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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인터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참여한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 임승후 캐릭터 애니메이터

2018-12-25

영화에서 시나리오만큼 중요한 것이 등장인물이라면 애니메이션 영화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재미를 좌우하는 것 역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캐릭터의 톡톡 튀는 모습과 섬세한 이야기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캐릭터 애니메이터는 영상 작업을 통해 사람이나 동물, 로봇이나 물건 등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 위해선 스토리보드의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체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캐릭터의 동작과 연기, 소품, 배경, 카메라의 동선까지도 구상해야 하는데, 애니메이션 작업뿐 아니라 배우와 촬영 감독의 역할까지 해내야 하는 것이 바로 캐릭터 애니메이터이기 때문이다.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 임승후 시니어 캐릭터 애니메이터 

 

 

임승후 캐릭터 애니메이터는 캐나다 밴쿠버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Sony Pictures Imageworks)에서 시니어 캐릭터 애니메이터(Senior Character Animator)로 활동하고 있다. 원작의 디테일과 감성뿐 아니라 풍부한 영상미, 실사 영화 이상의 생동감으로 전 세계의 호평을 받고 있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도 참여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에서 시니어 캐릭터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한국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독학으로 웹디자인을 시작, 웹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다소 늦은 나이 유학길에 올랐다. 10년간 애니메이터로 활동 후,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 활동하기까지, 그동안의 과정과 캐릭터 애니메이터로서 하는 일, 더 완성도 높은 작업을 위한 그만의 노하우를 들어본다.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 시니어 캐릭터 애니메이터로 근무하고 있는 임승후 입니다. 

 

한국에서는 물리학을 전공하셨는데요, 어떻게 디자인을 하게 되셨나요?
어려서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미대에 진학하지 않고 생뚱맞게 물리학을 공부했어요. 자연의 원리를 깊숙이 탐구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서 선택했는데, 학교를 다니면서도 계속 미술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래서 끈을 놓지 않았죠. 1995년 군 입대를 앞두고 인터넷과 HTML 관련 신기술에 흥미가 생겨서 원서를 찾아가며 독학을 했는데, 제대하고 나니 마침 벤처 붐이 일어났고, 운 좋게 웹디자인 쪽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졸업하고 조그마한 게임 회사에 웹디자이너로 취직을 했는데, 여러 가지 디자인 업무를 도맡아 하다가 게임 그래픽 쪽으로 업무를 완전히 바꾸게 됐어요. 캐릭터 디자인, 배경 그래픽 등을 시작으로 게임 애니메이션도 만들어내야 했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때쯤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정식으로 애니메이션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게 결국 저를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네요.  

 

유학을 비교적 늦게 떠나셨는데요, 결정이 어렵진 않으셨나요?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모든 걸 정리하고 2006년 1월에 혈혈단신 유학길에 올랐는데, 그때 나이가 서른셋이었어요. 인생을 걸고 도전하기엔 위험한 나이일 수도 있는데, 당시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200%였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미쳤었구나...’하는 생각 밖에 안 드네요(웃음).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카데미 오브 아트(Academy of Art University)의 3D 애니메이션 석사과정에 들어갔어요. 지리적인 이점 덕분에 현직 픽사(Pixar) 애니메이터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소위 ‘픽사 클래스’라고 불리는 특별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으로 유명했거든요. 그 수업 덕분에 운 좋게 바로 다음 해부터 인턴으로 남코반다이(Bandai Namco Games America)에서 게임 애니메이터로 일할 수 있었어요. 

 

 

 

임승후 캐릭터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19곰 테드 2〉 

 

 

애니메이터로서 본격적인 활동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2008년 8월에 석사 학위를 마친 후, 티펫 스튜디오(Tippett Studio)라는 영화 특수효과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캐릭터 애니메이터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 회사는 필 티펫(Phil Tippett)이라는 전설적인 영화 특수효과 전문가가 설립한 회사로, 〈쥬라기 공원〉, 〈트와일라잇〉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로보캅〉, 〈스타쉽 트루퍼스〉 등의 영화 특수효과 작업으로 유명해요. 저는 〈캐츠 앤 독스 2〉에 투입돼서 고양이와 강아지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했어요.  

