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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카스틸리오니의 기발하고 따뜻한 디자인

2020-02-21

카스틸리오니는 “누가 디자인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쓰임새 있는 물건이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라 말하며, 사물의 본질에 집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일상을 끊임없이 관찰한 섬세한 시선과, 그로 인해 탄생한 카스틸리오니의 기발한 디자인은 오랜 시간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선구자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스승이 됐다. 

 

그는 ‘이탈리아 최고의 영예’라 불리는 ‘황금콤파스상’을 9회나 수상했다. 그의 모든 오리지널 아트 워크가 이탈리아 정부의 문화재로 등록돼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표적인 디자이너임을 보여준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 1918-2002)의 디자인 철학과 가치, 독창성과 위트를 모두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카스틸리오니’전은 지난해 100주년을 맞이한 카스틸리오니의 탄생을 기념해 열리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시로, 디자인 역사에 있어 핵심적인 인물들로 평가받는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와 그의 형제들인 리비오, 피에르 지아코모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이 지닌 가치를 재조명하며, 카스틸리오니의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100여 점과 관련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전시의 기획과 공간 디자인에는 프로젝트 콜렉티브 대표이자 홍익대학교 교수인 박현주 대표, 한국 전시 총감독 김주연 홍익대학교 교수와 함께 카스틸리오니의 제자이자 세계적 디자이너인 듀오 이코 밀리오레(Ico Migliore), 마라 세르베토가(Mara Servetto)가 직접 참여했다. 전시 공간은 5개의 섹션으로 구성, 디자인 철학부터 창조의 과정, 형태와 기능까지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전한다. 

 

여러 색의 그래픽 디스플레이가 펼쳐진 첫 번째 공간 ‘카스틸리오니의 세계’ ⓒ Design Jungle

 

 

첫 번째 공간 ‘카스틸리오니의 세계’에는 여러 색의 그래픽 디스플레이가 펼쳐져 있다. 1944년부터 디자인 활동을 시작한 58년간의 디자인 경력, 67회의 수상, 산업디자인과 설치미술, 1,000여 개의 건축 프로젝트 등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여정와 카스틸리오니 형제들의 디자인 감각을 전한다.

 

아르코 플로어 램프가 전시돼 있는 공간 ⓒ Design Jungle

 

 

관람객을 맞이하듯 전시돼 있는 ‘아르코 플로어 램프’는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디자인한 스탠드 조명이다. 천장 조명만큼 밝으면서도 이동이 가능한 램프로, 카스틸리오니 형제가 가로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디자인했다. 천장에 조명을 고정해 사용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동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는데, 대리석 지지대에 구멍을 뚫어 막대를 넣고 두 사람이 스탠드를 들어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에 재현된 카스틸리오니의 작업실 (사진제공: 프로젝트 콜렉티브)

 

함께 했던 동료 디자이너와 그들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 프로젝트 콜렉티브)

 

 

두 번째 공간 ‘카스틸리오니와 밀라노’에서는 카스틸리오니 형제들이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를 펼치며 활동했던 장소이자 이탈리아 디자인뿐 아니라 세계 디자인 산업에 있어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도시 밀라노를 살펴볼 수 있다. 재현된 카스틸리오니의 스튜디오와 그곳에서 함께 한 형제들의 이야기, 가족들의 모습, 함께 했던 동료 디자이너 및 협업을 진행한 기업들의 제품도 볼 수 있다.   

 

카스틸리오니의 독창적인 디자인 작품과 그 탄생 배경을 보여주는 ‘창조의 과정’ ⓒ Design Jungle

 

카스틸리오니가 수집하고 영감을 받았던 일상의 물건들 '익명의 오브제' ⓒ Design Jungle

 

 

세 번째 공간 ‘창조의 과정’은 카스틸리오니가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던 특유의 시선과 그를 통해 완성된 다양한 디자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밀라노공과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던 카스틸리오니의 건축 관련 디자인을 선보이는 ‘전시 디자인’이 전시되며, 기존의 사물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한 카스틸리오니를 보여주는 ‘레디메이드’, 카스틸리오니가 수집한 물건들이자 새로운 디자인을 탄생시킨 ‘익명의 오브제’ 등 카스틸리오니가 완성한 특별한 디자인의 원천을 만날 수 있다. 

