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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폴 스미스가 자신을 소개하는 전시,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

2019-06-11

레인보우 스트라이프 패턴, 클래식하지만 위트 있는 디자인. 폴 스미스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에는 그의 스토리가 담겨있다. 열정으로 완성된 패션, 그의 철학이 담긴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까지. 

 

다양한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70이 넘은 나이에도 늘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그의 머리 속은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클래식하지만 무언가 틀을 깨는 듯한 그의 디자인은 ‘클래식의 변형’ 혹은 ‘위트 있는 클래식’을 추구하는 폴 스미스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 전시장 입구

 

 

넘치는 아이디어, 재치, 창의력 등 폴 스미스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전시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HELLO, MY NAME IS PAUL SMITH)'가 DDP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과 런던디자인뮤지엄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DDP 개관 5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DDP와 런던디자인뮤지엄이 다년간 유지해온 파트너십을 통해 기획됐다. 그동안 글로벌 패션 브랜드 및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전시를 개최하고 매년 2회 국내 최대 패션 축제인 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DDP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동시대의 디자인 트렌드를 알리는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전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패션 특구이자 우리나라 ‘봉제산업의 1번지’, ‘패션산업의 메카’인 동대문에서 열리는 것만으로도 상징성이 있지만, 폴 스미스가 동대문을 과거에 자신이 패션을 공부했던 노팅엄 뒷골목과 비슷한 점이 많은 곳으로 꼽아 더 의미 있다.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전은 런던디자인뮤지엄이 지금까지 선보인 100여 건의 전시 중 최다 관람객이 찾은, 가장 성공적인 투어 전시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세계의 10개 도시에서 개최됐으며, 11번째로 서울을 찾았다. 전시는 새로운 도시에서 열릴 때마다 이전 전시의 결과들이 반영되기도 한다. 

 

폴 스미스는 전시를 통해 자신을 소개한다.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라는 전시의 제목은 그런 그의 의도를 담고 있다. 대부분의 패션 전시가 제품 및 의상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폴 스미스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특징으로는 ‘공간’을 꼽을 수 있다. 공간 시리즈에 중점을 두고 그가 이끄는 디자인 하우스의 핵심 테마, 이벤트 및 역사뿐 아니라 프로 사이클 선수를 꿈꾸었던 폴 스미스의 시작과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과정, 일하는 방식, 영감의 원천, 그의 개성과 호기심, 에너지 등 그에 대한 모든 것이 펼쳐진다.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전. 폴 스미스의 첫 번째 매장을 재현한 공간.

 

 

전시장엔 폴 스미스의 첫 번째 매장인 영국의 노팅엄 바이어드 레인 1호점이 재현돼 있다. ‘THE FIRST SHOP’에서는 그의 아내이자 그에게 가르침을 준 폴린 데니어와의 만남, 노팅엄 뒷골목에 자리했던 3m×3m 남짓한 아주 작은 이 공간에서 노력하며 꿈을 키워나간 그의 초창기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THE HOTEL BEDROOM’은 매장 밖에서의 제품 판매를 생각한 폴 스미스가 파리의 한 호텔 객실을 쇼룸으로 삼고 그의 첫 컬렉션을 선보였던 당시의 모습으로 꾸며졌다. 침대에 펼쳐놓은 그의 컬렉션을 쇼 마지막 날 한 명의 바이어가 구입하면서 비즈니스가 시작됐다. 

 

폴 스미스는 세계 각지의 모든 매장을 다 다르게 표현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똑같은 모습으로 매장을 꾸미는 것이라고 한다. 때론 미니멀리스트 매장을 꾸미기도, 때론 앤티크 가구와 함께 옷을 배치하기도 하는 폴 스미스의 세계 각지의 다양한 매장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전시장에 재현된 폴 스미스의 런던 코벤트 가든 사무실

 

 

전시에서 재현된 몇 가지의 공간 중 가장 관심이 가는 것 중 하나는 폴 스미스의 사무실이다. 그의 런던 코벤트 가든 사무실은 수많은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책상에까지 물건이 가득해 제대로 앉아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하니 어떤 물건이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다. 그의 사무실을 가득 채운 물건들은 단순한 물건들이 아니라 모두 그가 영감을 주는 것들로, 직접 수집을 한 물건 외에 익명의 팬들이 보내온 선물과 편지들도 있다. 오래된 핑크색 다이슨 청소기와 스파게티 모형도 볼 수 있는데, 그는 포크가 꽂혀있는 이 스파게티 모형에 영감을 받아 셔츠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폴 스미스가 가진 재료에 대한 흥미를 보여주는 ‘BUTTON WALL’은 수많은 단추로 이루어져 있는 작품으로, 각 장소를 거칠 때마다 단추가 추가됐다고 한다. 그는 단추뿐 아니라 핸드폰, 도미노 등 다양한 재료로 매장을 장식하거나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INSIDE PAUL’S HEAD’

