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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한지의 깊은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곳, 한지문화산업센터

2020-05-22

우리 종이 한지는 부드럽지만 강한 물성을 지녔다. 천년이 넘는 시간을 견딜 만큼 오래 보존될 뿐 아니라, 보온성과 통풍성이 뛰어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이외에 생활 속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됐다. 한옥 곳곳에 쓰인 장판지와 창호지, 한지공예로 만든 물건들이 떠오른다. 

 

한지에 대한 이미지가 대략 이러했다면, 이젠 한지의 좀 색다른 면모를 살펴볼 차례다. 한지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기록 유물 복원에 사용되고, 미국이나 유럽에도 그 우수성과 아름다움이 알려지고 있는데, 그 가치를 정작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한지는 감각적인 공간을 완성하기도 하고,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작품의 요소가 되기도 하고, 현대적인 그래픽을 입고 ‘갖고 싶은 디자인’이 되기도 한다. 

 

북촌에 문을 연 한지문화산업센터 (사진제공: KCDF)

 

 

이러한 한지의 다양성과 매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 ‘한지문화산업센터’가 북촌에 문을 열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개관한 이곳은 한지분야 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곳으로,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자산인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쓰임을 확대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지를 알리는 한지문화산업센터
전국의 전통 한지 공방을 중심으로 한지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한지문화산업센터는 한지의 활용과 확산을 위해 한지의 역사와 현주소를 집약한 최초의 문화산업 공간이다. 센터 구축에는 전국에 남아있는 20여 개의 전통 한지 공방 중 강원, 경기, 경남, 경북, 전북, 충북 등 국내 각지에 소재하고 있는 19개의 전통한지 공방들이 참여했다. 한지의 다양한 모습을 전하며, 한지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할 센터는 1층과 지하공간으로 구성된다.

 

센터의 전체 공간 디자인은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가 맡았고, ‘관람객이 이 공간에서 한지를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습의 한지를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1층 공간의 큰 테이블은 공간 디자인을 이루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한지의 한국성을 보여주고자, 침실, 서재, 식당으로 자유롭게 사용되던 전통의 공간에 착안해 여러 가지를 펼쳐 사용할 수 있는 한국의 공간적 개념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브랜드 '한지'의 BI. 맨 오른쪽 심볼은 주 인장 역할을 한다. 

 

한지의 특징과 역사, 문화를 담은 부 인장

 

19개 공방의 인장에는 각 공방의 특성이 반영됐다. (이미지출처: www.hanji1000.kr)

 

 

KCDF는 한지의 가치를 높이고 널리 알리기 위해 한지 브랜드 ‘한지’를 만들기도 했다. 스튜디오 fnt는 ‘한지’ 브랜딩 작업에서 ‘균일하지 않은 유연한 선’을 바탕으로, 한지의 재료인 자연의 모습과 유구한 시간의 흐름을 묘사한 시각적 요소들을 인쇄물과 공간 등에 적용했다. 그중에서도 ‘인장’을 활용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과거 글과 그림을 완성할 때 인장을 찍던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대표 주(主) 인장 역할을 하는 심볼을 디자인했고, 응용 시스템으로 디자인한 부(副) 인장에 한지의 특징과 역사, 문화를 담았다. 여기엔 19개의 참여 공방의 인장들도 포함되는데, 각 공방의 특성들을 나타내는 디자인이 공방과 한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19개 공방의 한지를 소개하는 샘플북 (사진제공: KCDF)

 

 

간결하고 체계적인 사용성과 유용성에 전제를 두고 디자인, 제작된 샘플북에서는 19개 공방의 다양한 한지들이 소개된다. 샘플북은 원활한 수요와 공급을 위한 정보들이 담겨있는데, 여기에도 각 공방의 인장들이 사용됐다. 샘플북의 표지에는 각 공방의 대표 한지를 띠지로 둘러 각 한지의 미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한지가 전시되는 1층 공간 (사진제공: KCDF)

 

한지 벽장과 한지 탁장 (사진제공: KCDF)

 

 

지역별, 용도별, 지종별로 분류된 한지를 볼 수 있다. (사진제공: KCDF)

 

한지 탁자에 놓인 여러 인장들. 직접 찍어볼 수 있다. ⓒ Design Jungle

 

 

다양한 한지를 전시하는 공간
1층은 한지 전시공간으로, 한지 벽장과 한지 탁자를 통해 국내 19개 전통한지 공방에서 생산되는 369종의 한지들을 지역별, 용도별, 지종별로 분류, 전시한다. 특히, 한지 탁자에는 서랍, 세로걸이 등이 설치, 다양한 방식으로 한지를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했다. 현대적인 패턴으로 디자인된 한지들도 볼 수 있다. 샘플북을 통해 공방별 대표 한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 한지 고유의 물성과 쓰임새도 비교하고 체험할 수 있다. 

 

안쪽에 마련된 ‘한지 마루’에서는 한지의 새로운 활용을 선도하고 실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콘텐츠를 발굴해 소개한다. 나무 기둥과 한지로 장식된 이 공간에서는 여러 영역에서 사용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한지 활용 상품들을 매 시즌 기획전시를 통해 선보인다. 한지에 흑백사진을 인화하는 김현식 사진작가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전시공간 우측 한지 스크린에서는 한지의 과거와 오늘에 대한 영상이 상영된다.  

 

기획 전시를 선보이는 '한지 마루' ⓒ Design Jungle

 

'한지 마루' 옆쪽 한지 스크린에서는 한지에 관한 영상이 상영된다. ⓒ Design Jungle

 

외부에 있는 전시 공간, 코너 갤러리 (사진제공: KCDF)

 

 

전시 공간은 외부에도 있다. 센터를 향한 골목 입구에 있는 코너 갤러리의 쇼윈도에는 다양한 한지와 한지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한지로 소통하는 공간
지하 1층은 아카이브 공간과 배움터 및 소통공간으로 활용된다. ‘한지 자료 저장소’에서는 원료, 제작 기법 등의 생산 정보를 관리, 수집하고, 한지 지종과 생산처 등 상세한 열람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곳에 마련된 수납장에는 공방별 종이와 한지 공예품과 디자인 상품 등이 전시되고, 도서, 연구발간서 등의 자료 열람을 할 수 있다. 

 

 

지하 1층은 아카이브 공간이자 배움터, 소통공간이다. (사진제공: KCDF)

 

'한지 자료 저장소'. 한지의 다양한 쓰임, 한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 자료 등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KCDF)

 

한지 연구 공간 ⓒ Design Jungle

 

 

현대적 쓰임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한지 연구공간’과 전문가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포럼, 워크숍,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한지 배움터’가 마련돼 있다. 한지를 매개로 한 공동체 간의 폭넓은 교류를 독려하기 위해 지역의 한지 생산자, 디자이너 및 공예가, 문화예술관계자, 지역자치단체 및 기업, 교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 소통공간의 역할도 한다. 

 

한지문화산업센터는 한지를 활용하는 전문가들에게는 깊이 있는 정보를,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한지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KCDF(www.hanji1000.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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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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