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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스토리×디자인] 태양은 우리의 생명

2019-03-27

우리가 태양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이유

 

바로 얼마 전 3월 20일은 춘분(vernal equinox)이었다. 1년 중 봄이 시작되는 기점이자 태양의 중심점이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며 적도 바로 위로 180도를 이루며 교차하기 때문에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날이다. 인류의 여러 고대 문명의 달력을 보면 춘분은 겨울이 가고 봄이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에 이 날을 진짜 새해가 시작하는 날이라 치기도 했다. 지난 근 5개월 동안 (지구 북반구를 지배했던) 춥고 스산했던 겨울을 뒤고 하고 곧 다가올 6월 21일 하지(summer solstice)가 오기까지 우리를 감싸줄 봄기운의 원천은 다름 아닌 태양이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2018년 8월 12일 우주로 발사한 ‘파커 솔라 프로브(Parker Solar Probe)’ 태양탐사선은 초당 193,000 미터로 우주를 비행하며 태양 주변 환경과 태양의 활동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나사는 이미 1950년대부터 태양 탐사 기술 개발을 착수해 검증을 거듭해오다가 최근 본격화했다. ⓒ 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 JHU / APL

 

 

지구상의 자연 현상과 생명을 좌우하는 태양은 아직도 우리 인간에게 비밀스러운 미지의 대상이다. 태양은 태곳적부터 오랜 세월 지구와 함께 해왔지만 우리 인간은 아직도 이 별에 대해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태양계 중심에서 행성들의 움직임을 관할하는 커다랗고 불가사의한 이 불덩어리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최근인 2018년 8월 12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태양을 만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인류 최초의 태양탐사선을 발사해 향후 7년에 걸친 대망의 태양 조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태양탐사선이 수집하게 될 우주 속 태양 주변 환경에 대한 각종 데이터는 태양 광환(코로나)의 활동 행태와 태양풍의 발생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여 향후 지구의 기후 예측과 인공위성 보안 관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고대 그리스 올림푸스의 신 아폴로는 태양과 빛, 진리와 치유를 상장했다. 안토니오 코라디니(Antonio Corradini)의 조각 작품 〈아폴로(Apollo)〉, 1728년 이전 작품 ⓒ Skulpturensammlung,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과학적 시점에서 태양은 저 멀리 떨어진 신비의 천체적 존재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랜 세월 인간의 상상력과 감정이 투영된 사회문화적 실체이기도 하다. 고대의 어느 문명권에서나 예외 없이 태양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특히 다신을 믿는 문화권은 더욱 그러했다. 지금도 인도에는 태양신인 수리야(Surya)를 숭배하는 힌두교도들이 다수 있고, 가까운 일본에서 섬기는 아마테라스(Amaterasu) 여신과 나이지리아의 아니냔우(Anyanwu) 신도 그런 예다. 일신 신앙 종교에서도 태양은 주님을 상징하는 심벌이었는데, 예컨대 고대 로마 시대의 태양신 솔인빅투스(Sol Invictus, 무적의 태양신이라는 뜻)는 예수 그리스도를 칭하는 별명 중 하나였다.

이게 모자라고? 스칸디나비아부터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유럽 대륙에서 골고루 발견된 청동기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이 뾰족한 금장식은 주술인 또는 종교적 지도자가 썼던 예식용 모자라고 한다. 하늘 또는 천국을 향해 높이 솟은 모자는 종교적 지도자의 영혼적 고매함을 상징하려 했을 것이다. 기원전 약1100~800세기, 독일 뉘른베르크 지역에서 발견 ⓒ Roman-Germanic Central Museum / Photo: Sabine Steidl

 

 

태양의 가장 심오한 신비로움은 매일 아침 떠올라 매일 저녁 저물며 인간과 자연에 변함없이 낮과 밤을 선사한다는 점일 테다. 그래서 인류는 태양의 움직임을 쫓고 기록하며, 시간을 측정하는 지표이자 타이머(timer)로 삼았다. 신앙이 지배하던 시절, 해는 낮에는 살아있는 인간의 세상, 밤에는 저승으로 여행한다고 믿었다. 과학의 시대, 인간은 태양의 움직임을 지구의 중력 사이의 상관관계로 설명한다.

 


고대 이집트는 태양 숭배 문화가 시작된 문명으로 모든 지배자는 태양으로 상징됐다. 이 시대 사람들은 누트 여신이 하늘을 지배하며 매일 아침마다 태양신 레를 출산한다고 여겼다. 하늘의 여신 누트가 그려진 관 장식, 후기 그리스-로마 시대 ⓒ Sculpture Collection, State Art Collections Dresden

 

 

지구 위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햇살을 드리우는 태양보다 더 편재하고 막강하고 존재가 어디 있을쏘냐? 거의 모든 문화권과 시각예술에서 즐겨 등장하는 가장 보편적인 모티브이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열망하고 추구하는 가치-예를 들면, 권력, 자유, 영원, 깨달음, 창조력, 정의, 순수, 웰빙 등-의 심벌이었으니 일찍부터 스스로를 태양의 신 헬리오스로 부르기 좋아했던 알렉산더 대왕은 이집트를 정복한 후 자신을 이집트의 태양신 레(Re)의 아들이라고 선언했다.