 

 

폴 스미스의 아이디어로 가득 찬 머릿속을 탐험할 수 있는 ‘INSIDE PAUL’S HEAD’는 ‘모든 것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그가 관찰을 통해 어떻게 영감을 받는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많은 이미지를 디지털카메라로 담고, 수첩에 기록하는 그의 광범위한 사진 아카이브의 일부이다. 

 

폴 스미스의 아버지의 사진 작품과 그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셔츠

 

 

그의 사진에 대한 관심에는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영향도 작용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카메라를 비롯해 아버지의 사진 작품과 그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셔츠, 각 도시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영상 등이 전시된다. 

 

폴 스미스가 수집한 사진과 포스터가 양쪽 벽면에 걸려있다.  

 

 

폴 스미스는 십 대 시절부터 사진과 포스터 등을 수집했다. 전시장의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벽면에는 그가 수집한 수많은 사진과 포스터들이 걸려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컬렉션부터 개인적인 사연이 있는 프린트까지, 벽면을 가득 채운 수집물들은 런던 코벤트 가든에 있는 사무실 벽과 지하실에 모아 놓은 컬렉션의 일부다.  

 


폴 스미스의 첫 번째 컬래버레이션, 로버(Rover)의 미니(Mini)와의 협업

 


폴 스미스가 진행한 다양한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

 

 

수많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그에게 있어 늘 새로운 도전이자 디자인의 확장을 보여주는 장치가 됐다. 폴 스미스의 첫 컬래버레이션이었던 로버(Rover)의 미니(Mini)와의 협업을 비롯한 생수병, 볼펜, 램프, 도자기, 카메라, 북 커버, 소스, 러그, 모터사이클, 자전거, 스노보드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 작품도 볼 수 있다. 

 

전시에서는 ‘STAMPED OBJECT’라는 특별한 오브제가 전시되는데, 그 모습이 조금 특이하다. 익명의 팬들로부터 받은 오브제들로, 오브제들에 우표가 붙어있는 모습은 전시를 위한 연출이 아닌, 폴 스미스가 이 오브제들을 받은 그 상태 그대로의 모습이다. 포장상자 없이 오브제 위에 주소와 우표만 붙어 배달된 것들이다.

 

디자인 스튜디오. 다양한 디자인 자료들을 볼 수 있다. 

 


벽에 설치된 의상 패턴들

 

 

전시장에는 패션쇼 영상 상영과 함께, 그의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디자인 스튜디오도 재현됐다. 디자이너가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자료, 과거 프린트 디자인, 컬러 스와치와 실, 패브릭 도서관 등이 펼쳐져 있고, 벽에는 실제로 옷을 만들 때 사용됐던 의상 패턴들이 설치돼있다. 

 


폴 스미스의 다양한 컬렉션

 

 

디자인 스튜디오 뒤로는 폴 스미스의 다양한 컬렉션이 전시된다. 남성복에 컬러를 넣는 방식, 스티칭과 패턴 라이닝, 의상의 구성, 꽃을 활용한 디자인 등 폴 스미스만의 특별한 디자인 요소들을 수많은 의상들과 함께 매칭하며 살펴볼 수 있다. 

 

지난 4월 전시 준비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그는 익선동에서 서울의 매력을 카메라에 담았다. 폴 스미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지만 새로움을 위해 여전히 많은 것을 보고 끊임없이 메모하며, “모든 곳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다. 만일 찾을 수 없다면 다시 한 번 보라”고 말한다. 

 


전시의 마지막 지점에는 ‘EVERY DAY IS A NEW BEGINNING’이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폴 스미스는 이번 전시를 통해 “겸손하게 시작하더라도 열정과 인내심을 갖고 발전시켜나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젊은 세대를 위해 새로운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시가 끝나는 지점의 핑크색 벽에 붙어있는 ‘EVERY DAY IS A NEW BEGINNING’이라는 메모를 보니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가진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보고 또 보면 영감을 받을 수 있다. 믿기지 않는다면 일단 그를 만나보라. 폴 스미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8월 25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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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미스 #헬로마이네임이즈폴스미스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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