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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편집주간 칼럼] 디자인 전문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의 고충

2021-07-06

정석원 편집주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디자이너 직원 채용과 디자인 전문회사를 경영하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어느 한 디자인 전문회사 경영자의 하소연이다.
멀쩡하게 근무하던 직원이었는데 이직을 결심하고 여러군데 이력서를 넣고 있었다고 한다. 근무 중 수시로 자리를 뜨는게 이상하다싶었는데, 그 사이 이력서 낸 회사의 면접까지 보러 다녔던 모양이다.

 

병원을 간다는 둥, 은행을 간다는 둥 적당히 둘러대고 외출을 허락받고 나가길래 당연히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그게 면접보러 다녔던 거였다는 것을 알게 된 건 훨씬 후였다고 한다. 워낙 감쪽같아서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 직원은 지원했던 회사로부터 최종 합격통지와 출근날짜까지 정하고 나서야 재직 중인 회사의 경영진에게 면담신청을 하면서 언제까지만 근무하겠노라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기간이 고작 2주 정도였다는 것.

 

그 회사의 규정에는 2개월 전에 퇴사를 통보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규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본인만 훌훌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허를 찔린 경영자는 업무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그 직원의 포지션이 책임자급일 때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 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데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이직하려는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에 그 경영자는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해두지 못했다.

 

이직하는 직원의 업무를 대신할 후임자가 미리 준비되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서둘러 직원 채용공고를 낼 수밖에 없다. 인터넷 채용사이트에 2~3주 채용공고를 올리고 난 후, 서류전형, 테스트, 면접 등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새로운 직원을 뽑아 업무에 투입하는 데는 최소 1~2개월 이상 걸린다. 

 

물론,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신중을 기하다보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진다. 그렇게해서 채용된 직원이 업무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조직에 적응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대개 2~3개월 정도다. 말하자면 채용부터 적응하는 단계까지 대략 3~4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이 기간은 공백기간이나 다름없어서 디자인 전문회사 경영자는 그야말로 고통의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축구팀, 농구팀, 배구팀 등 팀 플레이를 하는 구기 종목들은 주전 선수 외에도 후보 선수를 거의 동수로 확보해 놓는다. 디자인 전문회사들도 팀 플레이를 하는 속성 상 당연히 ‘후보 선수’가 필요하지만 언감생심이다. 최소한의 인력운영으로 버텨야하는 소기업이 대부분인 디자인 전문회사가 이와같은 ‘여유 인력’을 두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여유 인력을 보유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최선책이라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문제 해결 방법으로 ‘디자인 전문인력 공급저수지’와 같은 기구 설치를 제안하고자 한다. 디자인 단체나 정부기구 같은 곳에서 ‘훈련된 후보선수’를 항상 대비해 놓고 있다가, 언제든지 전문인력을 요청하는 기업에 즉각 선수를 공급해주는 해결 방법이다. 농부가 모내기에 필요한 물을 언제든지 저수지로부터 공급 받는 것과 같은 원리다.

 

’디자인 전문인력 공급저수지’는 전문 분야별로 인력을 미리 뽑아놓고 바로 시합에 뛰어 들 수 있는 ‘훈련된 후보선수’를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계로 치면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양성하는 대학병원 같은 곳이고, 법조계로 치면 사법연수원과 같은 곳이다. 디자인 전문인력에 대한 ‘주특기 훈련’은 각각의 디자인 전문회사가 담당한다 하더라도 ‘기초 훈련’ 만큼은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나 기구는 당연히 국가 예산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민간이 설립하면 수수료가 뒤따르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서는 또 하나의 비용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학이 과연 이 기능을 대신할 수 있을까? 디자인 업계는 이미 이에대한 기대를 버린지 오래다. 매년 2만 5천명의 디자인 전공자를 배출하는 ‘대학’이란 곳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만 양산해 놓을 뿐이다. 이러한 ‘원석’을 열심히 다듬어서 쓸모있게 만드는 작업은 순전히 디자인 전문회사의 몫이다. 대부분 직원 10명도 안되는 소기업 규모의 디자인 전문회사들이 도제식 교육을 통해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 놓는 역할을 한다.

 

과거엔 이러한 역할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담당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역할이 바뀌었다. 소기업인 ‘디자인 전문회사’들이 갓 졸업한 디자인 전공자를 훈련시켜 쓸만한 ‘보석’으로 만들어 놓으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진공청소기 빨아들이듯 ‘보석’만 쏙 빼가는게 오늘날의 풍토가 되었다.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다.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디자인 산업현장에서는 무한 반복되고 있다.

 

디자인 전문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이러한 고충을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 삭혀야 한다. 애써 키워놓은 직원이 월급 더 주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떠나는 걸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급여나 복지 등 처우 개선이 해결책이겠지만 그러다간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담당 부처이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디자인 분야 정책을 총괄하는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라는 곳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기관이다. 두 부처가 서로 업무 책임을 떠 넘기면 ‘디자인 전문회사’라는 미약하고 영세하기만 한 산업 구조는 갈 곳 없는 미아가 된다.

 

디자인 전문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들이여~!!  이제는 목소리를 내자.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세금내고, 고용창출하고, 국가에 기여했던 만큼, 기죽지 말고 당당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내일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글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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