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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앨런 플레처’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엿보다!

2019-11-27

영국을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앨런 플레처(Alan Fletcher)의 철학이 담긴 디자인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로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 전이다. 이번 전시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20세기 디자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며 시각의 변화를 만든 개척자’라는 평을 받고 있는 앨런 플레처의 회고전이다.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 전시 전경 ⓒ Design Jungle 

 

 

학창시절 이미 프로의 세계에 발을 디딘 앨런 플레처는 당시 디자인과 학생들이 선망한 타임 앤 라이프(Time and Life)의 포춘 매거진(Fortune Magazine) 표지를 디자인했다. 이후 동료 디자이너들과 영국에서 그들만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디자인계의 신화로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적인 디자인 회사 펜타그램(Pentagram)이다. 


펜타그램은 1972년 앨런 플레처를 비롯해 콜린 포브스(Colin Forbes), 밥 길(Bob Gill), 케네스 그랜지(Kenneth Grange), 머빈 쿨란스키(Mervyn Kurlansky)가 함께 세웠다. 다섯을 의미하는 라틴어 펜타(penta)와 도형을 의미하는 그램(gram)이 합쳐진 펜타그램은 고대 이래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자주 나타나는 마술의 상징으로 펜을 종이에서 떼지 않고 한 번에 그릴 수 있는 오각형 별을 의미한다. 

 

클래식한 심볼이 인상적인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의 로고 ⓒ Design Jungle 

 

 

회사를 설립한 이후에도 앨런 플레처는 그만의 순수하고 독창적인 정체성을 담은 작품들을 계속 만들어나갔다. 서체만으로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의 로고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로이터(Reuters)의 로고를 디자인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시켰다. 그는 로고에 장식을 더하기 보다 기본요소를 제거하는 타이포그래피적 요소를 제시한 클래식한 심볼을 완성 시켰다.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의 로고는 1989년에 처음 디자인한 이래로 현재까지 사용 중인 역작이다.

 

타임 앤 라이프(Time and Life)의 포춘 매거진(Fortune Magazine) 표지 ⓒ Design Jungle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라는 전시명처럼 전시장은 앨런 플레처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방문한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디자인 인생을 총망라하여 시대순으로 나눠 총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유쾌함이 묻어나는 작품을 비롯해 위트 넘치는 50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앨런 플레처의 뉴욕 활동 시기부터 영국 귀국 후까지의 작업을 소개하는 ‘뉴욕에서 런던으로(1952~1962)’라는 섹션으로 시작을 알린다. 그가 디자인한 포춘 매거진 표지를 비롯해 접시와 컵에 그려진 디자인이 전시된다. 이어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선보인 프로젝트 활동 시기의 작업을 조명하는 전시가 이어진다. 1962년 만우절에 셋의 성을 따서 이름을 정한 ‘플레처, 포브스, 질(1962~1965)’은 영국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버스 외벽 광고로 쓰였던 〈피렐리 타이어〉와 〈피렐리 슬리퍼〉 광고 디자인 ⓒ Design Jungle 

 

 

그의 디자인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아이템들을 가지고 재치있는 디자인으로 재해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버스 외벽 광고로 쓰였던 〈피렐리 타이어〉와 〈피렐리 슬리퍼〉 광고 디자인이 바로 그것이다. 수작업으로 완성한 타이포그래피는 1960년대 영국 그래픽 디자인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피렐리 슬리퍼〉 광고 디자인은 버스의 2층에 앉은 승객들이 마치 슬리퍼를 신고 있는 것처럼 디자인해 텍스트의 의미와 형태 사이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968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크레이에티브 워크숍’에서 쓰인 연필 거치대 ⓒ Design Jungle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 전시 전경 ⓒ Design Jungle 

 

 

‘크로스비, 플레처, 포브스(1965~1972)’에서는 BP의 후원으로 1968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크레이에티브 워크숍’에서 쓰인 연필 거치대를 비롯해 쿠웨이트 국영 석유공사의 명함 등이 전시된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제품디자인에도 관심을 보인 그가 디자인한 다양한 제품디자인도 함께 전시된다. 

 

Promotional poster, Designers Saturday Committee 1982 ⓒ Image lent courtesy of the Fletcher family

 

 

이어 ‘펜타그램(1972~1992)’에서의 완성된 디자인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포스터에도 차용된 도형의 간결한 이미지와 색상과 형태가 그려진 디자인은 칸딘스키 작품의 주된 모티브인 삼원색에서 착안해 완성된 디자인이다. 원, 삼각형, 사각형 위에 연필로 선을 덧붙여 완성한 유니크한 디자인의 포스터도 전시된다.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 전시 전경 ⓒ Design Jungle 

 

 

마지막 ‘앨런 플레처 디자인(1992~2006)’ 섹션에서는 ‘디자인은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라는 그의 신념을 실천한 디자인들을 엿볼 수 있다. 항상 즐기면서 작업하고자 했던 플레처는 자택에 개인 스튜디오를 열고 작업을 이어갔다. 수집광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모은 물건들과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우표 등 개인적인 일상을 토대로 독특하며 개성 강한 작품들을 남겼다.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 전시 전경 ⓒ Design Jungle 

 


이번 전시에서는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성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전시된다. 이외에도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인 파이돈 프레스(Phaidon Press)와의 인연으로 디자인한 책과 그의 디자인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을 엮어 만든 ‘옆으로 보는 것의 미학(The Art of Looking Sideways)’, ‘칠 주의(Beware Wet Paint)’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펜글씨, 수채화, 콜라주와 같은 아날로그 기법을 고수하며 정형화된 스타일에 갇히지 않고 디자인의 본질을 극대화하고 이미지를 단순화시킨 작업이 전시되어 그의 그래픽 디자인 세계를 바로 눈앞에서 엿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앨런 플레처의 디자인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든 디자인한 책들 ⓒ Design Jungle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는 앨런 플레처를 두고 ‘가장 다작을 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전시장 안에는 그가 남긴 다양한 이미지의 포스터부터 현대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달력, 타이포그래피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KT&G 상상마당의 20세기 거장 시리즈 일곱 번째 기획전으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2020년 2월 16일까지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에디터_ 한혜정(hjhan@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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