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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마음에 드는 작품 빨간 스티커로 ‘찜’, 새로 경험하는 전시

2019-03-19

보기만 하는 예술 말고 갖고, 만지고, 쓰는 예술이 좋다. 씹고 뜯고 맛보진 못해도 그렇게 충분히 즐기고싶다. 여기서 만나는 작품들은 가능하다. 소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고 깔고 걸고 앉을 수 있다. 보기만 하는 전시 아니고 보면서 살 수 있는 전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마음껏 골라보는 ‘테이크 미 홈(TAKE ME HOME)’이다. 

 

‘테이크 미 홈’ 포스터 이미지

 

 

전시장 입구에서는 먼저 빨갛고 동그란 스티커가 끼워져있는 작은 책자를 받게 된다. 여기에는 전시에 대한 간략한 안내와 함께 전시 참여팀들에 대한 소개가 담겨있다. 그 옆으로는 빈칸의 동그라미들이 가득하다. 해당 팀의 이름 첫 자를 딴 알파벳과 숫자가 적혀있는 이 동그라미는 빨간 스티커를 붙이는 곳이다. 전시를 둘러보다 해당 팀의 작품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스티커를 붙여 표시하고, 최종적으로 구입하고자 하는 작품을 고르는 거다. 물론 구매하지 않고, 책자에 스티커만 가득 붙여도 된다. 

 

전시에는 팩토리 2(FACTORY 2), 팩(PACK),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 카스코(CASUKO), 소쇼(SOSHO) 등 5개 팀이 참여한다. 

 

이들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작품을 쉽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고안하고자 시작, 다양한 방식의 전시와 유통을 보여주는 자발적 전시 플랫폼들이다. 기존 제도에 편입되지 않고 자신들의 관심사에 맞추어 분야를 세분화, 작은 규모의 공간들을 운영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생산자들과 연대 및 협업을 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직접 기획, 홍보, 운영 및 판매를 병행하기도 한다.

 

‘테이크 미 홈’은 이러한 플랫폼들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의 자생적 움직임과 그 현상을 다루며, 참여팀들의 전시 방법과 유통 방안을 통해 시각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전시에서 작품을 소비하는 경험으로 확장된 전시관람을 공유, ‘관람과 구매의 동시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에서는 무수한 작품들이 판매되지만, 판매에만 초점을 두진 않았다. 5개의 공간에서는 각 팀의 소통 방식과 플랫폼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팩토리 2의 설치 전경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팩토리 2는 전시공간 겸 아트숍 ‘갤러리 팩토리’로 2002년 문을 연 후, 다양한 예술적 시도와 퍼블릭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해왔으며, ‘팩토리 에디션’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여러 예술가 및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 제품과 예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팩토리 에디션의 제품들과 관계망, 사진, 인터뷰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에디션 사업을 시작한 2012년부터 최근까지의 에디션들이 어떤 관계와 시간을 만들어내며 작동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19년의 새로운 에디션을 제작하기 위해 리서치하고 사람을 만나고 제작해나가는 전시공간 〈워킹 스페이스(Working Space)〉도 마련된다. 

 

팩이 보여주는 새로운 형태의 작품과 전시 모습

 

 

팩은 40×40×40cm 규격의 투명 큐브에 작가들의 작품을 담아 전시하고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참여 작가들은 기존 작품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큐브의 한정된 공간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출품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는 6월 열리는 세 번째 행사에 앞서 ‘프로모션 PACK 2019: 모험! 더블크로스’를 선보이며, 팩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 작품들과 팩 에디션(PACK-EDITION) 작품들을 전시, 작가들이 작품을 어떻게 작품을 압축했는지, 큐브 바깥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전시가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을 보여준다. 

 

아티스트 프루프의 전시 전경

 

 

아티스트 프루프는 판화가 최경주의 프린팅 레이블이며, 트럼펫 연주자 이동열과 함께 운영하는 에이피숍(APSHOP)은 최경주의 판화 작업에서 파생된 상품을 전시, 판매하는 아티스트 프루프의 쇼룸이다. 이곳은 매월 열리는 소규모 콘서트 에이피숍 라이브 공연장이자,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협업 전시, 공연, 워크숍 등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3주년을 맞이한 에이피숍에서 선보인 여러 가지 실험 결과물들과 그간의 협업을 총망라하는 〈프로토타입〉을 선보인다. 원단에 프린트한 아카이빙 북, 모빌, 뜨개질 작업 등 작가가 평소 관심 가져온 매체와 재료에 대한 실험 결과물과 도자컵, 포스터, 〈ISLAND〉 앨범, 가방, 오브제, 카펫 등의 다양한 상품이 전시된다. 

 

카스코의 제품, 의상, 그래픽이 모인 전시 공간

 

 

카스코는 제품 디자이너인 티엘, 패션 디자이너 에어 오브 준, 그래픽 디자이너 오큐파이 더 시티로 구성된 콜렉티브로, 이번 전시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 이들은 여러 상업 프로젝트와 전시를 통해 쌓아온 협업 경험과 작업적 시너지를 바탕으로, 평면과 입체를 오가며 기존의 용도와 목적이 확고한 작품/제품들을 오브제화하고 이를 어떻게 다시 생활 속으로 가지고 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카스코 티셔츠는 에어 오브 준의 소재와 형태에 대한 이해, 오큐파이 더 시티의 그래픽, 티엘의 공간감이 더해진 제품이다.  

 

소쇼의 전시 전경

 

 

독립 기획자 황아람과 미디어 설치작가 김민경이 2016년에 설립한 소쇼룸은 소쇼룸 프로젝트를 통해 리빙 스페이스에 미술 작품을 들일 때 어떻게 배치하고 셀프 큐레이팅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리빙 솔루션을 제안해왔다. 그동안 9개의 자체 기획 프로젝트를 6주씩 진행, 매번 모든 콘셉트와 인테리어를 완전히 바꿔 전시장과 쇼룸 사이의 경계에서 공간 자체에 놓여있는 작품과 관람자간의 경험을 연출한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는 거울, 조명, 콘솔, 거치대, 디바이더 등 사용 방법에 따라 예술 작품과 리빙 오브제를 넘나들며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 오브제를 위한 연습-실전 시리즈(Practical Object Practice)〉를 선보인다. 이는 창작자와 협업자가 ‘아트-오브제’와 ‘리빙-오브제’의 경계에 대한 물음에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인과 제작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공유한 실천적 시각 작품이기도 하다. 

 

전시 기간 동안에는 이 다섯 플랫폼을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위크(Week)’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플랫폼의 운영자 혹은 협업자, 아티스트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워크숍, 공연, 프레젠테이션 등을 통해 각 팀들이 앞으로 선보일 활동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테이크 미 홈’은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움직임을 통해 예술을 경험하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전시를 즐기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빨간 스티커로 ‘찜’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은 5월 26일까지 할 수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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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전시플랫폼 #전시관람 #작품구매 #테이크미홈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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