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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젊은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곳, 밀라노 로산나 올란디 갤러리

2019-09-13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의미이다. 어떠한 분야에서 일을 하던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지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큼 기쁘고 행복하게 일을 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에게도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나의 작품을 누가 알아봐 주고 나에게 투자를 해주는 것은 매우 감사하고 대단한 일이다. 

 

 

로산나 올란디 갤러리 전경 ⓒ 손민정

 

 

특히, 디자인의 과정이 쉽지 않고, 다양한 시행착오와 큰 제작 비용이 든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런 후원이나 지원은 더욱 절실하다. 꼭 경제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내 작품을 사람들에게 한번 보일 수 있고, 홍보하고 평가받는 정도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디자인 작품 제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아마 세상에는 가득할 것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는 그런 디자이너들을 알아주는 사람, 알아주는 공간이 있다. 

 


로산나 올란디, Rossana-Portrait-by-Giovanni-gastel from Rossana Orlandi website 

 

 

로산나 올란디(Rossana Orlandi)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도나 카란(Donna Karan), 그리고 그녀의 가족 회사 등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섬유, 직조 컨설턴트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2년 그녀는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디자인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보여주기 위한 플팻폼으로 혁신적인 갤러리를 만들게 되었다. 다양한 고급 브랜드와 여러 전시의 큐레이터로 변신한 그녀는 젊고 혁신적인 디자이너들을 발견해 지원하며,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밀라노에서는 매우 유명하며 많은 디자이너들이 꼭 가봐야 할 장소로 추천되는 공간이다. 

 

 

로산나 올란디 갤러리 야외공간 ⓒ 손민정

 

 

로산나 올란디의 갤러리를 방문하면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빨간 ’Ro’의 로고가 선명하다. 그 로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복잡한 도심에서 한걸음 물러나서 조용하고 자연과 디자인이 가득한 정원으로 향하게 된다. 정원에는 다양한 아웃도어 디자인과 예술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들 역시 디자인 작품들로, 그곳에서 편하게 앉아 정원과 작품을 즐길 수 있다. 

 

 

 

 

로산나 올란디 갤러리 1층 전시공간 ⓒ 손민정

 


아름다운 정원을 다 보고 난 후에 노란색 벽을 따라 들어간 실내 공간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로산느 올란디 갤러리에는 현재 최소 25명 이상 되는 디자이너들의 가구, 조명, 오브젝트, 야외 가구, 빈티지 제품들 등이 수십 점 전시되고 있다. 각 방에서 각 작품들의 스타일과 모습에 맞추어 전시되고 있는데, 특히 자연의 풍경을 담은 창문이 도심 한가운데에서 자연을 집으로 쉽게 들여올 수 있는 방법으로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또한 유리로 만들어진 화려하고 투명한 샹들리에의 아름다운 색감이 정말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1층의 공간은 큰 작품 전시실과 사무실로 구성된 열린 공간으로, 방문했을 당시 다른 사람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로산느 올란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로산나 올란디 갤러리 2층 숍 ⓒ 손민정

 

 

1층이 전시장이라면 2층은 숍에 가깝다. 천장까지 닿아있는 빈티지 캐비닛에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상품을 알려주는 라벨이 붙어 있고, 각 선반에는 판매 제품들이 진열되어 아카이브적인 느낌을 준다. 다양한 제품들이 서로 모여 진열되어 있는데, 매우 고가부터 저가의 소품들까지 폭이 넓어서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실제로 작은 제품들을 구입해가는 많은 방문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 신인인 디자이너들의 입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판매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펀딩이나 플리마켓에서 소품이나 작은 디자인 제품을 후원,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패션 브랜드의 편집숍들은 개인 브랜드나 소량의 디자이너 제품을 파는 경우가 있지만, 가구나 실험적인 작품들에 대해선 아직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적다. 로산느 올란디의 경우에는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있는 개인의 노력과 참여로 새로운 방향에서의 편집숍을 제안하고 있다. 

 

이 공간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서서, 또 다른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고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여 더 큰 비전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준다. 더 많은 디자이너들의 성장을 위해 이러한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그룹이나, 재단, 정부, 학교, 기업 차원에서 조금 더 참신한 작품들에 대한 투자와 이를 위한 공간의 제공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글_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smj91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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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밀라노 공대(Politecnico di Milano)에서 제품 서비스 시스템 디자인(Product service system design)을 전공하면서 이탈리아 로마의 디자인 컨설팅 에이전시에서 UX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미래 비전을 그리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디자인에 있다고 믿습니다. 이탈리아의 디자인과 혁신들을 찾아서 길을 나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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