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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스토리×디자인] 디자인이 생명공학과 협업해야 하는 이유

2019-04-27

미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으며 살아갈 것인가?

 

늦기 전에 식량 혁명이 시급하다
다가올 미래에도 우리는 지금과 변함없이 정겨운 음식을 먹으며 살수 있을까? 21세기 현대인은 전에 없는 먹거리의 풍요 속에서 살고 있다. 식재료는 풍부해지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식할 수 있는 선택폭도 넓어진 풍족과 다량의 시대인 지금,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늘 당연하게 여기던 음식과 식재료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여간해서 상상하기 어렵다.

 


스위스 윈터투르 디자인 박물관 ‘식량 혁명 5.0(Food Revolution 5.0)’ 전시 전경 Photo: Bernd Grundman

 

 

유엔에 따르면 세계 인구수는 약 10년 후인 2030년이면 86억, 30년 후인 2050년이면 100억 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기후 변화도 식량공급 확보와 배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수 년사이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우려되더니 최근에는 잦아진 극심한 기상이변과 작물의 질병으로 안정적인 농작물 추수와 식량공급이 위협받고 있다.

 


20세기 이후, 우리는 5대 기초필수 영양소를 갖춘 식재료 장 보기-냉장보관-조리의 과정을 거쳐 균형 있는 식생활을 하라고 교육받았다. 그러나 일부 영양 학자들은 에너지 소모성이 높은 그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영양분 섭취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식품 연구가 카롤린 니블링(Carolien Niebling)이 고안한 ‘미래의 소시지’ 프로젝트 중에서 〈야채가 들어간 모르타델라 햄(Mortadella with vegetables)〉, 2017 ⓒ Carolien Niebling. Photo: Jonas Marguet Shawn

 

 

나날이 비싸지는 장보기
문제는 예상한 작물의 수확에 변화가 오면 작물 가격 변동을 야기하고, 이는 바로 소비자의 지갑 사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지구상의 토지 절반 이상은 식량 생산에 쓰이고 있으며 그중의 80%가 우리 식탁 위의 고기로 쓰일 각종 식용 가축을 키우는데 쓰인다(자료: 내셔널 지오그래픽). 계속 증가할 미래 인구에게 식량을 공급하는데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보다 계획된 식량 혁명을 통한 ‘글로벌 식량 민주주의’를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나 투린스키 & 안드레아스 바그너(Ina Turinsky & Andreas Wagner)가 고안한 〈영양섭취 솔루션(Nutrient Solution)〉. 시스템은 우리가 숨 쉬면서 배출되는 침과 이산화탄소를 조합해 인공 해초를 생성해 낸다. 2016/2017 ⓒ Ina Turinsky, Andreas Wagner

 

 

오늘날 도회 환경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은 수입의 70%가량을 먹고 마시는데 쓴다고 한다. 농산물 및 가공된 식료품은 복잡다단하고 때론 불투명하게 얽히고설킨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 시장으로 흘러든 후 제법 비싼 가격에 팔려 나가는 사이, 채 팔려보지도 못하고 폐기되는 식료품도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이른다.

 

과다한 농경작, 농축산 산업, 폐기된 식품 쓰레기로 자연도 몸살을 앓는다. 지금도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내기 위해 농부들은 그마나도 남은 땅을 갈아엎고 수자원을 소비하고. 천연 자연 훼손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제3세계의 재배 가능한 기름진 땅이 수출용 대규모 농생산용으로 매매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속도로 열대우림과 숲을 없앤 자리를 거대 농산물 재배지와 가축우리로 바꿔버린다면 조만간 지구는 아무것도 키울 수 없는 황무지가 되고 말 것이다.

 


버섯은 인공 재배가 비교적 용이하고 식감이 고기와 비슷해서 대체 단백질원으로 각광받는다. 마우리치오 만탈티(Maurizio Mantalti)의 〈버섯 인공 배양 설치 시설물(System Synthetics - Installation Overview)〉, 2011 ⓒ Maurizio Montalti

 

 

바쁜 세상 속에서 요리해 먹기 - 부엌 혁명이 필요한 때
생산된 먹거리를 적절한 가격에 분배하되 쓸데없이 버려지는 식료품 폐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식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개선하면 글로벌 식량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지구상의 이웃들과 식량을 골고루 나누며 생존하기 위해 어떤 먹거리는 그대로 누리고 또 어떤 먹거리는 포기해야만 할 것인가? 한동안 음식거리로 쳐다보지도 않던 새로운 식재료를 재발견할 수는 없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된 새로운 형태의 식량으로부터 양분을 취할 수 있을까?

