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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딩 에이전시 ‘콘트라폰트’

2019-09-18

[디자이너 토크 Designer’s talk]

 

스타벅스, 삼성, 애플, 블루 보틀, 루이비통, 벤츠, 코카콜라…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브랜드의 이름만 듣고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왠지 멋져 보이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잔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거나, 혹은 맛있을 것 같은, 막연함을 넘어서 어느 정도 믿음과 확신이 가는 느낌을 담는 것이 바로 브랜딩의 힘(power of branding)이다. 

 

소위 말해 잘 만들어진 브랜딩은 고객의 신뢰를 얻고 회사의 이익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브랜드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막대한 자본과 노력을 투자한다. 한번 소비자에게 인식된 브랜드의 이미지는 그만큼 파급력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브랜딩(Branding)이라는 단어가 주목받은 지는 꽤 오래되었다.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이나 서비스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이 문구에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바로 그 ‘이름’을 만들고 ‘가치’를 불어넣는 이들이 있다. 이번 디자이너 토크 세션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딩 에이전시 콘트라폰트(Kontrapunkt, www.kontrapunkt.com)의 디렉터와 함께 진행했다. 코펜하겐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힙한 스튜디오에서 예상시간을 훌쩍 넘기며 진행된 이야기 현장을 공유하고자 한다.

 


디자이너 토크 세션을 함께 진행한 콘트라폰트의 디자인 디렉터 필립 리네먼(Philip Linnemann)과 필자 ⓒ sangwoocho

 

 

먼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디자이너 토크’ 세션에 참여해주어 고맙다. 소개를 부탁한다.
토크를 함께 진행하게 되어 영광이다. 현재 콘트라폰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ECD)로 일하고 있는 필립이라 한다. 콘트라폰트에는 3년전에 합류했고, 얼마 전까지 일본 도쿄 오피스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콘트라폰트에 합류하기 전에는 은행권에서 디지털 관련 혁신 부문을 경험했었다. 영국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이노베이션 매니지먼트로 교육을 받았다. 그 후 런던에서 브랜딩 에이전시를 거쳐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기도 했었다.

 

회사명은 덴마크어인 ‘콘트라폰트(Kontrapunkt)’에서 가져왔는데, 번역하자면 ‘카운터 포인트(Counter point)’를 뜻한다. ‘보기 좋은 대조’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전시이기에 팀 간의 혹은 파트너 간의 ‘완벽한 대조’는 상당히 중요한 키워드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다. 서로 다른 멜로디와 음색이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35년의 역사를 가진 콘트라폰트는 현재 홀리스틱 어프로치(Holistic approach dept.) 부문과 비주얼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 dept.) 부문의 두 파트로 운영 중이다.

 

콘트라폰트 에이전시는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디자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지털디자인, 패키징 디자인 등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를 커버하는 것 같다.
맞다. 기업의 브랜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시각화 작업을 통한 브랜드 경험을 이끌어내며,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그들을 위한 서비스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등의 통합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브랜드, 전략, 아이덴티티, 익스프레스 비전, 비주얼(패키징 & 그래픽디자인) 분야를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스토리를 강조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의 디자인을 통해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영리한 전달 방식을 고민한다. 때로는 공간을 통해서, 디지털 환경을 거쳐, 혹은 제품의 패키징이나 브로슈어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대부분의 브랜딩 스튜디오들은 협업하고자 하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그들만의 기호가 있을텐데, 콘트라폰트의 작업에는 영역간의 경계가 없어보인다.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고객들과 일하고 있다. 교육, 정부, 대학교, 에너지, 헬스케어, 뷰티 분야 등 프로젝트에 경계는 없다. 모두 다른 분야 같지만 브랜드의 경험 자체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동일하며, 모든 고객들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제공하는 서비스 중, 특히 기업의 브랜딩 디자인에 있어서 고객의 방향과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궁금하다. 프로젝트 진행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프로젝트를 전체적 함께 끌고 간다는 협업 마인드가 중요하다. 단순히 고객사와 일하는 개념을 넘어서서 우리는 그들과 함께 디자인팀을 꾸려 진행하기도 한다. 진정한 협업이라고나 할까. 단순히 최종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프로세스를 진행하려 한다. 고객들의 만족만을 쫓기만 한다면 결코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갑을 관계가 아닌 파트너 관계로 나아가는 북유럽의 기업 문화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들자면?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할 당시 리드한 일본 미시비시 모터(Mitsubishi motor)와 진행한 글로벌 브랜딩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브랜드의 로고부터 타입페이스, 딜러 스토어의 인테리어, 사인, 브로슈어의 제안까지 다양한 경험을 총체적으로 디자인했다. 또 하나 들자면 덴마크의 동에너지(Dong energy)사와 진행한 리브랜딩 작업도 인상적이었다. 현재는 오이스터(Ørsted)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그린 에너지 회사로 변화 중인데 그 과정에 함께 참여했다. 사명의 리브랜딩, 타이포 그래피, 로고, 공간 디자인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아식스 타이거(Asics Tiger), 니산(Nissan) 등과도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다. 

