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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 출발점이 다른 북유럽의 서비스 디자인에 관하여

2019-04-25

흔히 한국을 ‘서비스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어떤 서비스든 빠르고 정확하고 친절하며 고객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속하게 대응한다. 다양한 분야를 놓고 이야기하더라도 한국의 서비스 문화는 유럽과 비교해 존재감을 드러낸다(특히 배달 서비스는 유럽에 사는 한국인들이 가장 아쉬운 시스템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북유럽의 서비스 디자인(service design)에 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서비스 디자인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았다. 

 

‘서비스 디자인’이란 고객이 서비스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모든 유·무형의 요소(사람, 사물, 행동, 감성, 공간, 커뮤니케이션, 도식 등) 및 모든 경로(프로세스, 시스템, 인터랙션, 감성로드맵 등)에 대해 고객 중심의 맥락적인(Contextual) 리서치 방법을 활용하여 이해관계자간에 잠재된 요구를 포착하고 이것을 창의적이고 다학제적·협력적인 디자인 방법을 통해 실체화(Embodiment)함으로써 고객 및 서비스 제공자에게 효과·효율적이며 매력적인 서비스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법 및 분야를 의미한다.(출처: 한국서비스디자인협의회)

 

본문에서 다루려는 북유럽의 서비스 디자인은 학술적 의미 자체보다는 그 경험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풀어보고자 함을 먼저 밝힌다. 더불어 북유럽인들이 생각하는 서비스에 대한 개념과 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화가 어떤 모습인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무심한 듯, 친절한 배려

 


이케아(IKEA) 매장의 친환경 분리수거 코너 ⓒ Sangwoo Cho

 


북유럽의 나라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을 둘러보면 한가지 공통된 점이 보인다. 카페, 레스토랑, 쇼핑몰, 다양한 상점 등을 둘러보면 그곳에서 일하는 점원 수가 (한국과 비교해서)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언가 물건을 찾고 싶어도 한참 점원을 기다려야 한다거나, 심지어 그 점원 앞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마트, 병원, 부동산, 동사무소 어느 곳을 가든지 번호표 발권기가 비치되어 있고, 사람들은 손에 번호표를 들고 본인 순서를 기다린다.

 

이처럼 고객을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점원이 없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높은 인건비 때문이다. 시간당 인건비 자체가 워낙 높으니 고용주 입장에서는 많은 점원들을 배치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 같은 이유로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순번대기표 발권 기계, 무인 안내 시스템, 키오스크 등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이다. 대부분 간단한 터치 몇 번 만으로 원하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고, 그 정보와 안내문들은 필요에 따라 휴대폰 문자나 이메일로 실시간 전송되기도 한다. 특히 사용자가 누리게 되는 서비스 경험과 인터페이스(UX & UI 포함) 구조는 간결하고 명료하게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이 시스템들은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사용하기 쉽게 디자인되어 있는데, 이미 고령화로 접어든 북유럽의 현상과 맞물려 이 같은 변화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즉, 어르신들까지도 이 첨단의 시스템 속에서 이질감 없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궁극적인 서비스 디자인의 목표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고용 인건비 덕에 ‘무인 서비스 디자인 분야’가 상당히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아래 몇 가지 예시들을 보면 마트, 은행, 병원, 도서관 등 대부분의 기관에 무인화 자동기계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케아 매장의 키오스크 코너. 상품의 검색부터 멤버십 등록까지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 Sangwoo Cho

 

 

스웨덴의 슈퍼마켓 ICA의 바코드 리더기(Bar code reader) 렌탈 코너(위)와 무인 정산 코너(아래). 이 시스템을 통해 고객은 쇼핑을 하는 중간중간 정산할 금액을 미리 확인하며 구매를 계획할 수 있다. ⓒ Sangwoo Cho

 

이케아 매장 고객센터의 무인 발권 시스템 / 뒤쪽에 보이는 스크린에 번호가 뜨면 해당 데스크에서 서비스를 받는 방식 ⓒ Sangwoo Cho

 


스웨덴 이케아 매장의 셀프 계산 코너 ⓒ Sangwoo Cho

 

 

