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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아라리오갤러리×라이즈호텔, ‘무한주 Endless Column’展 이모저모

2019-01-30

서울 아라리오갤러리와 라이즈호텔에서 3월 3일까지 열리고 있는 그룹전 ‘무한주 Endless Column’에서는 ‘무한성’에 대한 예술적 의미를 느껴볼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3인의 조각가 권오상, 김인배, 이동욱은 두드러지게 정통 조각의 노선에서 벗어나 조각 언어의 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매체 적용이나 시·지각적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던 작가들이다.

 

본 전시는 이제는 중견 조각가의 자리에 들어선 이들의 근작을 ‘무한’의 역설과 연결 지으려는 시도다. 전시명은 의도적으로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1876~1957)에서 시작해 현대 조각의 정신적 모체가 된 ‘무한주’로 명명함으로써, 비단 이 3인에 한정된 논의가 아닌 ‘무한’에 대한 현대 조각가들의 로망과 집념이 만들어내는 역설, 그리고 그 역설에 인해 파생되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3인의 조각가들은 유한한 수단이 만들어낸 무한의 상징들이 조각 공간에서 어떠한 방식과 양상으로 전이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조각이 창조하는 공간에서 발현되는 무한성의 예술적 의미를 규명하려 한다.

 

권오상_붉은 셔츠와 휘슬, 칼더의 서커스 Red Shirt and Whistle, Calder s Circus_2018_print on 54 wood panel, varnish, chain, dimensions variable(사진제공: 아라리오갤러리)

 

 

조각의 범주를 다양한 작업 시리즈를 통해 재정의 해온 권오상 작가는 금번 전시에서 매스패턴스, 릴리프, 모빌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모빌 작업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의 모빌과 서커스 작품에 대한 권오상 식 오마주이자 유희로, 조각의 주요소인 양감에서 해방시킨 얇은 판형 조각들을 좌대에서마저 해방시켜 허공을 점유하도록 유도한 작품이다. 

 

모빌의 사이즈를 크게 확대해 관람객들이 직접 걸어 다니며 근거리에서 경험토록 함으로써 공간을 창조하는 예술로서의 조각적 재 정의를 시도한다. 릴리프 시리즈는 원래는 작품이 될 수 없는 네거티브 나무 판형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후, 그 위에 포지티브 판형을 면처럼 쌓아 올려 양감을 준 릴리프 작품을 배치해 무한과 유한의 경계를 사유한다.

 

이동욱_트로피 Trophy_2018_mixed media_dimensions variable

 

 

이동욱 작가의 작품은 3인 작가 중 가장 일상과 현실에 맞닿아 있다. 매체 선정이나 표현의 방식은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의 취향에 많은 부분 기대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에 대한 진지한 관찰이거나 현실에 대한 고발이나 비판인 경우가 잦다. 은근 시니컬하고 냉정한 시선은 작가만의 유머스럽고 재치 넘치는 표현 방식을 통해 부드럽게 관람객에게 전달되지만 그 내용은 언제나 진지하고 무겁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지난 십여 년간 선보인 여러 스타일들이나 방법론들이 총 망라된 여러 근작들을 선보인다. 스컬피로 만든 인간 형상, 트로피, 수집된 돌들과 기타 작가의 수집물들 사이에 섬세하게 배치되는 인간의 형상이나 잔재, 흔적 등이 한꺼번에 버무려진 조합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과 사회라는 분리 불가능한 두 관계 속에서 파생될 수 밖에 없는 소외, 균형, 분열, 고립 등에 대한 영원히 지속될 수 밖에 없는 화두를 언제나 그래왔듯 잔잔히 짚어낸다.

 

김인배_2의 모각 Things Modeled on 2_2018_resin_40x50x221cm(each)

 

 

김인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특유의 시선의 축을 흔들거나 교란시키는 작업을 선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개수’에 대한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한다. 우선 이번에 설치되는 작품 <개수>는 어쩌면 두 개일지도 모를 크게 부푼 몸통과 그것을 바라보는 하나의 두상, 그리고 <2의 모각>은 서로가 서로를 모방한 듯한 두 개의 두상이 각각의 한 쌍의 다리와 연결된 태생적으로 불확정적인 존재를 통해 개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 전작 <섬광 속의 섬광>이 더해져 개수에 강박된 구성과 배치로 관람객들을 작가가 치밀하게 짠 덫에 빠져들게 한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피조물들은 항상 전통 조각에서 중요시 여기는 양감과 공간 창조의 적자인 듯 보이지만, 실은 게임의 규칙에서 언제나 조금씩 비켜선 채 존재하는 이들이다. 

 

그가 제시하는 터무니없고 불친절한 덩어리들은 내재적으로 점, 선, 면 등 여러 요소와 차원, 그리고 다양한 시선으로 촘촘히 배분된 채, 마치 제논의 거북이와 아킬레우스의 역설처럼 육체적 시도로 도출해낼 수는 있지만 논증으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무한의 역설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에디터_장규형(ghjang@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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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전시 #갤러리 #작품 

장규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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