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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종이가 전하는 세 가지 이야기

2020-02-27

흔한 메모지부터 수첩, 달력, 라벨, 각종 상자까지, 우리는 일상에서 여러 형태의 종이를 만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종이의 이미지는 이렇게 내용을 적고 감싸기 위한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페이퍼 아티스트에게 종이는 특별한 무언가이다. 

 

종이는 페이퍼 아티스트의 손끝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페이퍼 아트워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공간을 변화시키고, 기억과 추억을 담아내기도 한다. 여기 세 명의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종이에 이야기를 담는다. 

 

종이로 세상을 기록하는 페이퍼 아티스트 이재혁
이재혁 작가는 페이퍼 아트로 멸종된 새를 재현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나 만나기 어려운 새들을 종이로 만들며 그 모습을 기록해왔다. 

 

그가 만든 새들은 정교하고 섬세하다. 특히, 깃털의 결과 부드러움, 자연이 만들어낸 오묘한 색, 금방이라도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를 것 같은 동적인 표현들은 살아있는 새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생생한 그 모습에 그들의 부재가 더욱 안타까워진다. 

 

 

 

이재혁 작가의 작품들(사진제공: 인더페이퍼갤러리)

 

 

전시 ‘페이퍼 플래닛(Paper Planet, 2.14~2.28, 두성종이 인더페이퍼갤러리)’에서 작가는 멸종됐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새 외에 쿠카부라, 토코투칸, 긴꼬리딱새 등 특징적인 모습의 새들과 앵무새, 문조, 참새, 비둘기 등 친근한 새들을 선보였다. 놀라울 만큼 디테일한 표현들이 일상 속 새들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전한다. 

 

이 밖에도 작가는 미니 한국화 시리즈, 문자도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 Design Jungle

 

 

엔티랏샤, 리액션, 뉴칼라, 그문드컬러매트 등의 종이로 새의 모습을 섬세하게 재현하는 작가에게 종이는 무엇일까. 종이의 가장 원초적인 속성을 ‘기록’으로 보는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인 페이퍼 아트를 통해 세상을 기록해 나간다. 

 

자신의 경험을 종이로 그리는 페이퍼 아티스트 마틸다 정
‘페이퍼 플래닛’에서 함께 작품을 선보인 마틸다 정은 다양한 환경과 문화에서의 경험을 페이퍼 아트에 담아낸다.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에서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내며 느낀 자연의 경이로움, 동화의 판타지, 예술작품뿐 아니라 영화, 음악, 인물들로부터 받은 영감을 종이로 표현하는 작가는 콜라주 방식으로 입체적인 그림을 그린다. 

 

 

 

 

 

마틸다 정 작가의 작품(사진제공: 인더페이퍼갤러리)

 

 

작품 속 형태와 색감은 강렬하고 선명하며, 다양한 텍스처와 부피감으로 눈길을 끈다. 그는 종이를 커팅해 섬세한 선을 하나하나 따내고 그것을 여러 겹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려 자신이 경험한 세상을 표현한다. 명화나 유명인 등 익숙한 장면들도 볼 수 있는데, 이는 모두 작가의 추억과 연결된 이야기들로, 작가만의 작업 방식으로 재현된 것들이다.  

 

작업에서 뉴칼라, 디자이너스칼라, 칼라머메이드 등의 종이를 사용한 작가는 ‘종이로 그린 그림’을 통해 단순히 기록을 위한 종이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적 영역으로 그 넓이를 확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지로 봄을 맞이하는 ‘랄랄라’ 양지윤 작가

디자인 스튜디오 ‘오마치(OH MARCH)’의 양지윤 작가는 한지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전시 ‘랄랄라(lalala, 2.15~4.26,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에서 작가는 자연친화적이며 전통적인 소재인 한지와 한복천을 활용해 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양지윤 작가의 ‘랄랄라’ 전시 전경(사진제공: 롯데갤러리)

 

<사랑에 빠진 무>, <민들레의 설렘>, <양귀비 왈츠> 등의 모빌이 봄을 맞이한다. ⓒ Design Jungle

 

 

<사랑에 빠진 무>와 <양귀비 왈츠>(사진제공: 롯데갤러리)

 

 

전시공간에는 <사랑에 빠진 무>, <민들레의 설렘>, <양귀비 왈츠> 등, 봄을 맞이하는 다양한 형태의 모빌들이 설치돼 있다. 이 행잉(hanging) 오브제들은 한지와 한복천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자신의 시그니처 소재인 한지 위에 곡선미와 전통 채색화의 번짐 기법의 부드러운 색감을 더해 봄의 감성을 표현한다. 

 

가지런히 줄지어 설치된 싹들과 그 위를 유영하는 꽃들이 봄의 기운을 전한다. ⓒ Design Jungle

 

 

따스한 질감의 한지에 은은하게 빛을 투과하는 한복천이 더해진 모빌들은 작은 바람에도 살랑살랑 움직인다. 화사하게 만발한 꽃들은 어우러져 부드러운 봄바람과 아지랑이를 떠오르게 한다. 싹이 빼곡히 심어진 밭도 펼쳐졌다. 줄을 맞춰 가지런히 자리한 식물들 위로 날아오르는 꽃송이들이 활기찬 봄기운을 풍긴다. 

 

작가에게 한지는 그 어느 종이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재로, 최근에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는 한지를 직접 뜨기 시작했다고 한다. 꼭 한지여야만 하는 작가의 분명한 이유가 우리의 일상에 따뜻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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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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