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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개관 5년 만에 열린 DDP의 백도어, 신비스러운 DDP의 비밀 공개

2019-05-28

은빛 곡선형 외관의 우주선이 동대문에 불시착한지 5년이 지났다.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DDP의 시작엔 우려도 있었지만 DDP는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됐고, 세계의 명사들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디자인 허브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DDP는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이 됐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형 건축물은 여전히 신비스러웠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공간의 비밀이 마침내 세상에 알려졌다. 

 

DDP가 개관 5주년을 맞이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장소와 비하인드스토리를 공개했다. 내부 공간에서의 콘텐츠에 집중해온 지난 5년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공간까지 활용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더 성숙된 DDP가 되고자 마련한 행사다.

 

‘DDP 개관 5주년 스페셜 투어_ 다시 보는 하디드의 공간, DDP’ 포스터 ⓒ 오픈하우스서울(사진제공: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디자인재단이 오픈하우스서울과 함께 준비한 ‘DDP 개관 5주년 스페셜 투어_ 다시 보는 하디드의 공간, DDP’는 지난 24일과 25일 진행됐다. 사전 신청을 통해 88인의 시민이 투어에 참여했는데, 17일에 이루어진 사전 신청에서는 미공개 공간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 30초 만에 마감됐고, 자하 하디드의 공간을 재발견하는 프로그램이 6분 만에 마감되는 등 뜨거운 시민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어는 어울림광장, 알림터, 살림터, 잔디언덕 등 DDP의 주요 공간들을 돌아보며 DDP의 건축사적 의미와 자하 하디드가 제시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축가 이정훈의 ‘새로운 질서의 패러다임, 자하 하디드’, 거대한 건축물을 뒷받침하는 구조와 설비, 서비스 공간을 통해 DDP의 작동방식을 들여다보는 DDP를 실현한 삼우설계와 DDP 공간운영팀의 ‘DDP의 백도어를 열다’, DDP가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의자들을 살펴보는 김신 디자인 컬럼니스트의 ‘의자를 생각하다, DDP 소장품 탐색’, 동대문 일대를 돌며 조선시대 이간수문부터 일제강점기, 21세기 초 DDP까지 지역의 역사적 내력을 짚어보는 김시덕 문헌학자의 ‘DDP를 둘러싼 120년의 시층(時層)’ 등 4개 코스로 이루어졌다. 

 

시민과 함께 하는 스페셜 투어 전날인 23일에는 DDP 곳곳을 공개하는 프레스 투어가 진행, 대형 기계실, 보일러실, 지붕 등 미공개 장소 공개가 진행됐다. 정글 독자를 대신해 프레스 투어를 다녀온 에디터가 DDP의 속속들이를 소개한다. 

 

마침내 열린 DDP의 백도어

‘DDP의 백도어를 열다’를 주제로 한 이날 프레스 투어는 DDP를 감싸고 있는 패널의 설계를 맡았던 스틸라이프의 박광춘 대표와 DDP 공간운영팀 박진배 팀장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DDP를 운영, 유지하는 보일러실, 전기실, 종합상황실 등의 설비와 서비스 공간을 시작으로, 새로운 건축물의 도전, 건립 과정 중 이야기, 초반의 우려를 잠재운 완성도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종합상황실 ⓒ Design Jungle

 

 

전체를 관리하는 종합상황실
DDP 전체를 제어, 관리하는 종합상황실은 컨트롤 타워이자 시설을 운영하는 곳이다. DDP의 구석구석을 비추는 CCTV와 DDP의 전체와 부분을 관리하기 위한 여러 화면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재난 비상 상황을 대비해 450대의 CCTV를 안전 파트 직원들이 24시간 상주, 관제하고, 재난, 비상 상황 시 모든 근무자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CCTV 현장상황관제시스템과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의 위기경보 단계 발령을 통해 DDP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 

 

