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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세계보도사진50주년특별전> Things As They Are

2007-02-13


제 3의 눈을 들고 역사 속으로 뛰어든 보도 사진기자들은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공간과 이념을 초월한 모험을 감행하였다. 사실을 기록하고 전달하기 위한 그 사진들은 그 자체로 많은 감동과 분노를 일으키며 인간의 삶과 함께 해왔다. <세계보도사진50주년특별전> 은 일반적인 미학적 해석과 객관적 분석을 걷어내고 그들이 전해주는 역사, 그 시간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취재| 이동숙 기자 ( dslee@jungle.co.kr)

이번 <세계보도사진50주년특별전> 은 다른 나라에서의 전시와 달리, 50년 동안의 WPP 올해의 보도사진상(World Press Photo of the Year)을 수상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한국의 보도사진을 함께 전시, 세계 현대사와 한국 현대사, 그리고 그 속의 보도사진을 같이 비교해 볼 수 있어 한 시대에 교차했던 수 많은 사건들과 이념들을 한 눈에 가늠할 수 있다.

1955년 세계보도사진재단의 설립과 동시에 시작된 ‘올해의 사진’ 수상 제도는 1년 동안 세계 유수의 인쇄매체에 소개된 보도 사진들 중 하나를 선정하고 있다. 세계보도사진 선정기준에 따르면 올해의 사진은 ‘특종’이거나 ‘놀라도록 창조적이고 미학적인 작품’이어야 한다. 즉, 사진자체로서 뉴스의 가치가 있는 것과 사진기자 개인적 사견의 접근으로 컨텐츠를 기록하는 사진에서 선별된 사진 중 단 하나의 사진이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상된 보도사진들은 지대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불러일으켰으며, 정치적•사회적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였지만, 치열한 보도정신과 작품의 독립성 및 예술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사실 그대로의 사진이 주는 충격과 놀라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연민과 공감… 세계보도사진이 선정하는 ‘올해의 사진’에는 진실의 힘과 감동이 전해진다.