 

클로에 루처벨트(Chloé Rutzerveld)의 〈인비트로 미(In Vitro Me)〉 프로젝트 중 〈먹을 수 있는 식용 작물(Edible Growth)〉, 2014 ⓒ Chloé Rutzerveld

 

 

프랑스 철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날것의 식재료를 맛있는 음식으로 탈바꿈시키는 ‘요리’는 부엌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창조적 문화활동이자 문명의 시작점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서 수입해 온 진귀한 식재료와 외식문화 덕분에 먹을거리로 다양하고 풍부해진 21세기, 요리하기는 현대적 창조활동이자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음식거리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TV와 인터넷 기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저마다의 음식 만드는 법을 보여주고 맛보는 직간접 체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날 음식과 식생활은 과식으로 인한 비만, 심한 다이어트에 따른 영양 불균형, 대규모 식품산업에서 빚어지는 위생 스캔들 등 부정적 측면과 연관되어 있다. 그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네덜란드의 푸드 디자이너 마리에 포겔창(Marije Vogelzang)의 ‘볼륨(Volumes)’ 프로젝트는 식사상을 차릴 때 접시와 테이블 디자인으로 식객의 식생활 버릇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7년 ⓒ Marije Vogelzang

 

 

음식은 우리 몸의 건강과 행복, 정체성, 사회적 의미를 두루 담고 있는 문화적 산물이다. 식(食)을 창조적으로 다루는 ‘요리하기(cooking)’는 인류 문명의 시작이며 음식 디자인은 가장 원초적 인간의 디자인 활동이다. 지역적 환경, 문화,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맛과 모양도 함께 변화를 거쳐온 ‘인간 창의력’ 또는 ‘디자인’의 산물이기도 하다.

 

푸드 디자이너(food designer)는 음식이란 식재료를 먹기 좋고 보기 아름답도록 ‘형태를 가한 양분 덩어리’로 바라본다. 푸드 디자이너는 인간의 건강과 위생을 고려해 식품의 생산공정→포장→시장 유통→소비→ 부산물 폐기에 이르는 식음료 제품 소비 전과정을 디자인하는데 관여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와 식음료 산업이 규정하고 제공해준 먹거리에 의해 길들여져 살고 있다.

 

곤충은 우수한 단백질원이지만 식용으로 도입하기엔 아직 소비자들의 저항이 많다는 것이 큰 숙제거리다. 카롤린 니블링(Carolien Niebling), 〈곤충으로 만든 파테(Insect pâté)〉, 2017 ⓒ Carolien Niebling. Photo: Jonas Marguet Shawn

 


중대한 과제 거리는 육식 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21세기 현대인들에게 단백질원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 식음료업계은 과학기술과 손잡고 차질 없는 미래 인류의 먹거리 공급 대안을 찾고 있다. 최근 유명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들은 드디어 채식주의자를 위한 고기 없는 식물성 재료 햄버거 판매에 들어갔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식생활과 관련된 사회적 의미와 문화적 소비 방식도 달라진다. 하이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은 실험실에서 제조된 인공 고기 개발에 한창이다. 우리 인류가 오래전 먹었던 곤충이나 해초는 21세기 다시 한 번 영양가 높고 맛 좋은 식재료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버섯은 고기의 공급이 줄어들어도 육식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고기와 유사한 식감과 포만감을 줄 수 있는 대체 단백질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요하나 쉬메어(Johanna Schmeer)가 개발한 먹을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 판타스틱(Bioplastic Fantastic)’은 물, 비타민, 섬유소, 설탕, 지방, 단백질, 미네랄로 만들어져 효소가 가해지면 소화되는 식용 바이오플라스틱이다. 2014 ⓒ Johanna Schmeer

 

 

모바일 시대에 걸맞은 식문화
지난 세월 동서양과 서로 다른 문화를 가로지르며 식사하기는 여럿이 함께 모여 나누는 공동체 활동이었다. 그러나 개인주의화되고 바쁜 모바일 사회로 진화한 21세기 사회 속에서 우리는 정해진 식사 시간 없이 점점 혼자 식사하고 걷거나 자리를 이동하면서 음식을 섭취한다. 그런가 하면 음식은 현대인들의 높아진 미의식과 웰빙 트렌드 덕분에 과체중, 불규칙한 식생활, 식품 알레르기 등과 같은 부정적 신체 현상과 결부되기도 한다. 이를 포착하고 디자이너들은 생명과학을 응용해 먹으면 소화와 신진대사를 돕고 몸속 독소를 제거해주는 웰빙 슈퍼푸드의 개발 가능성도 활짝 열었다.

 


스위스 윈터투르 디자인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식량 혁명 5.0’ 전시회 포스터. 그래픽 디자인: Cyan Berlin

 

 

스위스 빈터투르 디자인 박물관(Gewerbemuseum Winterthur)에서 전시되고 있는 ‘식량 혁명 5.0’ 전은 곧 인류에게 불어닥칠 식량공급이라는 절체절명의 도전거리를 미리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21세기 인류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두 요소 - 디자인과 과학기술 - 을 원동력으로 식량난에 대비하자는 비전이 담긴 디자인 아이디어와 과학 프로젝트 50편을 통해서 ‘음식’과 ‘식량’은 욕구 충족과 향유의 대상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이슈라는 진지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 전시회는 4월 28일까지 열린다. All images courtesy: Gewerbemuseum Winterthur

 

글_ 박진아(미술사가·디자인컬럼니스트, jina@jinapa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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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칼럼니스트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미술사가·디자인평론가로 현 월간미술 오스트리아 통신원, 미술·디자인·문화 분야 기고가·서적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4~1997년 뉴스위크 한국어판, 1997년 월간 디자인의 객원기자로 시작해 2013년까지 정기 기고했다. 1998~2000년 미국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이탈리아 베니스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일한 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오스트리아에서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기고 및 번역 일을 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Jinapark.ne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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