시설운영은 비상호출시스템, 출입통제시스템, 승강기제어시스템, 온도와 습도, 냉난방을 관리하는 설비제어시스템, 조명제어시스템, 전력 및 소방 등을 관리하는 통합관제시스템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특히 여성전용주차장은 소리에 반응하는 비상호출시스템을 갖춰 안전성을 높였다. 이러한 관리, 운영으로 DDP는 지금까지 무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공기, 습도, 온도를 생각한 주차장
주차장은 차를 주차하는 공간이지만 DDP의 주차장은 좀 특별하다. 공기와 습도, 온도가 적절하게 유지되며, 패션위크의 콘텐츠가 진행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지난 3월에 열린 패션위크에서는 살림터 지하 3층 주차장이 런웨이 공간으로 변신했다.     

 

 

 

기계실 ⓒ Design Jungle

 

기계실 ⓒ 신경섭(사진제공: 서울디자인재단)

 

 

냉난방 및 전기 공급이 이루어지는 기계실
기계실에는 육중한 기계 설비가 가득하다. 거대한 공장을 떠오르게 하는 이곳은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은 전기를 변환하는 전기실과 그 전기로 이루어지는 지열냉방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펌프시스템, 난방을 공급하고 수증기를 생성해 습도제어를 하는 관류보일러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으며, 총 6곳의 소화수로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공중에 떠 있는 커다란 관은 이 모든 것을 이동시키는 동맥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자재창고 ⓒ 신경섭(사진제공: 서울디자인재단)

 

 

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는 자재창고
자재창고에는 DDP의 시설물 보수를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각종 장비들이 준비돼 있다. 페인트, 붓과 같은 간단한 자재부터 전선, 배관 작업을 위한 각종 공구까지 선반에 잘 정돈된 모습이 홈데포(Home depot)를 연상시켰다. 

 

풍도 ⓒ 신경섭(사진제공: 서울디자인재단)

 

안쪽으로 들어가 위를 올려다본 모습. 구멍 뚫린 외장 패널 사이로 밖의 풍경이 보인다. ⓒ Design Jungle

 

 

바람길 ‘풍도’
풍도는 허파와 같은 공간으로 창이 없는 건물에 외부의 공기를 유입시켜 쾌적하게 만드는 바람길이다. 기계실로부터 DDP를 움직이는 각종 에너지를 공급하는 설비들이 이어져있는 가운데 뻥 뚫린 공간이 있는데, 위에서 내려오는 빛이 보여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외장 패널의 구멍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 사이로 지상의 풍경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외장패널의 숨겨진 이야기
무엇보다 가장 큰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건축에 관한 이야기다. DDP 건축물은 구조와 재료를 통한 혁신과 도전을 보여주었다. 거대한 비정형 건축물의 외형을 둘러싼 4만 5천 133장의 패널은 한 장도 같은 크기가 없다. 전형적인 틀을 만든 후 대량생산한 것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모두 다른 크기의 패널을 만들었다. 오더메이드 방식으로 제작된 거대한 공예인 셈이다. 제각각 크기가 다른 4만5천여 장의 패널은 16자리로 되어있는 고유번호를 갖고 있다. 각 패널에 각각의 숫자를 부여해 손상됐을 때 해당 번호로 패널을 관리한다. 

 

패널 제작은 국내 업체 스틸라이프가 맡았고, 항공기나 자동차, 선박을 만들 때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카티아가 사용됐다. 당시에는 독일에서도 이 건축물을 위한 패널을 하루 네 장밖에 만들지 못했는데, 자하 하디드 사무실 직원의 “너희는 못하지 않냐”는 말에 패널을 제작하게 됐다는 비하인드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기둥이 없는 구조의 비밀 
이렇게 만들어진 비정형 곡면의 건축물 내부에는 기둥이 없다. 어울림 광장에는 공중에 떠있는 공간도 있다. 이 독특한 구조물의 구현이 가능했던 것은 일반적인 건축물의 건설방식과 달리 위에서 건축물을 잡아주고 있는 메가트러스(Mega-Truss) 방식 때문이다. 교량의 구조물을 생각하면 된다. 