 

롬피트라타 스위치(ROMPITRATTA Switch, 1968), 디자인: 아킬레, 피에르 지아코모 카스틸리오니 / 제작: VLM 생산 (사진제공: 프로젝트 콜렉티브)

 

 

이곳에선 특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도 볼 수 있다.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제 기능을 잘 하는 것이라면 누가 디자인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카스틸리오니의 ‘익명의 디자인(Anonymous Design)’의 개념이 가장 잘 녹아있는 ‘롬피트라타 스위치’로, 카스틸리오니는 이 편리한 디자인을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이 스위치는 수천만 개 이상 생산,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활용되고 있다. 

셀라 스툴(SELLA stool, 1957), 가죽, 알루미늄, 무쇠, 디자인: 아킬레, 피에르 지아코모 카스틸리오니 / 제작: 시로그라피아 밀라네제(1957) 시제품, 자노타(1983) 생산 (사진제공: 프로젝트 콜렉티브)


메자드로 스툴(MEZZADRO seat, 1957), 스틸, 래커 스틸, 너도밤나무, 디자인: 아킬레, 피에르 지아코모 카스틸리오니 / 제작: 자노타(1971) (사진제공: 프로젝트 콜렉티브)

 

 

‘셀라 스툴’은 바닥이 반구 형태로 되어 있어 의자에 앉은 채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으로, 당시 벽에 붙어 있는 전화기를 사용하면서 서 있어야 하는 불편함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만든 의자다. 카스틸리오니는 ‘셀라 스툴’의 자전거 안장뿐 아니라 ‘메자드로 스툴’의 트랙터 의자 등, 어울리지 않을 법한 사물을 결합해 전혀 새로운 기능의 또 다른 제품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아이콘이 된 카스텔리오니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아이콘’ ⓒ Design Jungle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은 아이콘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는데, 네 번째 공간 ‘아이콘’에서 바로 그러한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만화 속에 등장하는 ‘아르코 램프’를 비롯해 카스틸리오니 형제의 아이콘이 된 그들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과거에 대한 재발견, 단순한 행동뿐 아니라 인간관계, 공간 및 사물과의 관계에 대한 세심한 관찰로 완성된 디자인들은 실용성과 재치를 겸비하고 있다. 


스누피 램프(SNOOPY lamp, 1967), 유리, 대리석, 스틸, 디자인: 아킬레, 피에르 지아코모 카스틸리오니 / 제작: 플로스 생산 (사진제공: 프로젝트 콜렉티브)

 

 

만화 <피너츠(Peanuts)>의 주인공 찰리 브라운의 강아지 스누피를 닮은 ‘스누피 램프’도 전시된다. 지지대 없이 직접 작업장에 빛을 비출 수 있는 장치를 생각하다 고안한 길쭉한 모양의 조명으로, 냉각의 용도로 3개의 구멍을 뚫었다. 

 

‘포스터의 숲’. 카스틸리오니에 대한 존경을 담은 국내외 디자이너들의 헌정 아트워크가 전시된다. ⓒ Design Jungle

 

 

마지막 공간의 ‘포스터의 숲’은 국내외 디자이너 34인이 카스틸리오니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작업한 헌정 아트워크를 전시한다. 카스틸리오니의 위트와 독창성, 천재성에 대한 찬사를 표현한 영국, 스위스 디자이너들과 안상수, 박금준, 이인수, 김두섭 등 한국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포스터를 감상할 수 있으며, 카스틸리오니를 회상하는 영상도 볼 수 있다. 

 

전시장 밖에서는 아트마이닝 리빙아트 제안전인 ‘카스틸리오니×5 한국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전을 진행, 슬립캐스팅 기법 조형 디자인의 리더이자 현대도자 아티스트인 강석영 작가(FLOS Arco), 윤솔 작가(Taraxacum)박성욱 작가(Gatto Piccolo), 김상윤 작가&김영 조작가(Lampadina), 김혜령 작가(Snoopy Lamp) 등 카스틸리오니 디자인 제품과 조화를 이루는 아트마이닝 아티스트 5인의 콘셉트 작품들을 선보이며, 아트샵에서는 위 작가들의 작품과 최인아 책방 추천 북큐레이션, 강석영 작가와 고 이두식 화백이 함께 작업한 아트도자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카스틸리오니의 작업실에는 45도 기울어진 거울이 있었고, 그는 이를 통해 익숙한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며 특별한 소통을 했다. 그의 독창적이고 유쾌한 디자인은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이러한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번 전시는 일상 속 인간의 움직임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자유로운 사고로 평범함을 새롭게 변화시킨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 철학과 함께 그의 디자인에 담긴 유머와 온기를 전한다. 전시는 4월 26일까지 이어지며, 전시 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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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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