가령 정기검진을 위해 치과에 방문한다고 가정해보자. 온라인상에 개설된 진료예약 사이트를 통해 진료시간을 예약하면 진료 일주일 전, 그리고 하루 전에 문자로 안내 메시지가 온다. 당일 치과 입구에 들어서서 키오스크에 본인 주민번호를 입력하면 몇 시에 어떤 선생님과, 무엇에 관련한 예약이 되었다는 메시지가 뜬다. 이를 확인한 후 대기실에서 기다리면 된다(물론 진료비를 낼 때는 담당 직원이 도와준다). 상당히 단순한 프로세스처럼 보이는 이 과정은 비단 치과에서만의 프로세스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에 거의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공공기관, 부동산, 은행 등이 대부분 비슷한 패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고객 입장에서는 대략적인 서비스 프로세스의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를 통해 업무의 효율 상승과 오류 발생 빈도 등은 줄어들 것이다(반면 서비스의 첨단화는 누군가와 서로 대면해야 하는 상황들을 점차 감소시킨다. 그만큼 느껴지는 일상의 건조함에 조금 서슬픈 건 사실이다).

 

이 같은 서비스 환경은 국가별로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본다. 얼마 전 출장으로 방문한 동남아시아의 한 도시에서는 북유럽과 사뭇 다른 풍경을 보게 되었다. 공항의 보안 검색대만 보더라도 승객의 짐을 분류하는 직원부터 짐에 붙은 태그를 확인하는 직원, 스캔하는 직원, 엑스레이 짐을 받아주는 직원, 트레이를 정리하는 직원, 이 모든 것을 감독하는 직원까지, 오히려 승객보다 공항 직원들이 더 많아 보였다. 상대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이 낙후하고 인건비가 낮은 국가들은 이렇게 우리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다른 풍경들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시애틀에서는 인공지능 무인점포 매장인 아마존 고(Amazon go)가 오픈했다고 한다. 동시간대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혀 다른 서비스 문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시대 흐름이 서서히, 혹은 빠르게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이다.

 


치과 입구에 설치된 무인 등록 시스템. 예약확인과 진료목적, 의사 프로필 확인, 문자 정보 시스템 등이 가능하다. ⓒ Sangwoo Cho

 


페트병, 캔, 공병 등을 쿠폰으로 돌려주는 무인 재활용 기계(왼쪽)와 와인코너에 마련된 무인 상품 안내 시스템(오른쪽) ⓒ Sangwoo Cho

 

 

북유럽의 특별한 서비스 방식은 ‘정리 정돈?!’
다시 북유럽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고객을 케어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함을 인지한 기업들이 내놓은 흥미로운 솔루션 중의 하나는 바로 ’정리 정돈을 통한 배려’이다. 물론 이것은 필자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느낀 의견일 수도 있지만 이케아 매장의 무인계산 코너, 무인 재활용 분리수거 코너, 마트의 바 스캐너(bar scanner) 렌탈 코너나 심지어 구디스(Godis: 캔디와 초콜릿을 일컫는 스웨덴어) 코너마저도 그 목적과 이유를 분명하고 명료하게 알려주며 잘 정리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같은 서비스 접근 방식은 점원의 도움 없이도 고객이 스스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고 구매하는 과정을 도와주고 있다.

 


스웨덴의 슈퍼마켓 ICA의 구디스 코너. 다양한 맛과 향을 종류별로 잘 구분해놓았다 ⓒ Sangwoo Cho

 


이케아 매장의 무인 부품 판매대 ⓒ Sangwoo Cho

 


스웨덴의 분리 수거함 디자인 ⓒ Sangwoo Cho

 

 

북유럽의 ‘정리 정돈 문화’에 대해 이들이 가진 기본 성향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추측도 해본다. 잘 정리된,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짜인 프레임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서 이들은 편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부분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것들이 체계화, 플랫폼화되어 있기에 예상치 못한 일의 발생 빈도는 현저히 낮으며, 이는 일상의 편리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예상치 못한 상황의 발생에는 적지 않게 당황하는 것도 사실이다).