한국 보도사진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에 시작되어 역동의 한국 현대사를 함께 겪었다. 사회•정치적으로는 1960년 4•19 혁명, 1961년 5•16, 1979년10•26 사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1987년 6•29민주화 선언 등의 격변을 겪으며 민주화를 이끌어내었고,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놀라운 고도 성장을 일궈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등 대규모 국제 대회는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세계에 알렸다. 이러한 역사의 순간에는 언제나 보도사진이 함께 했다. 그 자체가 살아있는 현장이고 진실인 보도사진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 아니라 때로는 여론을 환기시켜 역사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떠한 역사의 순간에도 카메라 렌즈는 멈추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거대한 페이지, 거대한 사진, 많은 독자들과 사진가들,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 이 모든 것들로 거대한 영향력으로 전성기를 누린 잡지는 사건에 대한 전달 매체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0년의 세월은 급속도로 많은 사건들을 토해냈다.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디디며 우주시대의 개막을 알렸으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미국 흑인의 시민권을 위한 투쟁을 이끌던 중 암살당하는 등 동시다발적이고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사진기자들은 단순한 목격자로서뿐만이 아니라 사회 운동가로 이념의 필터를 끼운 사진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전쟁으로 그 시대의 분노를 일으키는 잔인한 사진들은 포토저널리즘에 많은 업적 세웠지만, 상당한 영향력의 미국 잡지 ‘라이프(Life)’가 1972년 폐간되고 파리의 ‘파리 마치(Paris Match)’, 함부르크의 ‘스턴(Stern)’, 런던의 ‘선데이 타임즈(Sunday Times)’ 등 유럽의 컬러 잡지들이 첨단을 달리고 있을 때, 포토저널리즘의 본산은 파리로 옮겨졌다. 사진기자들은 파리에 근거를 두고 프리랜서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명성을 획득했다. 이 들이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작품을 책으로 출판하면서, 포토저널리즘은 자신이 태어났던 언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 냉전은 끝나갈 기미를 보이고 있었는데, 1975년 아폴로호(Apollo)와 소유즈호(Soyuz)가 우주 궤도에서 연결된 것이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변화는 나이키, 맥도날드, 코카콜라, MTV, 록음악 같은 미국의 일상용품과 문화에서 퍼져나가 지구촌을 즐겁게 했지만, 세계의 불평등도 커져갔다. 부유한 ‘북반구’와 가난한 ‘남반구’ 간의 새로운 대치가 시작되었고, 사진기자들은 베트남 전쟁의 강렬한 긴박감을 이것으로 대체했다.
한편 구세계 독재자들과 새로운 영웅들이 무수한 이야깃거리로 떠올랐다. 폴란드 그다니스크의 항만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민주화 운동에 세계로부터의 응원을 이끌어냈다. 레바논 전쟁은 최고의 기자들도 설명할 수 없도록 어려운 복잡한 그물망처럼 얽혀 들어갔다. 프랑코(Franco)가 사망하자 스페인은 새로운 민주주의와 자유 언론을 환영했다. 니카라과에서는 산디니스타스(the Sandinistas) 정권이 독재자 소모자(Somoxa)를 축출했고, 중앙 아메리카에서는 민중들이 미국을 등에 업은 군사 정권에 항거했다. 잡지 독자들이 틈새 시장으로 흩어져 포토저널리즘은 순간적으로는 사라진 듯 보였지만,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어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20세기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의 종료, 이츠하크 라빈(Yitzhak Rabin)과 야세르아라파트(Yasser Arafat)가 백악관 잔디에서 나눈 악수로 이른 마무리를 짓는 듯 보였다. 소련 연방이 와해되고, 새롭고 더 나은 후기 냉전 체제가 선언되었다. 중국 학생들이 민주화 시위를 일으켜, 총격 받는 장면이 TV 생방송으로 중계되었으며, 유코슬라비아에 대한 크로아티아의 독립전쟁은 10년 동안 발칸 반도에 불었던 잔인한 분쟁의 신호탄이었다.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공격은 새로운 세대의 기술 무기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전쟁을 보여주었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한 ‘다시는 절대 대량학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슬로건을 공허하게 만든 대규모 인종 분규가 르완다에서 발발했고, 엄청난 기아가 아프리카 사헬을 강타했다.
세계 사건들의 전환은 보도사진기자들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이야기로 채워진 더 많은 페이지의 더 많은 잡지에 무수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언론의 포커스는 불편한 주제에서 유명인사들의 편안한 잡담으로 꾸준히 이동했다. 급속한 기술 발전, 잡지의 예산 삭감과 업계의 합병 및 폐쇄가 시작됨에 따라 사진기자들은 새로운 질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ão Salgado)는 사진기자들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포토저널리즘의 첫 세계적 스타가 되었다.

디지털 시대가 진행되며 디지털 카메라가 소비시장을 잠식하고 인터넷이 필수품이 되자 기술 변화는 몹시 빠른 속도로 계속되었다. 인간의 게놈이 해석되었고, 과학자들은 양을 복제했다. 세계의 빈부 격차는 좀 더 극명해졌고, 국가 간의 경계도 뚜렷해졌으며, 중국은 막대한 경제력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정치 군사력 및 세계 경제 질서의 상징에 유래 없는 공격을 가하였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세계 여론을 분열시켰고, 중동지방은 폭력의 새로운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포토저널리즘이 전달해야 할 것은 많았지만, 환경은 변했다. 영세 기업은 합병된 글로벌 기업에 자리를 내주었고, 사진가들은 공급의 사슬에서 내용 제공자로 내려가게 된다.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고 사진가들이 이에 대해 비난 받았다.
사진에 대한 대중의 취향은 더 세련돼졌고, 사진 출력 시장이 뜨기 시작했다. 사진은 예술계 주변에서 중심으로 움직였다. 미술관은 저널리즘을 받아들이고, 잡지는 작가들을 받아들였다. 카메라 폰과 인터넷 등 쉬운 디지털 생산과 분배 도구가 전문 보도사진기자의 권위에 도전하였으며, 브랜드화된 작가-예술가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과 아시아의 쓰나미에 관한 사진들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찍은 것들이다. 현재는 모든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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