 

 

지붕 하부 ⓒ 신경섭(사진제공: 서울디자인재단)

 

 

알림관 지붕 하부공간은 이 건축물의 비밀인 3차원 배열의 ‘스페이스 프레임’이 숨겨져 있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외장패널을 잡고 있는 수많은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패널을 공중에서 지탱하기 위해 4만 5천여 장의 패널에 8을 곱한 수만큼의 파이프가 사용됐다. 즉, 하나의 패널에 8개의 파이프가 사용된 셈이다. 비정형의 패널이 제각각 다른 크기인 만큼 사용된 파이프의 길이와 각도도 다 다르다. 파이프는 동그란 형태의 볼에 연결되어 있다. 이 공간은 센서를 통해 변동이 있을 때 데이터를 전달하는 무선구조안전모니터링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 

 

지하2층 알림터 홀을 내려다본 모습 ⓒ Design Jungle

 

 

영화 속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지하2층 알림터 
‘2018 남북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가 마련되기도 했던 지하2층 알림터는 메인 홀을 감싸고 있는 삼면의 각 층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영화에서 보았던 우주선에서 밖을 내다보는 장면 혹은 커다란 창이 있는 연구실에서 실험실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떠오른다. 

 

자하 하디드가 머물렀던 VIP 대기실
알림터 VIP 대기실은 자하 하디드가 가장 좋아했던 공간이다. VIP를 위한 공간으로, 자하 하디드 역시 생전에 DDP를 방문했을 때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잔디언덕 ⓒ Design Jungle 

 

2중 곡면유리로 되어 있는 외관 유리 ⓒ Design Jungle

 

 

DDP의 또 다른 얼굴, 잔디언덕 
잔디언덕은 DDP의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가장 먼저 공사가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이 건축물을 실현해내지 못할 거라는 많은 우려 속에 공사가 시작됐고, 된다는 걸 보여주었다. 언덕을 따라 걸어 올라올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잔디언덕은 전혀 다른 공간처럼 조용해 바람소리도 들을 수 있다. 잔디언덕과 연결된 배움터 4층의 유리는 사선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2중 곡면유리를 사용했다. DDP에서는 1층 출입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이런 사선 형태의 출입문을 많이 볼 수 있다. 1층 출입구는 부딪힘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수직으로 설치됐다. 

 

DDP 지붕 위 전경 ⓒ 신경섭(사진제공: 서울디자인재단)

 

 

‘환유의 풍경’을 선사하는 DDP 지붕
마침내 DDP 지붕으로 올라갈 차례가 다가왔다. 자하 하디드는 ‘환유의 풍경’을 콘셉트로, 역사적, 문화적, 도시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들을 통합해 하나의 풍경을 창조하고자 했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모티브로 한 자하 하디드는 초기 설계안에서 땅과 건물이 이어지는 유기적 형태를 나타내고자 했는데, 실제 시공 시 컨벤션 홀의 층고가 높아지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경됐다. 

 

 

지붕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 Design Jungle

 

 

안전상의 문제로 지붕에는 한 번에 10명까지만 오를 수 있었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지붕에 올라가니 동대문 일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붕 위에는 푸르고 붉은 세덤들이 자라고 있는 세덤 정원도 있다. 도심 속에 자리한 거대하지만 유연한 건축물이 주변의 모습까지 부드럽게 하는 것 같았다. 일반적인 건물의 옥상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다. 마천루를 병풍 삼아 자세를 낮춘 건축물은 주변을 살필 수 있지만 결코 방해받지 않게 관찰자를 감싸 도심 속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듯했다. 자하 하디드가 전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올해 DDP에서는 폴 스미스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디자인위크 등이 열린다. DDP의 신비로움을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앞으로 맞이할 행사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DDP는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르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개관 5주년을 맞이한 DDP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DDP 사용법’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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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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