 

건강한 서비스 문화
무엇보다 북유럽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서비스 문화를 대하는 이들의 인식이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이라는 ‘동등한 위치’에서 서비스를 주고받는 것이다. 소비자는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직원들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충실히 설명하고 제공해 주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을 기본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니 불필요한 과잉 친절이나 상하관계 등의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바로 필자가 지난 연재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건강한 문화’의 핵심 중 하나라 생각한다. 물론 소비자로서 ‘대접받는다’는 느낌은 줄어들지언정 서로 주고받아야 할 ‘목적과 결과’에는 전혀 다름이 없다. 이 같은 문화가 오히려 개개인에게 건강한 생각을 품게 해준다. 특히 이러한 문화를 접하며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생활 속 교육이라 믿는다.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접하게 되었는데 바로 ‘전 세계 패스트푸드점의 아르바이트생 행복도 조사’에서 북유럽의 케이스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고객과의 소통 부분이 타국가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으리라 생각해본다.

 

필자가 지난 크리스마스 경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크리스마스 당일 꽤나 유명한 베이커리를 일부러 시간 내 찾아간 적이 있다. 하지만 가게는 휴점이었고, 문 앞에는 다음과 같은 주인의 메모가 붙어있었다. “오늘(12/25)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저도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오늘은 문을 닫습니다. 양해 부탁합니다. 죄송합니다.” 문구 하나하나에 주인의 미안함이 묻어나있었다. 어찌 보면 참 당연한 내용인데 왠지 마음 한구석이 서글펐다. 가게의 운영주도 우리와 같이 가족들과 휴일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을 터인데 이렇게까지 죄송해야 할 일인지. 

 

이 같은 사례는 북유럽과 정말 상반되는 이야기이다. 휴일은 물론이고 심지어 평일 영업도 대부분 7~8시면 종료하고 그들도 가족과의 시간을 보낸다. 우리나라와 같이 밤 12시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거리의 상점들은 이곳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불친절한 시스템일 수 있다. 물론 어떤 쪽이 더 좋다, 나쁘다를 흑백논리로 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인간 개개인의 삶의 질을 들여다본다면 이 같은 시스템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저녁시간을 보장해주게 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는 결국 삶의 질과 직결된다.

 

서비스의 본질에 다가서다
지금까지의 사례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들의 서비스 마인드에는 분명 ‘다름’이 존재한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형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북유럽의 여러 요소들 중 특히 ‘상대방의 배려를 기본으로 한 서비스 인식에 대한 차이’는 서로 간에 일어날 수 있는 크고 작은 잡음을 미연에 방지해준다. 이는 서비스 디자인 구조의 프레임(frame of service design) 자체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출발점이 다르니 결과 도출에 있어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구조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북유럽의 리서치 에이전시나 디자인 컨설팅 회사들이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접근’을 이 다른 방식에서 출발하는 것을 본다(실제 북유럽의 서비스 디자인 사례는 별도로 연재해 보고자 한다).

 

북유럽 서비스 디자인 사례 참고 영상

 

 

얼마 전 필자의 주변 지인들과 위의 사회 현상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가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이들의 전 세대가 노력하고 투쟁하고 이뤄낸 하나의 성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들 스스로가 지켜나가야 할 건강한 문화로 여기고 있었다.

 

이들의 서비스 문화를 들여다보며 진정한 배려와 친절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그 어떤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 본질의 핵심은 바로 상대방을 대하는 기본적인 생각과 태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원하는 서비스를 주고받기 위한 과정에는 다양한 방식과 솔루션이 존재할 것이다. 신속하고 깔끔한 서비스 시스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 더 관심 있게 들여다 봐야 하는 부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와 누리는 자 모두가 동등하게 만족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내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_ 조상우 스웨덴 Sigma Connectivity 사 디자인랩 수석 디자이너(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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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디자인이야기 #북유럽 #서비스디자인 

조상우 디자이너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디자인 그룹 책임 디자이너, 소니 모바일(Sony mobile) 노르딕 디자인 센터를 거쳐, 현재 스웨덴 컨설팅 그룹 시그마 커넥티비티(Sigma connectivity), IoT 부문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근원지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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