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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선사하는 명상의 시간

2020-06-02

현대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생활이 바쁠수록 우리는 정서적으로 여유롭길 원한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 요가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기도 하고, 템플스테이로 정신 수양을 하기도 하며, 힘든 순례길을 걸으며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면 바로 ‘명상’이다.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명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피크닉(piknic)이 선보이는 ‘명상(Mindfulness)’이다. ‘명상’은 현대인이 느끼는 우울, 불안, 중독 등의 감정들을 치유시켜주는 명상의 힘을 공간 속 설치작품을 통해 경험시켜주는 전시다.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전시공간을 명상의 공간으로 새롭게 꾸민 피크닉은 전시장 곳곳에 영상, 회화, 공간디자인 등의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설치해 관람객에게 명상을 체험토록 한다. 

 

전시에는 데이비드 린치, 미야지마 타츠오, 패브리커, 오마 스페이스 등이 참여해 8점의 공간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죽음과 함께하는 삶’, ‘수행’, ‘알아차린다는 것’, ‘의식의 바다’로 구성되며, 공간디자인은 피크닉의 ‘류이치 사카모토’전의 설계를 담당했던 서승모 건축가가 맡았다.

 

먼저 지하 1층에서 펼쳐지는 ‘죽음과 함께하는 삶(Being with Dying)’에서는 차웨이 차이와 미야지마 타츠오의 작품이 설치된다. 대만 작가 차웨이 차이(Charwei Tsai)는 개인의 경험을 통해 보편의 가치에 다가서는 작가로, 전시에서 <바르도>를 선보인다. 바닥에 놓인 잿더미 사이에 꽂힌 향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향의 짙은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그 위로 영상이 비친다. 죽음에 관해 말하고 있는 이 작품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집착을 버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전시를 관람을 시작하며 관람객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일깨워주는듯하다. 

 

차웨이 차이의 작품 <바르도> 설치전경 ⓒ Design Jungle

 

미야지마 타츠오의 <다섯 개의 마주하는 원> 일부 (사진제공: 피크닉)

 

 

어두운 방안, 바닥에는 원형의 형태들이 설치돼 있다. 숫자로 이루어진 원은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미야지마 타츠오(Miyajima Tatsuo)의 <다섯 개의 마주하는 원>이다. 여러 대륙으로 연결된 삶의 공간을 뜻하는 원에서 변화되는 숫자들은 인간 삶의 다양성과 시간의 상대성을 의미한다. 작품의 많은 숫자 중 ‘0’이 표시되지 않는 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숫자를 통해 죽음 역시 삶의 순환고리임을 보여주는 것이자, 우리의 삶이 새로운 삶으로 이어짐을 나타내는 것이다. 

 

1층은 ‘수행(Practice)’의 공간으로, 반복적인 행위가 명상의 수단이 되는 것처럼 수행에 가까운 특정한 행위를 통한 성찰이 담긴 작품들이 설치된다.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거장 박서보 화백과 신인작가 원오브제로(1OF0)가 협업한 <원 오브 제로>는 저 높은 곳 어디론가를 향하는 길을 떠오르게 한다. 노동집약적인 작업에 더해진 강렬한 색채, 그 위를 비추는 조명을 따라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마침내 환한 빛 아래로 높이 걸려있는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박서보+원오브제로의 <원 오브 제로> 설치전경 ⓒ Design Jungle

 

자오싱 아서 리우의 <순례자의 길> ⓒ Design Jungle

 

 

끝없이 펼쳐진 티베트 순례 여행에서 비롯된 <순례자의 길>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자오싱 아서 리우(Jawshing Arthur Liu)의 작품이다. 벽면을 채운 넓은 화면에선 작가가 걸었던 순례길의 광활함과 고독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산과 돌과 구름만이 보이는 그곳을 독특한 시점으로 담은 영상은 관람객에게 깊은 슬픔으로 그 길을 맞이했을 작가의 쓸쓸하고도 외로운 느낌과 그곳에서의 깨달음을 추측하게 하며, 우리가 스스로를 마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2층 ‘알아차린다는 것(Awareness)’은 명상을 통해 감각에 집중해 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구글이 주목한 아트&디자인 스튜디오로, ‘자연으로의 회귀와 동양적 감성 구현’이라는 기치를 통해 아시아 전통 공예에 바탕을 둔 예술 작품, 의상, 인테리어 등을 선보여온 오마 스페이스(OMA space)는 이번 전시에서 현대적으로 고안한 치유의 행위를 <느리게 걷기>를 통해 선보인다. 자연적이고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나선형 구조의 설치작품은 빛과 사운드를 통해 관람객을 외부의 공간에서 내부의 공간으로 집중시키고,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감각을 바라보게 한다. 

 

오마 스페이스 <느리게 걷기> (사진제공: 피크닉)

 

<숨쉬는 공간>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부풀어오른 벽을 느끼게 된다. ⓒ Design Jungle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마르코 바로티 <숨쉬는 공간> (사진제공: 피크닉)

 

 

<숨쉬는 공간>은 도시 환경에서의 수행적 기능성을 실험하는 예술그룹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Plastique Fantastique)와 사운드를 통해 환경적인 이슈를 다루는 미디어 아티스트 마르코 바로티(Marco Barotti)의 작품으로, 명상하듯 공간을 바라볼 때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5분 정도 머무르라는 지시에 따라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비닐 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통로를 가득 매운 벽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의식의 바다(Sea of Consciousness)’는 2층과 3층에 걸쳐 펼쳐진다. ‘컬트의 제왕’이라 불리는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 화가이자 영화제작자인 데이비드 린치의 아들 오스틴 린치와 예술가 겸 프로듀서 케이스 시몬스가 공동 설립한 영상 창작 스튜디오 테트아테트(Tête-à-Tête)의 <막이 오르다>가 상영된다. 매일 초월명상을 실천하는 데이비드 린치는 이 영상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명상이자 자신의 창조 과정의 일부인 명상에 대해 전한다. 

 

데이비드 린치+테트아테트 <막이 오르다> ⓒ Design Jungle

 

패브리커의 <공간> (사진제공: 피크닉)

 

 

3층으로 올라가면 패브리커의 작품 <공간(空間)>을 만나게 된다. 아트 퍼니처 등의 오브제, 설치미술뿐 아니라 감각적인 공간 연출로 주목받은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듀오 패브리커(Fabrikr)는 주황빛으로 물든 공간을 선보인다. 멀리 보이는 한줄기 빛을 따라 좁고 긴 길을 따라가면 계단이 나오는데, 이 계단을 올라가면 자욱한 주황빛의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에선 끝이 어디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곳은 초월의 공간으로, 자신의 깊은 의식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전시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 보인다. 그동안 많은 것에 쫓겼던 생활을 돌아보게 되고, 마침내 다름 아닌 나 자신이 많은 욕망을 쫓았던 것임을 깨닫는다. 세상의 규칙에 집중해온 만큼 나의 본질과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서도 멀어졌음을 느낀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이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알려주는 이번 전시는 다채로운 공간 속 명상을 통해 내면에 집중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전시는 오는 9월 27일까지 열리며,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예약제로 관람할 수 있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로, 체온 측정과 손 소독 후 입장이 가능하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피크닉(pikn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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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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