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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인터뷰

디자인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

2019-10-15

디자인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까지 문제해결이 가능할까. 여기 사회적으로 혁신을 일으킨 디자인이 있다. 국제적인 이슈에 대해 새로운 해결책을 선보인 디자인이다. 

 

쿠쿨라(CUCULA)는 독일의 난민 공예 디자인 컴퍼니(Refugees Company for Crafts and Design)로, 난민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난민들을 지원한다. 이들의 지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과는 좀 다르다. 단순히 디자인의 결과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들을 찾고, 실천한다. 아프리카어로 ‘서로 돌본다’라는 뜻의 ‘쿠쿨라(CUCULA)’라는 이름을 통해 이들의 비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쿠쿨라를 설립한 코로나 시 대표(왼쪽)와 쿠쿨라의 컨설턴트 베레나 어거스틴(오른쪽) ⓒ Design Jungle

 

 

지난주 쿠쿨라가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새활용플라자의 개관 2주년 기념 행사인 서울새활용워크숍 ‘스케칭 유토피아’ 강연을 위해서였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쿠클라 대표 코리나 시(Corinna Sy)와 쿠쿨라 컨설턴트 베레나 어거스틴(Verena Augustin)을 만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쿠쿨라의 방식에 대해 들었다. 

 

쿠쿨라는 2013년 결성, 3명의 멤버에 의해 2014년 정식으로 설립됐다. 설립 배경에 대해 코리나시 대표는 “독일에 들어온 난민들이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처참한 모습을 본 후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해결책을 찾고자 했고, 난민들을 모아 워크숍을 열었다. DIY 프로젝트로 디자이너 엔조 마리(Enzo Mari)의 디자인 자급자족 프로젝트 ‘아우토프로제타지오네(Autoprogettazione)’ 가구를 난민들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한 쿠쿨라는 이후 그들이 가구들을 판매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다. 

 

 

엔조 마리 디자인을 바탕으로 쿠쿨라가 제작한 퍼니처(출처: www.cucula.org)

 

 

엔조 마리의 ‘아우토프로제타지오네’는 누구나 쉽게 응용, 제작할 수 있도록 한 ‘오픈소스 디자인’으로, 쿠쿨라는 엔조 마리를 만나 이를 판매하는 것에 대한 허락을 구했다. 쿠쿨라는 가구를 정식으로 판매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회사의 형태를 꾸려나갔다. 사람들은 유명 디자이너 엔조 마리 퍼니처에 관심을 보였고, 난민들과 함께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사회 전체가 매우 놀랐으며,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쿠쿨라는 난민들에게 가구 제작 기술뿐 아니라 일을 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영역을 가르친다.(출처: www.cucula.org)

 

 

쿠쿨라의 워크숍은 단순히 난민들에게 가구를 제작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언어, 공예, 수학, 기하학 등 일을 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영역의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이루어진다. 난민들을 위한 법률 상담이나 행정업무 등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재정적, 법률적, 사회적인 지원도 한다. 

 

수많은 난민들에 대한 정책이 전무할 때 체계적인 난민 지원 사업으로 그들과 사회 모두를 위한 방법을 제시한 쿠쿨라는 여러 기업들로부터 난민 교육 프로그램 및 조직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요청받았고,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주목받았다. 

 

난민들이 독일이라는 사회에서 일을 하고, 사회적인 네트워킹을 하며, 직업적 비전을 찾고 창의력을 발휘해 자립, 스스로 미래를 구상하는 사회적인 능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쿠쿨라의 시스템은 ‘2016 iF 디자인 어워드’의 ‘공공가치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체어를 비롯해 선반과 테이블 등 엔조 마리의 디자인을 활용한 가구를 선보인다.(출처: www.cucula.org)

 

 

쿠쿨라는 싱글 체어를 비롯해 여러 명을 위한 긴 의자, 테이블, 선반 등 엔조 마리의 디자인을 베이스로 한 가구들을 만들고 판매한다. 코로나 시는 엔조 마리의 가구 제작에 대해 “엔조 마리의 디자인을 담고 있는 책자는 모두가 다른 언어를 사용해도 공동 작업이 가능할 만큼 따라 하기가 쉽다. 심플하면서도 체계적인 내용들은 구조적, 건축적인 계획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계적으로 따라하다 보면 완벽한 가구를 완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엔조 마리의 심플하면서도 체계적인 디자인은 응용을 통해 다양한 가구 디자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엔조 마리의 의도이기도 하다. 그는 쿠쿨라가 자신의 디자인을 다양하게 조정, 확장시키길 원했고, 쿠쿨라는 엔조 마리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가구를 제작할 뿐 아니라 디자인을 변형해 카페나 바, 극장, 슈퍼마켓 등의 공간을 꾸미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쿠쿨라는 난민들이 직접 타고 건너온 배의 조각을 이용해 만든 의자 엠버서더를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였다.(출처: www.cucula.org)

 

 

재료를 바꿔 제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난민들이 탈출 당시 직접 타고 바다를 건넜던 배의 조각으로 의자를 만들었고,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많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이 의자에 엠버서더(AMBASSADOR)라 이름 붙였다. 올라프 엘리아슨(Olafur Eliassons) 등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및 유명인들을 초대해 엠버서더에 앉게 했고, 난민들을 위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쿠쿨라는 ‘디자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답했다. 사용자가 진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사회적, 환경적, 정치적, 경제적인 면에서 지속 가능한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그들의 디자인 방식이다. 

 

쿠쿨라는 워크숍을 통해 난민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이 자립해서 독일 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사항을 지원한다.(출처: www.cucula.org)

 

 

우리의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좀 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그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어떤 도전을 하고 싶은지를 알고, 미래의 모습을 떠올려라. 그리고 단계를 세분화시켜 오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더 큰 그림을 위해 구체화된 작은 스케일로 솔루션을 디자인해라. 디자인은 늘 물체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의식, 시스템, 과정 역시 디자인의 일부이다. 디자이너로서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라. 소비의 틀, 패턴을 바꾸고 관습을 변화시키는 것 또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워크숍, 토론, 브레인스토밍, 프로토타입 제작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방법을 도출하라”고 말했다. 

 

쿠쿨라는 난민을 돕는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 아니다. 그들은 디자인을 통해 사회를 바꾸고 인식을 변화시켰다. 난민들을 독일 사회로 흡수시키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디자인을 통해 찾아낸 그들의 디자인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의 영향력,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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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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