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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이슬람 예술의 다양성,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소개’ 

2020-07-03

이슬람 예술 박물관은 2020년 1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특별전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소개(An Introduction to Islamaic Calligraphy)’를 개최하고 있다. 이 특별전에서는 신의 말씀이 적힌 꾸란(Quran)의 내용을 아름다운 형태로 구현한 캘리그래피를 소개한다. 

 

캘리그래피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크게 발달한 서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코란의 구절에 따라 펜이 신과 인간을 이어준다고 믿고 있으며, 코란의 글귀를 적는 행위도 신성하다고 여겨왔다. 또한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신의 형상 대신 꽃과 식물,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신의 말씀을 시각화했다. 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아름다운 서체가 발달하면서, 글자만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캘리그래피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게 된다. 

 

 

신의 말씀이 적힌 코란을 예술로 구현한 캘리그래피

 

 

캘리그래피, 일상용품부터 건축물까지
글자를 예술로 승화시킨 캘리그래피는 모스크와 같은 종교적인 건축물은 물론 일상용품부터 공예품과 바닥 장식, 벽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19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목걸이에는 “오 나의 사랑, 당신을 위해 희생할 것이오, 나의 사랑”이라는 시구절이 적혀 있기도 하고, 18세기 인도에서 만들어진 공예품에는 “알라, 무함마드, 알리”라는 구절이 조각되어 있다. 캘리그래피는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목걸이부터 공예품, 그릇 등에 그려진 캘리그래피

 

 

중국의 캘리그래피
캘리그래피는 아랍 문화권만이 아니라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 내 이슬람이 융성했던 지역에서도 발달했다. 중국에서 사용한 캘리그래피는 우리에게 친근한 서예 방식으로 아랍 문자가 그림처럼 적혀 있기도 하며, 복숭아를 채색하는 대신 캘리그래피로 공백을 채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의 캘리그래피는 익숙하게 보았던 동양화와는 다른 특징이 있어 인상적이다. 

 

 

 

중국에서 발달한 캘리그래피

 

 

18세기 중국에서 만들어진 마방진(magic square) 역시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슬람 문화와 중국의 문화가 혼합돼 만들어진 마방진에는 4행 4열에 아랍어로 된 숫자가 적혀 있고, 마방진 주위에는 쿠란의 구절이 적혀 있다. 19세기 중국에서 쓰였던 그릇에서도 이슬람의 캘리그래피를 볼 수 있는데, 그릇의 중앙에는 마수드 미르자 왕자(1850~1918)를 칭송하는 구절이 적혀 있다.

 

이슬람 문화가 혼재된 마방진

 

19세기 후반 중국에서 제작된 꽃병

 

 

중국에서는 수출을 목적으로 캘리그래피가 조각된 작품이 제작되기도 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제1의 도자기 생산지인 징더전에서 만들어진 캔톤 패밀리 로즈(Canton Family Rose)다. 나비와 정원이 모티브인 이 그릇은 여느 중국 문화가 반영된 도자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정교하고 기하학적인 캘리그래피로 독특함을 더했다.

 

아랍 문화권과는 다른 말레이시아 캘리그래피
이 밖에도 이번 특별전에서는 말레이시아만의 문화가 반영된 캘리그래피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는 말레이시아의 검 크리스(Kris)가 있다. 크리스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단검으로 말레이시아에서는 국왕 대관식 또는 결혼식에서 크리스를 착용하는 단순한 무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크리스는 말레이시아의 국왕인 아공(Agong)을 상징하며, 지도자의 권력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국왕은 크리스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캘리그래피를 조각해 사회적, 종교적 지위를 표현했다. 

 

말레이시아의 검 크리스

 

 

다음으로는 카팁 의자(khatib chair)에 새겨진 캘리그래피를 찾아볼 수 있다. 카팁 의자는 이슬람 지도자가 사용하는 것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의자는 1965년 8월 27일 인도 정부가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인 툰쿠 압둘 라흐만에게 보낸 것이다. 인도 정부는 말레이시아 국립 모스크의 이슬람 지도자를 위해 의자를 제작했다. 카팁 의자에는 이슬람 신앙을 상징하는 초승달과 별, 그리고 신의 이야기를 표현한 캘리그래피가 그려져 있다.

 

말레이시아가 인도 정부로부터 받은 카팁 의자

 

 

이슬람 예술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아랍과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 등 여러 문화권의 캘리그래피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다른 문화권의 캘리그래피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슬람교가 전파된 지역에서는 모두 캘리그래피가 융성했고,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 지역에 따라 각각의 특성을 반영한 캘리그래피가 발전했다. 

 

이번 전시는 무슬림,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의 지역적 특징을 보여주듯이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다른 문화권의 캘리그래피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다 폭넓고 다채로운 문화를 접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는 이슬람예술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며, 더 자세한 정보는 전시 홈페이지(www.iamm.org.my)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_ 홍성아 말레이시아 통신원(tjddk42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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