 

청동기 시대 만들어진 네브라 하늘  원반. 이미 고대부터 플레이아데스성단 등 천 체현상과 지구 주변이 태양과 달 사이의 역학 속에서 순환함을 관찰하고 기록한 역사적 증거물이다. ⓒ State Office for Historic Preservation and Archeology Saxony-Anhalt / Photo Andrea Hörentrup

 

 

어느 문명과 문화를 막론하고 태양은 둥글다. 동그라미로 묘사되기도 하고 빛살이 있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인간의 감정을 불어넣어 웃는 얼굴로 의인화돼 표현되기도 한다. 그토록 멀리 있는 태양은 너무도 눈부시게 작열해서 그 누구도 직접 바라볼 수가 없다. 그런데도 왜 식물의 이파리와 꽃은 태양을 따라다니며 태양을 향해 자랄까? 수 천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탐사선을 보내 태양 연구를 시작한 인류는 태양의 이 같은 양면적 속성과 그 외 더 많은 신비를 벗겨낼 것인가?

 

(왼쪽) 태양을 잔뜩 받은 소가 만들어 낸 우유는 건강에 좋다고 광고한 1928년 오스트리아 빈 유제품 업계 광고 포스터 ⓒ Deutsches Hygiene-Museum Dresden / Photo: Thomas Bruns

(오른쪽) 태양을 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광학기술의 패션의 결정체 선글라스. 앙드레 겔프케(André Gelpke) 작 〈선글라스를 쓴 남자(Man with Sunglasses)〉, 1978년 ⓒ André Gelpke / Courtesy Kicken Berlin 

 

 

남녀를 불문하고 최근 아름다움 추구에 열중하는 현대인들의 태양에 대한 인식은 문화권마다 다르다. 해가 내뿜는 자외선은 강력한 천연 살균제지만, 또 한편으로 현대인들 사이에서는 피부를 빨리 늙게 하고 암을 발생시키는 주범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 년 내내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흰 피부 관리에 열중하는 사이, 지구 반대편 문화권의 사람들은 일광욕을 하며 비타민D 합성을 하고 멋진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고 온듯한 건강한 혈색을 과시한다. 실제로 오랜 과거 시절 서양에서 태양은 튼튼한 뼈와 건전한 정신을 갖게 해주는 ‘최고의 보약’으로 여겨졌다. 20세기 초 여성 패션을 재정의한 전설의 패션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햇볕에 그을린 피부가 맵시를 배가한다고 말해 아름다운 피부의 기존 관념을 흔든 장본인이다.

 

1985년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는 심한 폐렴에 걸려 이탈리아의 카프리섬에서 요양했다. 이때 카프리 섬에서 발견한 태양의 힐링 파워에 깊이 감명받고, 태양으로부터 정치사회적 유토피아와 재생에 대한 비전을 얻어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카프리의 건전지(Capri Batterie)〉, 1985년 Courtesy Galerie Klüser / ⓒ VG Bild-Kunst, Bonn 2018 

 

 

오늘날 인류의 최대 관심사는 에너지 자원으로써의 태양이다. 풍력과 더불어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태양열은 실은 과거 이미 인류가 써온 석탄, 화석(오일) 연료는 말할 것도 없고, 그 훨씬 이전의 부싯돌, 수정, 거울을 이용한 불 지피기에 없어선 안될 당연한 에너지원의 어머니격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집을 구할 때 남향집을 찾는다. 동서를 막론하고 예로부터 인류는 해의 움직임에 따라 집과 도로를 지었고, 태양광을 잘 받을 수 있는 집이 곧 불씨가 꺼지지 않는 상서로운 집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드레스덴 위생 박물관(Duetsches Mygiene Museum)에서 전시 중인 ‘나를 비춰주는 태양(Shine on Me. Wir sind die sonne)’ 전시장 광경 Courtesy: Deutsche Hygiene-Museum Dresden

 

 

과학의 시대 이전까지 인간은 태양이 지구 주변을 돈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미 고대 그리스 시대 현명한 철학자 아낙사고라스는 기원전 450년, 태양이 행성이 아닌 별이라는 것을 알았고, 뒤이어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쿠스는 태양 주위로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현대 과학이 태양의 중심은 플라즈마로 구성되었고, 그것이 내뿜는 전자기장은 지구의 날씨와 기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백 년도 채 되지 않는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움직임 속에서 24시간 율동 수면주기에 따라 생활하며 낮에 활동하고 밤에 휴식하도록 길들여진 인간의 몸 또한 그에 걸맞은 사회경제적 체제와 문명을 구축했다. 매일 아침 떠오르고 생명계의 에너지원이 되어준 막강한 태양의 위력에 21세기 현대인은 지금도 과거 인류가 느꼈던 경외심을 느낄까? 첨단과학이 태양의 비밀을 알아내고 비밀을 벗겨낼수록 태양에 대한 막연한 신비감과 경외감은 줄어들지 모른다. 그러나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삶과 생활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태양은 또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중대한 자원이 될 것은 분명하다.

 


1847년 미국 뉴욕 바사 칼리지 천문학 연구실에서 가족용 천체망원경으로 일명 ‘미스 미첼 혜성’을 발견한 미국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과 매리 휘트니 조교의 모습 ⓒ Archives & Special Collections Library, Vassar College

 

 

이토록 양면을 지닌 태양. 태양은 우리의 친구인가 적인가?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태양을 유익하게 수용하고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온 태양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특별 전시회 ‘나를 비춰주는 태양(Shine on Me. Wir sind die sonne)’은 오는 2019년 8월 18일까지 독일 드레스덴 위생 박물관(Duetsches Mygiene Museum)에서 개최된다. 

 

글_ 박진아(미술사가·디자인컬럼니스트, jina@jinapark.net)
All images courtesy: Deutshces Hygiene Museum Dres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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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칼럼니스트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미술사가·디자인평론가로 현 월간미술 오스트리아 통신원, 미술·디자인·문화 분야 기고가·서적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4~1997년 뉴스위크 한국어판, 1997년 월간 디자인의 객원기자로 시작해 2013년까지 정기 기고했다. 1998~2000년 미국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이탈리아 베니스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일한 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오스트리아에서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기고 및 번역 일을 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Jinapark.ne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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