 

 

덴마크 오르스테드사의 리브랜딩 최종 결과물들 ⓒ Kontrapunkt

 

 

일본 아식스 타이거의 스토어 브랜딩 작업 ⓒ Kontrapunkt

 

 

반대로 도전이 되거나 난항을 겪은 프로젝트도 있었을 것 같다.
특정 프로젝트를 언급하기보다는 전반적인 관점에서 예를 드는 것이 맞겠다.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기업의 의도와 우리가 제안하는 방향이 다를 때가 종종 있다. 수익구조나 손이익 등의 논리에 지나치게 포커싱하다 보면 브랜딩에 대한 투자 예산도 줄고, 참여 인원도 영향을 받을 때가 있다. 또한 큰 그림을 보기보다는 눈앞의 것들만 해결하려 하다 보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갭(gap)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한 곳의 목표를 보고 진행하는 일이기에 이 같은 충돌조차도 ‘생산적’이라 생각한다. 이 때문에 협업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덴마크의 디자인 에이전시가 일본에 지사를 두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도쿄 오피스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일본은 덴마크와 의외로 공통점이 많은 나라이다. 젠(Zen), 미니멀리즘(Minimalism), 심플리시티(Simplicity), 겸손함(humble) 등은 두 나라의 크리에이티브를 관통하는 대표 단어이다. 모두 장인 정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디테일에 집중하여 특별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 목재가구 브랜드 가리모쿠(KARIMOKU)와 협업한 브랜딩 작업. 브로슈어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통합 솔루션 제공 ⓒ Kontrapunkt

 

덴마크 운수회사 모비아(movia)의 리브랜딩 작업. 타이포 그래픽과 컬러 등 통합적 브랜딩 제안 ⓒ Kontrapunkt

 

 

스웨덴 안경 브랜드 스팩세이버스(Specsavers)를 위한 광고 브랜딩 작업 ⓒ Kontrapunkt

 

 

디자인 작업을 위해서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서라도 인사이트(insight)를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특별한 프로세스가 있는지 궁금하다.
디자인적 영감을 위해 특정 지역이나 전시 등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클라이언트와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과정이다. 많은 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인팀이 인스퍼 트립 (inspiration trip)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콘트라폰트 같은 경우는 의뢰 고객들과 이 인스퍼 트립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인터뷰, 현장 방문, 비디오 촬영 등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인사이트 시간을 갖는다. 이는 프로젝트 진행에도 꽤나 효과적이다. 도쿄 오피스에서 일할 당시 일본의 차(茶) 세리머니를 경험하는 인스퍼 트립을 진행했는데 인상적이었다. 유니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특별한 아이디에이션이 중요하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는 여전히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열풍 속에 있으며, 여러 분야에 있어서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식의 교류(knowledge sharing)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의 목표와 의지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서로 간에 경쟁자의 개념보다는 동반자가 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북유럽은 이러한 문화가 오래전부터 구축되어왔고, 이는 브랜드의 비즈니스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러한 프레임이 완성된 뒤 이뤄지는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프로젝트의 본질부터 달라지게 한다. 배우고 경험했으면 다시 오픈하는 선순환이 중요하다.

 

팀원을 채용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호기심(curiousity)이다. 호기심이 있는 인재는 배우려는 전문가의 자세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동료를 존중하고, 에너지가 있다. 이런 인재상은 팀에 조인해서도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스파이어링 에너지(inspiring energy)를 갖고 있다.

 

한국의 디자이너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스스로의 특별함을 믿고 존중했으면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SNS의 모습이 아닌 진실된 자신을 믿고 호기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누군가와 반드시 나누기를 권한다. 그 과정에서 당신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도전하게 될 테니까.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쿤트라폰트 본사 스튜디오 풍경 ⓒ Kontrapunkt

 

 

호기심의 에너지
‘이건 왜 그렇죠?’, ‘저건 뭔가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어린아이들은 끊임없이 묻고 질문한다. 바로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호기심이란 영역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점점 사라지는 것일까.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의욕도 점점 줄고, 모르는 것에 대한 궁금증도 예전만큼 열정적이지도 않은 우리 자신을 보게 된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대신 기대와 궁금함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의심 대신 확신과 믿음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는 더욱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토크를 함께 진행한 필립도 여러 차례 이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언급했고, 실제로 그에게서는 궁금함과 질문거리가 가득한 어린아이의 눈빛이 보였다.

 

지금의 우리는 안주하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좋은 직업을 갖고, 별다른 문제없이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올림픽 경기의 평행봉 앞에선 선수가 아무런 기술 동작을 하지 않고 조심조심 기어서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과도 같다.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물론 그 도전에는 실패와 좌절이 당연히 따라오지만, 그 과정 없이는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다.

 

글_ 조상우 스웨덴 Sigma Connectivity 사 디자인랩 수석 디자이너(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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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 디자이너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디자인 그룹 책임 디자이너, 소니 모바일(Sony mobile) 노르딕 디자인 센터를 거쳐, 현재 스웨덴 컨설팅 그룹 시그마 커넥티비티(Sigma connectivity), IoT 부문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근원지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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