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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서 만나는 여왕의 왕관

2019-12-03

디자인과 장식 예술의 대표 박물관인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A).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렸던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빅토리아 여왕 그리고 그 화려했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여왕의 왕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의 대표 전시실이자 일명 ‘보석함 속 작은 미술관’이라 불리는 이곳의 다양한 주얼리들을 만나보자. 

 

주얼리 전시실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아르누보(Art Nouveau, 1890~1910) 스타일로 시작된다. 당시 프랑스 및 유럽 전역에서 유행한 아르누보 양식의 영향으로 보석들 역시 유연한 굴곡을 띄고 있으며, 유기적이고 움직임이 있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작고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혹은 상아 위주의 작품들이 많으며, 골드 컬러와 아이보리 컬러가 주를 이룬다. 아르누보 시대에 걸맞게 수줍은 느낌의 티아라들과 장식을 통해 약간의 그림자를 연출하는 세공법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티아라 콤 헤드(Tiara comb head), 프랑스, 1900대 추정

 

 

작품 ‘티아라 콤 헤드’에서 보이는 깃털 문양의 디테일, 그리고 부드러운 곡선의 상아와 진주들은 아르누보 스타일의 보석 세공법을 잘 보여준다. 

 

전시실에서 발걸음을 안쪽으로 옮길수록 조명의 각도가 달라졌고, 작품 각각에 대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진귀한 보석들은 물론 클래식함과 모던함을 넘나드는 주얼리 작품들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목걸이(no.loan.harris.1 Necklace), 영국, 1874~1887년 추정

 

 

영국-마이소르 전쟁 당시 조지 해리스(George Harris) 장군의 부상 중 하나였던 목걸이는 해리스 장군의 아내들이(아내 사라(Sarah)를 시작으로, 여러 명의 부인과 후대 자녀들을 통해 계승) 계속해서 소장하고 있었던 가문의 유품이기도 하다. 해리스 가문에 의해 계속해서 관리 및 세공되어 왔으며, 에메랄드와 최상급 커팅의 다이아몬드 그리고 금과 은으로 제작되었다. 

 


목걸이와 귀걸이(no.M89. Necklace and earrings), 영국 1850년대

 

 

전시장에서는 사파이어와 최상급 커팅의 다이아몬드, 그리고 금과 은으로 세팅된 1930년대 스타일의 두 줄 목걸이를 볼 수 있다. 19세기 중반의 보석들은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요소로, 화려하고 크고 웅장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두 줄로 올린 사파이어 목걸이는 빈티지 주얼리 디자인으로 한국에서도 각광받는 레이디 코리(Lady Cory, 1866~1947)의 소장품이다. 

 

Brooch with a cameo of the Three Graces, 영국, 1850년대

 

 

엄마 옷장에서 한 번쯤 보았을법한 브로치로 잘 알려져 있는 카메오 양식의 다양한 브로치 또한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카메오스 앤 인태글리오스(Cameos and Intaglios)’ 브로치는 카메오 공법으로 뒷면에 골드 가넷이 있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특히 여인들의 옷자락과 머리칼이 세세하게 표현되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으며, 가넷의 정교함은 이 브로치의 값어치를 한층 높였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서 주얼리 전시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인 빅토리아 여왕의 왕관. 빅토리아 여왕의 사파이어 & 다이아몬드 코로네트, 영국 런던, 1840~1842

 

 

빅토리아 여왕의 사파이어 & 다이아몬드 코로네트(Queen Victoria’s Sapphire and Diamond Coronet)는 전시실 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화려함을 뽐냈다. 빅토리아 여왕의 대표적인 왕관을 장식했던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다이아몬드 중 하나인 코이누어(Koh-i-Noor) 다이아몬드는 현재 엘리자베스 여왕의 왕관에 장식되어 런던 타워에 보관되어 있지만, 실제로 영국 런더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빅토리아 여왕의 왕관은 알버트 경이 선물한 바로 이 왕관이라고 한다. 대영제국의 위대함과 번영, 그리고 빅토리아 여왕과 알버트 경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사파이어 & 다이아몬드 코로네트는 알버트 공이 아내인 빅토리아 여왕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빅토리아 여왕이 사용했던 왕관들 중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이 왕관에서는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알버트 공의 남다른 미적 감각도 엿볼 수 있다. 빅토리아 여왕의 1843년 2월 22일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알버트 공은 빅토리아 여왕의 보석들 중 코로네트에 어울릴만한 보석들을 직접 선별하고 세공사에게 이 디자인을 주문했다고 한다. 사랑이 넘치는 남편이자, 빅토리아 여왕의 최고 지지자이며 조력자로 잘 알려져 있는 알버트 공의 마음이 담긴 대목이다.  

 


티아라(Tiara), 프랑스, 1913년

 

 

대표적인 보석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 수석 디자이너이기도 했던 헨리 라바브르(Henri Lavabre)의 작품인 이 티아라는 현재에도 주얼리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티아라 디자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13년 11월 15일에 열린 알렉산드라 콤네노스(Alexandra Comnene)의 결혼식에 사용되기 위해 주문 제작되었다. 플래티넘과 골드, 로즈 컷 다이아몬드로 구성되어 있는 이 티아라는 특히 카보숑 컷(cabochon-cut)으로 연마된 루비가 우아함을 더해 빛을 발한다. 

 


나폴레옹과 조세핀, 목걸이와 귀걸이(Napoleon and Josephine, Necklace and earrings), 프랑스, 1806년

 

 

프랑스 혁명 당시 고급 사치품들의 거래가 힘들었던 1790년대. 하지만 1804년, 황제 나폴레옹의입성은 다시 제국 정권에 화려함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사진 속 작품은 나폴레옹의 첫 번째 배우자인 조세핀의 목걸이와 귀걸이로, 진귀한 보석 애호가이자 파티를 좋아했던 조세핀은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보석들을 선호했다. 고전에 영감을 받았지만 현대의 화려함을 덧씌운 디자인으로 큰 티아라, 목걸이, 팔찌와 귀걸이까지 몸 전체에 걸쳐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조세핀의 목걸이와 귀걸이는 원석의 우아함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현재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입문으로도 많이 응용되고 있다. 

 


비욘세의 ‘빠삐용 링’(Beyonce’s ‘Papillon’ ring), 영국, 2014년

 

 

역사 속 화려한 주얼리들을 지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주얼리 전시실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당시 비욘세의 기증으로 화제를 모았던 빠삐용링, 일명 나비 반지(Butterfly ring)이다. 한화 1억 원이 호가하는 비욘세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이 반지는 비비드 그린 컬러가 돋보이는 화려한 챠보라이트(tsavorites)와 날개 경계를 장식하는 다이아몬드에까지 정교함이 녹아있는 작품으로, 전설의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영국의 글렌 스피로(Glenn Spiro, 1962~)의 작품이다.  

 

알버트 경의 사랑이 담긴 빅토리아 여왕의 왕관부터 연인 제이지에게서 받은 비욘세의 반지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사랑의 표현이자 상징, 쥬얼리를 선보이는 이 곳은 런던의 대표 뮤지엄인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서 가장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 아닐까. 

 

글, 사진_ 우예슬 뉴욕통신원(wys06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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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
2012년부터 세계 최대 문화예술의 도시, 뉴욕에서 지내며 다양한 매체에 문화예술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미디어 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컨템포러리 아트에 관심이 많으며, 보다 대중적이고 신선한 작품들과 작가들을 찾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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