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프로덕트 | 인터뷰

낡아도 멋스러운 단 하나의 디자인

2019-01-08

청바지는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다. 어떤 것을 입어도 좋지만 특히 좀 된 청바지는 마치 맞춤복처럼 내 몸에 잘 맞아 입을수록 정이 간다. 오래 입어 처음과 느낌이 달라져도 괜찮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름의 멋이 담기는 옷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즈가 변하거나 유행이 바뀌면 정들었던 청바지와도 작별을 고하게 된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청바지는 특히나 너무 아깝다. 그래서 입을 수 없는데도 무리해서 몇 년씩 묵혀두기도 한다. 

 

할리케이의 핸드백 제품

 

 

할리케이는 이런 청바지를 활용해서 청바지의 모든 매력을 담은 업사이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화가인 업사이클 디자이너 김현정 대표는 미래를 위한 창작을 하기 위해 할리케이를 만들었다. 화학적인 가공 대신 시간이 흐를수록 멋스러워지는 디자인으로 친환경적인 패션 소품 및 생활용품을 제작한다.  

 

낡음의 미학, 사용자의 히스토리에 주목하는 할리케이에서는 모든 청바지가 귀중한 재료가 된다. 특히, 김현정 대표에게 청바지의 낡은 물빠짐은 ‘가공하지 않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할리케이는 이 청바지들에 자투리 리넨, 스트라이프, 스프레이, 아크릴 물감 등을 이용해 재가공, 청바지의 특징을 살린 현대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할리케이의 디자인은 레드닷디자인어워드 수상을 통해 그 특별함을 인정받았다. 1월에는 파리에서 열리는 메종오브제에 참가해 그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할리케이 김현정 대표로부터 들어본 할리케이의 단 하나뿐인 이야기. 

 

할리케이만의 느낌이 가득 담겨있는 가방

 

 

할리케이는 어떻게 지어진 이름인가요?
Harlie K(Kim)는 미국 유학 시절 필명이에요. 작가로 활동할 때 썼던 필명을 업사이클 전문 회사를 세우면서 자연스럽게 계속 쓰게 됐죠.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와 작가주의적인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어요.

 

어떻게 할리케이를 만들게 되셨나요?
2013년 가족과 귀국하면서 너무나 많은 이삿짐으로 인해 이 물건들을 쌓아 두고 사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인간이 만드는 환경문제도 걱정이 됐고 회의감이 들었죠. 지금은 괜찮은데 초반엔 한국의 공기 오염 때문에 감기가 낫질 않아 고생을 하기도 했거든요. 

 

한국에 와 보니 좋은 수업들이 정말 많았어요. 미국에서 취미 삼아 하던 액세서리 디자인에 원단을 넣고 싶어 봉제 수업을 듣다가 푹 빠져버렸어요. 빈티지 액세서리, 원단 등에 관심이 많았고, 세 아이들이 자라면서 못 입게 되는 옷, 특별히 기념일에 받은 선물과 같이 추억이 있는 옷 등을 모아 패치워크를 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청바지는 낡을수록 멋이 있었고,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했죠.

 

마침 2015년에 오픈한 광명업사이클 센터에 강사 제의가 들어와서 청바지 업사이클 수업을 시작했어요. 대구에서 광명까지 KTX로 2시간 15분이 걸리는 터라 소풍을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죠. 2015년 10월부터 3년간 강의하면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수강생들과 함께 성장하게 됐어요. 강의와 디자인연구가 주된 작업이었던 제가 2017년 10월 대구에 위치한 한국업사이클센터에 입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자인과 양산을 시작, 업사이클 패션잡화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여러 가지 재료가 업사이클링된 벨트백

 

 

청바지를 수거해 다양한 오브제를 만들고 계신데요, 청바지를 활용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시작은 단순한데요, 광명업사이클센터에서 진행한 업사이클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디자인을 했던 청바지 클러치가 시작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업사이클 소재로 청바지를 사용하시는데요, 저도 특별한 시작점은 없었어요. 다만 수거된 청바지의 다양한 물 빠짐,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이 나타나는 청바지의 워싱에 특별히 주목해 제작하게 됐어요. 유럽에선 사용자가 입고 난 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빈티지 청바지를 재판매하기도 해요. 

 

일부러 탈색하지 않아 색상이 자연스럽고, 덤으로 목화 재배에 사용되는 비료, 물, 탈색을 위해 사용되는 화학공정 등의 환경적인 훼손을 줄일 수 있어 할리케이의 디자인을    ‘the better blue: 더 나은 파란색: 청출어람’이라고 네이밍하게 됐어요. 인공적인 가공이 아닌, 자연스러운 탈색이 데님을 사용하는 큰 이유죠. 

