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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우리가 만나지 못한 앨리스의 모습 선보이는 전시

2019-04-09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재미있는 일을 찾던 한 소녀가 토끼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다.  

 

낯설지만 신비로운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자 루이스 캐럴(1832~1893)이 강가에서 세 꼬마 숙녀들에게 즉흥적으로 들려준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꼬마 숙녀 중 앨리스라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는 이후 150년간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존 테니얼이 첫 일러스트를 그린 후 많은 화가들이 자신만의 앨리스를 창조해왔다.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전 세계의 앨리스를 만날 수 있는 전시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전 세계 앨리스들(My Favorite Alice: Alice, we never met yet around the world)’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아서 래컴 1907년 초판본 / 찰스 로빈슨 1907년 초판본 / 존 테니얼 1866년 초판본(애플턴 앨리스)

 

 

이번 전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 전시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미국 초판본부터 190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앨리스 책들 중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100여 권의 초판본을 선보인다. 

 

전시는 ‘1910년 이전: 앨리스의 탄생’, ‘1910~50년: 불황’, ‘1960년대 이후: 새로운 시도’ 등 시대별로 구성되며, ‘단발머리 앨리스’, ‘영미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팝업북과 희귀서적’, ‘세계의 앨리스&한국의 앨리스’ 등의 섹션도 선보인다.  

 

 

존테니얼의 삽화

 

 

무엇보다 루이스 캐럴이 쓰고 존 테니얼이 삽화를 그린 최초의 앨리스 초판본이 궁금하다. 루이스 캐럴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하 세계의 앨리스〉를 책으로 출판하라는 권유를 받고 출판업자 맥밀란을 만나 책을 출판하기로 한 후, 1865년 6월 초판 2,000부를 인쇄했다. 출판사는 루이스 캐럴에게 먼저 50권의 책을 보냈지만, 활자 잉크가 너무 진해 뒷면의 그림을 망쳐 모두 폐기, 폐지처분하기로 했고, 캐럴은 제본되지 않은 낱장 형태의 초판 1,950부를 폐지 처분하는 대신 미국의 애플턴 출판사(D. Appletom & company)에 판매했다. 이것이 바로 ‘애플턴 앨리스’라고 불리는 미국 초판본이다. 이번 전시에서 바로 이 초판본을 만날 수 있다. 

 

캐럴에게 먼저 보내졌던 50권의 그가 고급스럽게 제본을 해 지인들에게 보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중 가장 고가이자 초판 중의 초판이라 불리는 이 책들은 23부가 남아 있다고 한다. 최근 두 번의 경매에서 160~200만 달러(약 18~23억)에 낙찰됐으며, 6권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박물관 및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출판사가 저작권 제한 없이 영국 도서를 출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 출판사에서 앨리스를 발행했고, 1907년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저작권이 풀리며 그 해에만 최소 8권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출판됐다. 

 

피터 뉴웰 초판본 1902년

 


마리아 루이스 커크 1904년 초판본

 

 

전시에서는 ‘애플턴 앨리스’를 시작으로, 존 테니얼 이후 최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그렸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블란쉬 맥매너스 초판본(1899), 입체적인 형태의 책을 최초로 만들었던 미국 일러스트 황금기의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피터 뉴웰 초판본(1902), 마리아 루이스 커크 초판본(1904), 예술성과 비즈니스 감각으로 일러스트 세계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이뤄낸 아서 래컴 초판본(1907), 루이스 캐럴이 찍은 앨리스 사진을 보고 가장 먼저 검은 단발머리의 앨리스를 그린 찰스 로빈슨의 1907년 초판본 등 다양한 앨리스를 만날 수 있다. 

 


아서 래컴 1907년 초판본

 

 

아서 래컴은 존 테니얼의 호기심 가득한 어린 소녀와 달리 ‘도리스 제인 도메트’라는 실제 소녀를 모델로 차분하고 강한 의지를 지닌,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의 앨리스를 그렸다. 위협적으로 휘날리는 카드 사이에서도, 미치광이들의 티파티에서도 한결같이 의연한 모습이다. 그의 그림은 의인화된 나무들, 어두운 색조의 음산하면서도 마법적인 분위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찰스 로빈슨의 앨리스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일러스트 프레임과 텍스트의 배치가 특징이다. 그의 그림에는 푸른색 세일러복을 입고 단발머리를 한 앨리스가 등장한다. 112개의 압도적인 양의 흑백 일러스트와 8장의 컬러 일러스트가 담겨있다. 

 

기네드 메이 허드슨 1922년 초판본

 

거트루드 케이 1923년 초판본

 

 

인쇄 및 출판업의 황금기인 1890~1920년대를 거쳐 1930~40년대는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출판계는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질 낮은 종이를 사용하거나 컬러 삽화의 수를 줄였고, 그러한 방법의 일환으로 팝업북이 유행하기도 했다. 당시 제작된 간소화된 앨리스 책의 모습이 공개되며, 이를 통해 사회, 경제적 변화와 출판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앨리스는 화가, 사진가, 연극, 연출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에 의해 그려졌고,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예술관을 통해 개성 넘치는 앨리스를 표현했다. 어른이 된 후 이 책을 읽은 배리 모저는 흑백 판화로 불길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극대화, 지금까지의 책과는 해석이 전혀 다른 앨리스를 그렸다. 

 

빅토리아 시대 산업혁명으로 책이 대량생산되며 대중들도 책을 구매할 수 있게 된 후에는 독특하고 색다른 책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생겨났고, 한정판이 출현했다. 살바도르 달리는 권두 그림 1장과 12개의 장에 각 1장씩 총 13장의 그림으로 구성된 한정판 앨리스를 선보였고, 글래디스 페토는 간결하고 뛰어난 화면 구성과 선명한 색상 대비, 아르데코 풍의 선들로 앨리스를 그린 손수건 책을 제작했다.  

 


토베 얀손 1966 초판본(1977년 영국 초판, 2011년 영국 복간본)

 

 

이 밖에도 쿠사마 야요이, 토베 얀손,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세계적인 작가들의 앨리스, 몽환적인 세계 대신 영국의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랄프 스테드먼의 앨리스 등 다양한 관점과 각 나라의 문화적 배경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삽화와 함께 빈티지 앨리스 인형, 장난감 등 시대별로 다양한 앨리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앨리스 일러스트 작가 김민지의 작품과 한국 최초로 앨리스 이야기를 소개했던 계몽사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 1961, 1974, 1978년 판도 전시된다. 

 

전시에서는 ‘꿈의 인형공장’ 글립(Glib)이 구체관절 인형으로 앨리스의 주요 장면들을 연출하고, 이지영 작가가 유년기에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기반으로 각 장면들을 유기적으로 연상시키는 〈앨리스의 정원〉을 설치해 더욱 재미있게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부대행사로 ‘앨리스 책 도서관 & 어린이 컬러링 체험 프로그램’이 상설 진행되며, 100년 이상된 책들을 직접 만져보는 ‘빈티지 북 체험하기’, 전시 작품들의 소장자로부터 듣는 ‘고서적과 컬렉션의 숨은 이야기’ 특별강연 등이 펼쳐진다.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는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에서 4월 28일까지 개최되며,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에서 5월 2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롯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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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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