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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큰 눈망울 안에 숨겨진 진실 ‘빅 아이즈’ 전

2020-06-02

사람의 눈은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다. 눈을 통한 미묘한 움직임으로 상대방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며, 눈에 비친 비언어적인 형상들로 보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이처럼 눈의 역할은 기능적인 부분을 넘어 감정의 언어를 표현한다. 

 

〈제1성배〉 1962

 

 

앙상하게 마른 체구에 커다란 눈을 가진 아이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 시리즈로 잘 알려진 미국의 대표작가 마가렛 킨(Margaret Keane)의 아시아 최초 회고전인 ‘빅 아이즈’가 지난 5월 13일부터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마가렛 킨은 1950~1960년대 미국미술의 대표작가이자, 크고 슬픈 눈을 가진 아이와 동물의 그림으로 그 당시 미국미술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작가 중 하나다. 이후 팀버튼 감독의 영화 <빅 아이즈>가 제작될 정도로 그녀의 이야기는 거짓말 같은 실화를 담고 있다. 

 

‘빅 아이즈’전 전시전경

 

 

마가렛 킨이 작품활동을 할 당시에 미국 사회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인정받는 보수적인 시대였다. 그녀의 작품 '빅 아이즈'는 사람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남편 월터 킨은 ‘여류 작가의 그림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빅 아이즈'를 그린 작가라고 사칭하며 마가렛 킨의 작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 남편의 성인 ‘킨(Kean)’이라고 사인을 해야만 했었고, 이로 인해 대중들은 남편인 월터 킨이 그녀의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그녀의 작품 뒤에는 남편의 만행으로 자신의 그림을 남편의 이름으로 알려야만 했던 비운의 진실이 담겨있다. 
이후, 마가렛 킨은 자신의 작품 저작권을 찾기 위해 남편과 법정 싸움을 벌여야만 했었으며, 오랜 시간 끝에 ‘빅 아이즈’에 당당하게 ‘MDH KEANE’이라는 사인을 하게 되었다.

 

〈가파른등반〉 1962

 

 

이번 전시는 ‘빅 아이즈와 키치’, ‘또 다른 자아, 긴 얼굴의 여인’, ‘이름을 되찾은 화가’, ‘슬픈 눈에서 행복한 얼굴로’, ‘킨의 현재와 그 영향력’ 등 총 5부로 구성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킨 아이즈 갤러리(Keane Eyes Gallery)를 비롯하여 여러 개인 소장작품들을 포함해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 작품까지 120여 점이 전시된다. 

 

‘빅 아이즈’전 전시전경

 

 

마가렛 킨의 대표작이라 하면 ‘빅 아이즈’을 떠올리는 것처럼 전시명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뤄져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왠지 모를 그로테스크함을 풍기며 커다란 눈을 가진 아이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작품 ‘빅 아이즈’가 시작을 알린다.

 

‘빅 아이즈’전 전시전경

 

 

섹션별로 벽에 색을 달리한 전시 구성이 눈에 띄는 이번 전시의 1부는 ‘빅 아이즈와 키치’이다. 키치의 선구자 격인 ‘빅 아이즈’는 당시 갤러리와 비평가들에게는 저급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1960년대 초반 서구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린 예술 작품이다. 
전시된 작품에는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는 아이부터 강아지나 고양이를 앉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작품 속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 속에는 고스란히 슬픔과 아련함이 묻어난다. 한없이 연약하고 작고 귀여운 존재 뒤에 그려진 어두운 배경에서 느껴지는 스산한 기운은 왠지 모를 우울한 느낌이 감돌게 만든다. 이는 그 당시 내면의 슬픔을 간직한 작가 자신과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지키고자 했던 어린 딸을 표현하고자 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빅 아이즈’전 전시전경

 

 

이어 2부 ‘또 다른 자아, 긴 얼굴의 여인’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작업실에 갇혀 그림만 그려야 했던 작가의 어두웠던 상황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했다. 비운의 천재 화가 모딜리아니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그린 작품을 비롯해 초현실적인 작품들도 만나 볼 수 있다. 

 

〈증거물#224〉 1986

 

 

3부 ‘이름을 되찾은 화가’에게서는 유령작가가 아닌 ‘빅 아이즈’의 원작자로서 마가렛 킨 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펼치며 완성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기존의 어두웠던 화풍에서 조금은 밝아진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 중에 이목을 끄는 작품이 있다. 바로 〈증거물#224〉이다. 이는 마가렛 킨을 ‘빅 아이즈’의 작가라는 사실로 모두에게 알린 작품이다. 
1986년 즈음에 마가렛 킨은 월터 킨을 고소했다. 사건을 담당한 판사는 이젤 두 개를 세워놓고는 그들에게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이어 마가렛 킨은 53분 만에 그녀의 대표 작품인 ‘빅 아이즈’를 바로 그려냈지만, 월터 킨은 이런저런 핑계에 수작을 부리더니 결국 백지상태의 캔버스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증거물#224〉이다.

 

〈전원탑승〉 1992

 

 

기존의 구성과 다른 화폭으로 다양한 색채와 구성원들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구성된 4부는 ‘슬픈 눈에서 행복한 얼굴로’라는 주제로 구성되어있다. ‘행복한 얼굴’이라는 단어처럼 전시된 작품에 그려진 눈에서 더는 슬픈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빅 아이즈’전 전시전경

 

 

5부 ‘킨의 현재와 그 영향력’에서는 1960년대 킨 열풍을 보도한 <LIFE>지의 다큐멘터리 사진과 영화 <빅 아이즈> 스틸컷이 함께 전시된다. 작가의 삶과 작품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시대의 장문을 허문 작가와 관객과의 소통의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빅 아이즈’전은 전시 명처럼 작품 속에 그려진 큰 눈의 감정 변화가 오롯이 느껴지는 전시였으며, 오묘한 눈빛 뒤에 숨겨진 작가의 삶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전시 이외에도 정규 도슨트와 특별 도슨트(20명 이상 단체 사전예약 시 정규 도슨트 시간 외)가 운영돼 마가렛 킨 작품 세계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그밖에 마이아트뮤지엄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 ‘키즈 아틀리에’와 ‘시즌 이벤트 프로그램’ 등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9월 27일까지 펼쳐진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마이아트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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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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