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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온몸으로 체험하는 빛과 소리, 새롭게 경험하는 공간

2020-05-19

디뮤지엄(D MUSEUM)이 소리와 빛으로 가득 찼다. 듣는 것과 보는 것을 새롭게 느끼게 해 줄 디뮤지엄 최대 규모의 공감각적 전시 ‘SOUND MUSEUM : 너의 감정과 기억’의 막이 드디어 올랐다. 

 

이번 전시의 핵심요소는 소리, 빛, 공간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하게 되는 소리와 빛의 규모도 그렇지만, 그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1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는 전시에서는 13팀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관객주도형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라이트 아트, 비주얼 뮤직 등 다양한 감각이 결합된 22점의 사운드&비주얼 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파란 빛의 고요함을 만나(Into the Sound)’ 섹션에 설치된 로빈 미나드의 작품. Robin Minard, Climate Change (Blue), 2020. Photo by D MUSEUM (사진제공: 디뮤지엄)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파란빛으로 덮인 새벽 같은 공간이다. 벽엔 식물을 떠오르게 하는 물체가 설치돼 있는데, 바로 작은 스피커들이다. 작곡과 설치를 결합해 고요함을 인식할 수 있는 청취 경험을 디자인해 온 로빈 미나드(Robin Minard)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작품으로, 유기적인 형상으로 설치된 수 백 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세밀하고 맑은 소리가 명상적인 공간을 이룬다. 

 


’당신을 위한 소리무대에서(Make No Music)’ 섹션, David Helbich, House of Ear, 2020. Photo by D MUSEUM (사진제공: 디뮤지엄)

 

 

세 가지 톤의 커튼과 밝은 조명이 들어오는 바닥으로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사하는 이곳은 ‘MAKE NO MUSIC’의 공간이다. 커튼의 중앙 홀로 입장하면 화면에서 ‘귀를 위한 요가’, ‘마이크로 리스닝‘, ‘손가락 테크노’ 등의 행동들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은 일종의 ‘악보’인 이 행동들을 따라 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보게 된다. 음악이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음악적 경험을 제시하는 개념적인 작곡 방식을 선보이는 실내악 작곡가 출신의 다비드 헬비히(David Helbich)의 작품이다. 

 

다음으로 어둠 속 푸른빛이 흐릿하게 보이는 곳에선 미니멀리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작가 크리스틴 오펜하임(Kristin Oppenheim)의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어둠 속에서 흐르는 노래는 미국 록 그룹 비치 보이스의 <Sail on Sailor>의 후렴구를 부른 것으로, 공간에서 울리는 작가의 목소리에 몽롱함, 쓸쓸함, 두려움 등의 다양한 감정이 느껴진다.

 


’나의 리듬이 빛나는 음악이 되어(Compose Score)’, Lab212, Portée/, 2014. Photo by D MUSEUM (사진제공: 디뮤지엄)

 

 

프랑스 인터랙티브 디자인 아티스트 그룹인 랩212(Lab212)도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파란빛이 설치된 환상적인 공간에선 관람객의 ‘터치’로 음악이 연주된다. 수직으로 설치된 파란 빛의 여러 선은 시각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기능이 숨겨져 있다. 관람객이 손으로 이 선을 터치하면 자동연주 장치가 설치된 그랜드피아노에서 각 선에 해당되는 음의 영역대가 연주된다. 

 


‘코타키나블루의 비밀을 찾아보며(Listen and Find)’, 박보나, Kotakina Blue 1, 2015. Photo by D MUSEUM (사진제공: 디뮤지엄)

 

 

한국작가 박보나는 많은 한국인들이 ‘코타키나발루’를 ‘코타키나블루’로 기억하는 것에서 착안한 작품을 선보인다. 벽에 설치된 스피커에선 물소리, 낙엽 소리, 바람 소리 등 여러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데, 이 소리의 실체를 벽 뒤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폴리 아티스트의 인위적인 작업에 의해 만들어진 이 소리들은 평화로운 코타키나발루의 모습과 상치되는 작업 현장을 보여주며, 우리가 믿는 것에 대한 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곳에 침묵을 불러와(Tacet, Tacet, Tacet)’, Doron Sadja, The Sound of Light in a Silent Room, 2020. Photo by D MUSEUM (사진제공: 디뮤지엄)

 

 

다른 층을 향한 계단까지 소리와 빛으로 가득 찼다. 기계 소리와 빛, 신체, 그림자가 이루어내는 작품이다. 이어지는 공간은 무반향실로, 파란빛과 함께 제법 빠르고 강한 소리가 들리는듯한데,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면 반전을 느끼게 된다. 시각과 청각 사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이 공간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빛의 소리’를 경험시켜 준다. 이 두 작품을 선보인 사운드 아티스트 도론 사제(Doron Sadja)는 노이즈 뮤직으로 뮤직 페스티벌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빛나는 무한함에 이끌려(Immerse Yourself In)’, Robert Henke, Fragile Territories, 2011/2019. Photo by D MUSEUM (사진제공: 디뮤지엄)