 

일상에서 구하기 쉬운 소재, 일반 소비자들이 접하기 쉬운 재료이기 때문에 청바지를 선택한 것도 있어요. 업사이클 수업 때는 2~3장씩 가지고 오신 청바지를 클래스 구성원들과 함께 사용하도록 유도해요. 여러 사람이 가져온 청바지를 나누어 쓰면 더욱 다양한 색상이 되기도 하고, 교육의 목표인 공유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알려드릴 수 있거든요. 

 


할리케이의 제품 제작 과정. 수거한 청바지를 모두 해체해 가공한다. 

 

 

청바지 수거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제품 제작은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청바지 수거와 제품 제작은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돼요. 시즌별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1달 정도 원단 해체 가공을 하고, 30년 경력의 전문가의 손길로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요.

 

청바지 수거는 때때로 후원자의 참여를 동반하기도 해요. 이번에 참가한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5장의 잠자는 청바지를 보내주시면 에코백을 만들어드린다고 했는데, 많은 분들이 데님 도네이션 드라이브에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많은 분들께서 참여해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도네이션 외에는 지역 바자회 등을 통해 싸게 구입하기도 해요.

 

도네이션으로 받은 청바지는 가공해서 제품 제작에 사용하는데요, 데님을 모아서 해체하고 가공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제품 제작 공정이 긴 편이에요. 

 


어르신, 경력단절여성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에도 주목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업사이클 제품을 제작하면서 점점 사회와 환경 이슈에 주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업사이클 제품 제작이 공익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수거와 원단 해체, 봉제 과정은 매우 노동집약적인 일이에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 아닌, 단순 반복적인 프로세스죠. 초보자도 쉽게 동참할 수 있어요. 따라서 어르신들이나 지역자활센터 분들 등 일을 막 시작하시는 분들과 같이 일을 할 수 있죠. 현재 해체와 가공 작업은 시니어 클럽, 경력단절여성(이 단어를 좋아하진 않아요!) 클럽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단순 작업만 하시던 어르신들, 새롭게 이 일을 시작하신 여성분들이 작업을 하시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시는데요, 작업이 종료된 후 집에서 가지고 오신 재활용 소재 등으로 자신만의 디자인을 하실 때 매우 뿌듯합니다. 향후 이런 활동이 경제적인 수익이 될 수 있도록 할리케이의 강사진들은 많은 구상을 하고 있어요. 시작점에 있지만, 올해는 ‘the공up(더공업)’이라는 브랜드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해요. 더공업은 ‘더욱더 공통으로 업사이클을 향상 시기다(up)’라는 가치로, 시니어 클럽, 경력단절여성, 중증 장애인, 청년예술가와의 컬래버레이션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자투리 청바지 패치워크로 제작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트 홈슈즈’ 

 


바닥은 회색의 펠트 소재를 활용해 푹신하게 디자인했다. 

 

 

최근 텀블벅에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셨는데요, 어떤 제품인가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트 홈슈즈’라는 타이틀이었는데요, 청바지 자투리를 패치워크 하는 형식으로 바닥은 회색의 펠트 소재를 이용해 푹신하고 재미있게 디자인했어요. 자투리 청바지 패치워크라 똑같은 짝이 없고 믹스 매치되는 스타일이에요. 세상에 같은 디자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업사이클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한 켤레를 고르는데 상당히 신중하게 선택하시는 소비자 분도 계셨는데, 두 짝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아 보였어요. 방송국 기자분이 촬영을 하고 계셨는데, 고객분과 제가 서로 등을 돌리고 열심히 매칭슈즈를 찾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죠(웃음).

 

 

청바지의 매력과 할리케이만의 디자인 철학이 담긴 할리케이의 백팩과 핸드백

 

 

첫 번째 크라우드 펀딩 땐 어떤 제품을 선보이셨나요?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시스템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제 나이를 생각하신다면 첨단을 이해하는데 꽤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아셔야 해요(웃음). 첫 번째 펀딩에서 the better blue 핸드백, 백팩, 클러치, 팔찌, 열쇠고리 등을 선보였어요. 제품을 출시하면서 브랜드 CI, BI를 새롭게 정리하고, 온라인상의 스토리를 정리하는 등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죠. 

 

펀딩을 성공적으로 종료한 후 많은 분들의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좋은 반응도 많았지만, 청바지의 올풀림과 같은 특성, 제품 각각에 대한 차이점을 알려드려야 하기도 했어요. 업사이클 제품, 특히 사용했던 제품으로 상품을 제작할 때, 소비자에게 그 특성들을 온라인상으로 설명하는데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어요.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호응이 높은 편이라 앞으로는 오프라인 입점에 보다 신경 쓸 예정이에요. 