 

그 후, 루마 픽처스, MPC, 일로라라는 영화 VFX 회사들을 거치면서 〈언더월드4〉, 〈구스범스〉, 〈19곰 테드 2〉 등의 작품에 참여했고, 2015년 소니픽처스에 입사하면서 〈수어사이드 스쿼드〉, 〈고스트 버스터즈〉를 시작으로, 〈스머프: 비밀의 숲〉, 〈이모티: 더 무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거쳐, 현재 〈앵그리버드 더 무비 2〉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임승후 캐릭터 디자이너는 〈스머프: 비밀의 숲〉, 〈이모티: 더 무비〉 등 다양한 작업에 참여했다. 

 

 

소니픽처스에는 어떻게 입사하셨나요?
소니픽처스는 픽사, 디즈니와 더불어 제가 졸업하기 전부터 일해보고 싶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회사들 중 하나였어요. 졸업하기 전부터 채용담당자와 입사 이야기를 계속 주고받았는데, 여러 상황이 맞지 않아 번번히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수시로 문을 두드린 결과 졸업 후 7년 만에 입사하게 됐네요.

 

애니메이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아티스트를 통칭해서 애니메이터라고들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미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칭해요.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되면 준비단계(프리 프로덕션), 제작단계(프로덕션), 후반작업(포스트 프로덕션)의 세 단계로 크게 나눌 수가 있겠는데요, 3D 애니메이터는 CG를 이용해서 제작단계, 또는 후반작업의 단계에서 화면 속에 등장하는 모든 움직이는 것들에 대한 작업을 전담하죠. 이 중 저와 같은 ‘캐릭터 애니메이터’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동물, 또는 로봇이나 물건 등을 물리적인 움직임과 연기를 통해서 감정과 스토리를 감독이 원하는 바에 맞게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는 영상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애니메이터는 영화제작과정 중 어떤 작업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는지, 누구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지 궁금해요.
애니메이터는 스토리보드로만 이루어져 있던 추상적인 장면을 영화에서 보여지는 최종 결과물로 변환하는 가장 첫 번째의 단계를 담당하게 돼요. 즉 스토리보드를 설계도라고 한다면, 그걸 바탕으로 실제 건물을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한다고 보시면 되죠. 그러다 보니 스토리보드 작업이 애니메이터와 가장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스토리보드가 있으면 그만큼 문제없이 수월하게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설사 스토리보드가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감독이 작업을 리뷰하다 보면 가끔은 더 욕심이 생기거나 자신이 원했던 의도가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작업 중간중간에 상황을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기 때문에 감독 또는 슈퍼바이저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저희가 신경 써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킥오프’라고 불리는 미팅이 있어요. 주로 새로운 시퀀스를 만들기 전에 하는 미팅인데, 감독, 슈퍼바이저, 해당 시퀀스에 참여하는 애니메이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죠. 이 미팅에서 스토리보드와 레이아웃을 확인하면서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숙지하고, 특별히 원하는 동작이나 연기가 있는지 파악하고요. 필요한 캐릭터와 소품, 배경 및 카메라 동선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조명팀이나 이펙트팀 등 다른 부서들과 협력해야 할 작업이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하게 돼요.

 

이 미팅이 끝나게 되면 개개인별로 샷을 부여받게 됩니다. 보통 각 애니메이터의 성향이나 경력, 강점에 따라서 캐스팅되는 샷의 성격이 달라지게 되는데요, 그때부터 그 샷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동선, 대사, 연기 등 모든 것은 애니메이터가 통제하게 돼요. 말하자면 애니메이터가 해당 샷의 배우 및 촬영 감독이 되는 셈이지요. 큰 줄기는 스토리보드에서부터 이미 정해져 있지만, 어떤 표정과 제스처를 통해 그 의미를 전달할지, 연기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결정은 저희가 모두 다 하게 되는 셈이죠. 스토리보드보다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감독에게 어필을 하기도 해요. 

 

작업 계획이 수립되고 나면 자료 조사를 해요. 특정한 연기를 참고하기 위해 영화 장면을 찾아본다든지, 유튜브 등을 통해서 영상을 검색하기도 하고요, 직접 연기를 해서 영상을 캡처하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제가 직접 연기를 해서 제작에 참고하는 편이에요.  