 

 

오선지 위를 유영하는 음표들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은 베를린 테크노의 전설이자 현대전자음악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로버트 헨케(Robert Henke)의 레이저 사운드 설치작품이다. 그의 작품 속 움직이는 패턴들은 우연성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진 기하학적인 패턴들로,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여러 번 전시를 관람한다면 매번 관람할 때마다 다른 패턴을 보게 되는 셈이다. 로버트 헨케는 레이저 시스템, 컴퓨터 알고리즘, 초기 디지털 컴퓨터를 이용해 리듬, 음색, 색상의 조합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로 잘 알려져 있고, 뮤지션,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지털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보이는 소리 극장에서(See Sound)’ 설치 전경, CVM의 주요 아카이브가 상영된다. 2020. Photo by D MUSEUM (사진제공: 디뮤지엄)

 

 

세계 최대의 비주얼 뮤직 필름 아카이브 센터 CVM(Center for Visual Music)의 주요 아카이브인 오스카 피싱거, 조던 벨슨, 줄스 앵겔, 메리 엘렌 뷰트의 대표적인 비주얼 뮤직 작업들도 전시된다. 이들은 MTV 뮤직비디오의 초석이 된 비주얼 뮤직 선구자들로, 영화관 혹은 공연장처럼 꾸며진 여러 공간에서 각각의 작품이 상영된다. 소리를 애니메이션화하고 애니메이션을 패턴화한 시각적 이미지, 추상적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주황 불빛만이 느껴지는 어슴푸레한 공간은 입체적인 소리를 느낄 수 있는 4D 사운드 오디오 홀로그램이 설치된다. 전방향성 사운드 환경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리를 전하는 모놈(MONOM)의 4D 사운드 작품으로, 새소리, 물소리, 천둥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데,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소리를 들으면 더욱 생생한 ‘사운드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빛방울을 띄워보며(Hear Me Lights)’, Vasku & Klug, Breath of Light, 2018 ⓒ Preciosa Lighting. Photo by D MUSEUM (사진제공: 디뮤지엄)

 

 

마지막 작품은 3층에서 만나게 된다. 핑크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매달린 거대한 샹들리에는 디자인 스토리텔러 듀오이자 체코의 유리공예 브랜드 프레시오사(Preciosa) 조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바스쿠와 클루그(Vasku & Klug)의 작품으로, 수많은 ‘빛방울’들로 이루어져있다.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린 듯 완벽하지 않은 방울들의 모양이 부드러운 감성을 더한다. 몇 개의 빛방울엔 센서가 장착돼 있는데, 입을 대고 바람을 불면 바람의 세기에 따라 전구들이 켜지고 소리가 난다. 과거에 샹들리에를 불어서 끄던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러 명이 동시에 바람을 불어 모든 불이 켜지는 순간엔 가장 화려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각적인 모습뿐 아니라 빛과 소리를 내는 방식도 동화적인 이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마련된 특별 공간. 참여 작가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 Design Jungle

 

 

이 밖에도 디뮤지엄은 특별 공간을 꾸며 CVM 작가들의 작품을 더 오래, 더 많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전시 참여 작가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관람객은 다양한 전시해설 프로그램 ‘토크 라운지’를 통해 더욱 집중적으로 ‘사운드뮤지엄’을 즐길 수도 있다. 


 

디뮤지엄 뮤지엄샵에서 진행되는 ‘굿즈모아전자상가-GOODS PLAY’ 프로젝트 ⓒ Design Jungle

 

 

전시기간 동안 디뮤지엄 뮤지엄샵에서는 ‘굿즈모아전자상가-GOODS PLAY’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예술 플랫폼으로 변모한 미술관을 구성하는 하나의 프로젝트 스페이스로, 공간은 가상의 전자상가으로 꾸며진다. pic, 람다람, 리루, 보은, 서인지, 안민주, 이규리, 일이칠, 입자필드, 최진영, 오구 등 국내 애니메이션 작가 11명이 참여, RGB 비주얼과 디지털 사운드로 만들어낸 움직임을 40여 점의 애니메이션과 18여 종의 굿즈로 선보이며,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도 판매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시는 인원을 제한하는 예약제로 진행된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며, 전시장은 입구에서 나누어주는 장갑을 끼고 소독을 한 후 입장할 수 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할 땐 기대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찾아온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공간 구성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빛과 사운드로 인해 어느 공간 하나 특별하지 않은 곳이 없다. 전혀 새로운 소리와 빛, 공간을 경험하게 해줄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27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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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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