 

할리케이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빈티지’함, ‘작품 같은 제품’이 아닐까 해요. 청바지처럼 낡을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소재가 있을까요? 낡은 청바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라 생각해요. 일정한 폭으로 재단해 올을 풀어 원단을 새롭게 만든 이유는 여러 장의 낡은 청바지가 모여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물결무늬를 보다 시각적으로 보여드리고자 했기 때문이에요. 

 

또, 할리케이의 제품을 보시는 소비자분들 중 많은 분들이 ‘와, 예쁘다’라고 반응하세요. 업사이클의 가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디자인은 역시 예뻐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다 환경적 요소가 따라가는 업사이클 제품이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청바지 외에 다양한 업사이클링 재료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할리케이 제품은 펀딩 이후에는 구매하기 힘든데, 이런 방식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품이 프로젝트 형식이라 한정된 기간에 생산을 하는데요, 수작업이 많은 관계로 원단 가공과 제작이 끝나면 그 시즌에 작업은 종료돼요. 다만 다음 시즌에 또 선보일 수 있겠죠.

 

예를 들어 the better blue 시리즈의 1차 펀딩과 판매가 종료된 제품은 다음 시즌에 색상과 디자인 수정을 거쳐 생산돼요. SS / FW 시즌별로 제작되는데, 많은 물건을 만들기보다는 만든 제품이 다 소진되길 바라요. 제품 생산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기 때문에, 익스클루시브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남김 없는 제작이 저희가 바라는 방향입니다.

 

‘2018 레드닷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하셨어요. 어떤 평가를 받으셨나요?
2018년을 돌아보면 레드닷 수상 전과 수상 후가 될 것 같아요. 업사이클이나 친환경이 아닌, 레드닷 디자인 콘셉트 패션부분에서 위너(WINNER)상을 수상했어요. 많은 분들이 업사이클 제품이니 당연히 친환경(Green) 카테고리일 거라고 생각들을 하시는데, 업사이클 제품이라서가 아니라 패션 제품으로 경쟁을 하고 싶었어요. 

 

해외에서 16년을 살면서 패션시장의 다양성과 친환경에 대한 관심, 핸드메이드에 대한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제가 부티크에서 액세서리를 팔 때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가 ‘한국 같으면 이 금액에 반 정도만 받을 거다’라고 이야기하던 게 기억이 나는데요. 한국 패션이 예전보다는 다양해졌음에도 여전히 브랜드 선호도가 매우 높고, 신진 디자이너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요. 

 

업사이클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여러 공모전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낙방을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해외 공모전에 눈을 돌리게 됐죠. 레드닷 수상이 바로 그렇습니다. 같은 시기에 메종오브제 영 디자이너 공모전에도 지원했는데, 최종 후보군에 있었는지 메종오브제 참가를 권유받았어요. 

 

메종오브제에도 참가하시죠? 어떤 제품들을 선보이시나요?
2차 펀딩을 통해 선보였던 아트홈슈즈, the better blue FW 시즌 제품, 그리고 2019년 SS 신상인 커피마대자루, 청바지 패치워크, 업사이클 액세서리 등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할리케이 김현정 대표

 

 

할리케이가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길 바라시나요? 
예쁘고 멋진 업사이클 제품을 디자인하는 브랜드, 지역과 사회와 같이 성장하는 회사입니다.

 

할리케이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요?
30대의 저는 세 아이의 엄마였어요. 아이들을 키우는 틈틈이 예술, 공예활동을 취미 삼아 했었는데, 어찌 보면 달리기하기 전 기초체력을 쌓듯이, 디자인 아이디어를 모으고 몸풀기를 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혹시 지금의 상황이 자신의 꿈과 거리가 멀다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몸풀기를 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준비를 하고 있다면 어떤 계기든 실현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해주세요.
업사이클 소재의 폭을 넓힐 예정이에요. 커피마대자루, 자투리 원단, 한복지 자투리 등 소재의 폭을 넓히되 할리케이의 특징을 잘 담아내고자 합니다. 스토어에서 할리케이의 제품을 직접 보실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고요.

 

또,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초석을 다지고자 해요. 지역의 청년예술가, 디자이너 등과 협업 등에도 관심이 많아요. 또,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있다는 것은 단점도 되고 장점도 되는데요, 대구에 할리케이를 보러 오고 싶다고 생각될 만큼 성장하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할리케이(www.instagram.com/harlie_k)

facebook twitter

#청바지 #업사이클링 #가방 #핸드백 #생활소품 #할리케이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