charles & Ray Eames) 등의 전설적인 디자이너부터 덴마크의 우체부, 스페인의 투우사까지 다양한 이미지가 등장한다. 그의 디자인 작업에 영감을 주는 자료들을 편집한 이 영상은 설명이나 소리 없이 오직 슬라이드 쇼만 보여주는 그의 이색적인 ‘이미지 강연’으로,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이국적인 배경음악과 함께 영상을 볼 수 있다. 

 

 

재스퍼 모리슨의 작품들을 총망라하는 ‘사물들’ ⓒ Dahye Jeong for GLINT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재스퍼 모리슨의 30여 년간의 레퍼토리를 총망라하는 ‘사물들(Thingness)’에서는 초기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의 의자(Thinking Man’s Chair)〉부터 최근 출시된 만년필과 안경까지 그가 디자인한 100여 가지 제품이 전시되며, 디자인을 위한 그의 최초의 영감, 아이디어 스케치, 비하인드 스토리, 완성품 등을 일련의 과정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이 탄생하게 된 계기, 포스터 이미지에서 보았던 〈합판 의자(Ply wood)〉가 만들어진 배경, 단순하게 생겼지만 기능을 발휘하는 디자인, 삼성의 객원 디자이너가 된 계기작 등 기능에 충실한 고유한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작품들과 함께, 5년에 걸쳐 디자인한 가방, 산업 폐기물로 만든 친환경적인 의자, 여러 브랜드를 위해 그가 디자인한 가구, 부엌 용품, 식기, 가전제품 등 어디선가 보았던 혹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이 전시되며, 지금도 하노버에서 볼 수 있는 트렘 디자인도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3층 재스퍼 모리슨의 포토 에세이를 볼 수 있는 ‘좋은 삶’ ⓒ Dahye Jeong for GLINT

 

 

‘좋은 삶(The Good Life)’에서는 재스퍼 모리슨의 눈길이 머물렀던 사물과 풍경들을 담은 포토 에세이를 통해 그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좀더 감성적으로 전한다. 그가 기록한 깨진 화분, 표지판, 상점의 쇼윈도 같은 모습과 유머러스한 글은 평범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의미를 발견하는 그를 느끼게 한다. 

 

피크닉은 이번 전시를 기념해 ‘익명의 평범한 물건이야말로 가장 큰 영감의 대상’이라 말하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잘 보여주는 재스퍼 모리슨의 포토 에세이집 〈The Good Life-일상적인 사물의 재발견〉을 번역 출간한다. 

 


‘재스퍼 모리슨 숍’ ⓒ Dahye Jeong for GLINT

 

 

전시에서는 런던에 있는 재스퍼 모리슨 숍의 분위기를 재현한 ‘재스퍼 모리슨 숍(Jasper Morrison Shop)’도 꾸며진다. 그가 직접 런던에서 보내온 도안을 그대로 구현한 이곳에서는 문구, 식기, 조명, 전자제품 등 그가 디자인하거나 그가 선별한 생활용품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들여온 10년 전 생산됐다 단종된 무인양품의 시계는 전시 하루 만에 모두 판매됐지만, 전시장에서 만났던 몇몇 작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루프톱에 마련된 ‘재스퍼 모리슨 라운지’ ⓒ Dahye Jeong for GLINT

 


 
‘재스퍼 모리슨 라운지(Jasper Morrison Lounge)’는 휴식 공간이자 그의 작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테이블, 의자, 조명, 오브제 등 그의 디자인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면서 그의 디자인 세계를 더욱 가깝게 느껴볼 수 있다.

 

재스퍼 모리슨의 ‘슈퍼 노멀’한 디자인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평범함의 위대함’을 믿었던 그의 디자인 세계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좋은 물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이자, 우리의 일상과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는 2019년 3월 24일까지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글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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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노멀 #모더니즘 #바우하우스 #재스퍼모리슨 #피크닉 #THINGNESS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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