 

이제 비로소 컴퓨터 앞에 앉아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이 작업을 보통 ‘블락킹(Blocking)’이라고 합니다. 며칠 작업한 후 진행 상황을 슈퍼바이저와 감독에게 보여주고, 요구하는 사항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점검하게 되죠. 운 좋게 한 번 만에 OK 사인을 받게 되면 바로 마무리 작업(Polishing)을 하게 되지만, 보통은 이런저런 몇 가지 수정 사항이나 더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받게 되고, 몇 번의 수정 작업을 한 후에 마무리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작업, 가장 어려운 작업은 무엇인가요?
제 경우에는 블락킹 작업, 즉 작업 초기 단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중요하면서 어려운 작업인데요, 건물의 뼈대를 세워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예상을 미리 해야 하고, 최대한 감독의 의도를 잘 전달해 줄 수 있도록 기초를 쌓아 올려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뼈대가 흔들리면 그 뒤 작업들이 아무리 좋다 해도 결국 누구의 마음에도 들지 않는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소니픽처스 이미지웍스에는 몇 명의 캐릭터 애니메이터들이 있는지, 한 영화당 몇 명의 애니메이터가 투입되는지 궁금해요.
현재 소니픽처스에는 약 120명 정도의 캐릭터 애니메이터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프로젝트의 숫자에 따라서 매우 큰 변화를 보여요. 작년에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포함한 3개의 큰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는 소니픽처스 역사상 가장 많은 300여 명의 애니메이터가 근무하기도 했었어요. 

 

보통 소니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는 한 작품 당 100~110여 명의 애니메이터가 참여하게 되고요, 전체 인원은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한 프로젝트당 5~600명 정도라 보시면 됩니다. 

 

한국 애니메이터들은 어느 정도 되나요?
한국 분들은 현재 약 20명 정도 되는데, 이 중에는 교포 분들도 있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공부하신 후 취업하신 분도 있고, 또 실력을 인정받고 한국에서 바로 건너오신 분들도 계세요. 

 

시니어 애니메이터가 담당하는 특별한 업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한 작품에서 시니어로 근무하는 애니메이터들은 대략 전체 인원의 2~30% 정도 되는데요, 주로 담당하게 되는 임무는 감정이나 스토리 전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장면, 기술적으로 복잡한 장면, 급하게 끝내야 하는 작업 등이에요. 함께 일하는 주니어 애니메이터들이나 새로 작품에 참여하는 신규 애니메이터들에게 여러 가지 멘토링을 해주는 역할도 해요. 또한,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일 때, 슈퍼바이저들과 함께 캐릭터의 성격이나 동작 등에 대해서 함께 연구하고 샘플 및 테스트 작업을 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그림은 당연히 잘 그려야 할 것 같고요, 또 그 외에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까요? 
비밀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애니메이션 산업이 2D에서 3D로 전환되면서 손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애니메이터로 성공을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당연히 그림 그리는 실력이 좋다면 유리한 점이 매우 많겠지만, 3D 소프트웨어로 그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거든요. 단, 알아두셔야 할 점은 그림을 못 그린다는 게 미술에 대한 감각까지 없어도 된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단지 손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말할 뿐이죠. 붓이나 연필 대신에 마우스와 컴퓨터를 통해서 재능이 고스란히 전달되거든요. 

 

필요한 다른 능력을 말씀드리자면, 캐릭터 애니메이션에서는 연기 실력도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공부할 때 연기 수업을 꽤 많이 받게 되는데요, 전문적인 영화배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할리우드 애니메이터들은 기본적인 연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저희 목소리나 얼굴이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결국 스스로가 애니메이션 속의 연기자가 돼야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이 일은 끈기가 무척이나 많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단 1초의 샷을 작업하는 데, 일주일 내내, 가끔은 몇 주 동안 컴퓨터와 씨름할 때가 있어요. 하루 종일 똑같은 장면과 대사를 수백 번씩 되풀이하면서 단 한 곳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기도 하고요, 본인의 장면 속 한 픽셀이라도 허투루 움직이는 부분이 없도록 모든 걸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완벽주의적인 모습도 필요합니다.

 

본인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꼽으신다면?
지금껏 잘 모르고 있었는데, 동료 애니메이터들이 저더러 코미디 연출에 출중하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지금껏 했던 작업들을 다시 떠올려보니 대부분 그런 샷들이더라고요. 저는 감정적이고 진지한 샷을 하고 싶었는데, ‘감독이나 슈퍼바이저들이 코미디 샷만 주로 의뢰한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이제 드네요.

 

본인의 스타일과 다른 작업을 해야 할 땐 어떻게 조율하시나요?
큰 회사이다 보니, 대체적으로 개개인의 장단점에 대해서 이미 파악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거의 대부분 각자 스타일에 맞는 작업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끔은 전혀 해보지 않았던 생소한 작업이 들어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런 작업을 주로 했었던 동료에게 찾아가서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구하고, 기존의 영화나 유튜브 등에서 찾은 영상 등, 레퍼런스를 참고해 작업합니다.

 

작업을 할 때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보통 샷 작업 시작 전에 연기 레퍼런스를 찍는데, 매번 최소 15~20 테이크 이상 촬영하는 것 같아요. 2~3초짜리 샷의 레퍼런스를 촬영하기 위해 보통 한 두 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렇게 반복적으로 연기를 하면 대사 처리도 점점 자연스러워지게 되고, 캐릭터 몰입도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신이 나서 제가 마치 배우가 된 듯 의상을 비슷하게 차려 입고 촬영을 하기도 해요. 촬영이 끝난 후 영상을 점검하면 항상 거의 마지막에 했던 테이크가 가장 자연스럽고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 작업시간의 반 정도는 항상 여기에 쓰게 되는데, 결국 좋은 샷을 만들어 내는 훌륭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계속 이런 방법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포스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크린 샷. 임승후 캐릭터 애니메이터는 이 영화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작업인가요? 
두 말할 나위 없이 최근 끝마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트 스타일이 기존의 전형적인 3D 애니메이션과는 완전히 달랐고, 학교를 다니면서 배웠던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기법들을 무시하는 파격적인 작업이었거든요. 거기에 더불어, 스피드 라인, 말풍선, 의성어, 의태어 등 코믹북에서나 사용돼 왔던 여러 기법들은 물론이고, 인쇄 매체가 가지는 고유한 단점들까지 영상화 시키는 작업 역시 애니메이터들이 담당해야 했기 때문에 제작에 두 배 이상의 인원과 시간이 들어갔습니다. 보통 한 작품에 6~8개월 정도 참여하고, 일인 당 일주일에 4~5초 정도의 영상 분량을 작업하게 되는데, 〈뉴 유니버스〉 프로젝트에는 1년간 투입됐고, 일주일에 단 1초 길이의 장면도 끝내지 못했던 적도 많이 있을 정도로 고생을 했어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자면, 영화를 보실 때 클로즈업 한 캐릭터들의 얼굴을 한 번 자세히 살펴보세요. 눈 주변, 코 주변에 코믹북 일러스트레이션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주름 라인들이 표정이 변할 때마다 움직이는 게 보일 텐데요, 그게 모두 애니메이터들이 하나하나 프레임마다 움직여 가면서 작업한 거예요. 또 하나, 코믹북 스타일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성어, 의태어들을 영상 속에서 실제 글자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했는데, 공개된 트레일러 중에 마일즈와 피터가 컴퓨터를 들고 도망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마일즈가 베이글을 던질 때, 맞은 사람 머리 위로 ‘BAGEL!!’이라는 글자가 나타나는 재미난 장면이 있는데, 이 글씨는 폰트를 사용해서 넣은 게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주름 라인을 만들 때 사용되었던 재료들을 몇 개씩 조합해서 글자처럼 만들어 사용한 거예요. 제가 작업한 대부분의 샷들은 극장에서나 보실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기법들을 사용해서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으로 만들었습니다(웃음).

 

이렇게 고생해서 완성했는데 관객들 반응이 과연 좋을까 의구심도 많이 가졌었고,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방식이다 보니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해서 구성원들 간의 좌절과 갈등도 많았었어요. 그래도 서로 믿고 계속 작업하다 보니 점점  “이건 반드시 성공한다”하는 확신이 들었고, 결국 하나하나 시퀀스가 끝날 때마다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럽게 나와서 기대를 많이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전 세계의 평론가와 관객들이 열렬한 호응을 보내주시니 그동안의 고생과 아픈 기억들이 눈 녹듯 사라지네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포스터와 함께 한 임승후 캐릭터 애니메이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개봉을 앞둔 영화가 있다면 소개도 함께 부탁드려요. 
현재는 소니픽처스의 내년 여름 개봉작인 애니메이션 〈앵그리 버드 더 무비〉 속편 제작에 참여하고 있어요. 몇 개월 사이에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돌아와서 좀 어색하긴 하지만, 1편보다 훨씬 재미있는 내용이라 신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뉴 유니버스〉의 후속편과 스핀 오프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계속 소니에서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애니메이션들을 많이 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런 좋은 작품들에 꾸준히 참여하고픈 생각이고요, 또 그동안 미루어 왔던 개인 단편 애니메이션도 틈틈이 작업해서 완성할 생각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임승후(seunghooih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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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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