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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도시탐구프로젝트 통해 대전의 콘텐츠 알리며 학생들의 창의적 활동 이끄는 유정미 교수

2023-11-18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은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도시다. 하지만 서울에서만 이러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많은 지역들엔 그만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한,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이야기들을 디자인을 통해 알리면 어떨까. 

 

대전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유정미 교수는 대전의 다양한 모습을 탐구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선보이는 도시탐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대전’이라는 프로젝트의 제목부터 흥미를 끈다. ‘오! 대전’이라는 명칭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대전의 모습을 발견, 많은 사람들에게 그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추측하게 한다. 

 

2023 오!대전 포스터 

 

 

유정미 교수가 ‘오!대전’을 기획하게 된 것은 서울을 중심으로 치우쳐진 디자인 교육 때문이었다. 지역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인재들이 서울로 ‘유출’되는 일을 줄이고자 했다. 

 

원도심의 낡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대전의 학생들이 대전이라는 지역 콘텐츠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그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는 유정미 교수로부터 프로젝트 ‘오! 대전’에 대해 들어본다. 

 

Q.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학생들과 원도심을 탐구하는 ‘오! 대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도심에서 낡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발견하여 잡지로 만들고 전시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오! 대전’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도시를 살피고 지역 콘텐츠를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활동을 펼쳤으면 합니다.

 

Q. 어떻게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


저도 서울 사람이지만 디자인 교육이 지나치게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틀을 깨고 싶었습니다. 지역 콘텐츠로 학생들의 생각을 펼치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 리서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디자인이 현실과 거리가 먼 ‘뜬구름’ 잡는 일이 아니라 ‘발 밑의 문제’도 함께 고민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요. 이를 통해 서울로 집중되는 ‘인재 유출’을 줄일 수 있다면 더 좋고요. 

 

2016 오!대전 포스터

 

 

Q. ‘오!대전’에 대해 소개해달라.


처음부터 ‘오!대전’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시작한 건 아닙니다. 2013년에 제가 맡은 타이포그래피 수업 프로젝트로 원도심 이야기를 채집하기 시작했어요. 그 콘텐츠로 책을 만들었죠. 첫 해에 대전역, 다음에 대전도시철도, 그 다음엔 중앙시장 등 주제를 바꿔가면서요. 이런 학생들 작업을 눈여겨보던 대전의 성심당이 2016년 후원을 제안해왔어요. 이로써 새로운 동력을 얻어 ‘오!대전’이란 브랜드명을 걸고 전시도 기획하며 확장하게 되었죠. 저도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왔고요. 

 

학생들은 교실밖으로 나가 동네 곳곳을 훑으며 스토리를 채집하고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고 자료를 뒤져서 길어 올린 콘텐츠로 책을 내고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2016년에 시작해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루어져 2023년 올해 8회를 맞이했네요. 

 

Q. 올해는 ‘대덕특구 50년’을 주제로 행사를 진행했다. 


처음 시작할 땐 대전대학교와 가까워 ‘우리의 문제’로 다가온 원도심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어요. 해를 거듭하면서 외부의 요청도 있고 해서 범위를 대전 전역으로 넓히게 되었어요. 2021년 6회부터 원도심에서 과학연구단지로 전시장도 옮기고 주제도 확장하게 되었죠. 올해는 대덕특구 50주년이자 엑스포 30주년이라 이 주제로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오!대전’은 지역의 가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발굴해 자료화 하는 프로젝트인만큼 대전의 어떤 주제이든 한정하지 않고 담기로 했습니다. 내용과 형식이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에 1-5회까지는 전시 공간도 원도심의 옛 충남도청이나 오랫동안 비어 있던 건물, 리모델링 중인 공간 등에서 했어요. 6회부터는 대전의 랜드마크인 한빛탑, 엑스포 기념관 등에서 이루어졌고요. 올해는 대덕특구를 주제로 해서 대덕특구내에 있는 대전 과학산업진흥원에서 진행했어요.

 

2016 오!대전 전시 

 

2018 오!대전 전시 

 

 

Q. 행사 기획이나 진행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그해 전시가 끝나면 리뷰를 겸해 다음 해 주제를 선정하게 됩니다. 학과 교수님과 학생 임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요. 주제가 선정되면 컨셉에 맞는 공간을 찾습니다. 프로젝트의 사회적인 성격을 인정받아 공간은 무료로 제공받고 있어요. 주제를 모두 펼칠 수 있을 만큼 넓은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원도심은 한계가 있어서 6회부터는 과학연구단지로 옮기게 되었는데 ‘오!대전’의 취지를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세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단 말씀드립니다. 

 

Q. 참여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선정하나. 학생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참여 작가들은 4학년으로 이루어집니다. ‘오!대전’이 졸업작품 논문이거든요. 학생들 반응은 처음엔 설렘 반 부담 반이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잖아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달라졌어요.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탐구해 지역 브랜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기대라도 했던 듯 매우 적극적이고 기획도 신선해 저희도 놀랬어요. 한편으로 전시장에 대해선 실망한 부분도 있었던 거 같아요. ‘내가 공들여 만든 작품을 이런 곳에서 선보인다고?’ 싶었을 거예요. 하지만 차츰 이런 공간이 ‘오!대전다움’이라고 이해하게 된 거 같아요. 

 

사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지속될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2016년은 성심당 60주년이었거든요. 이런 특별한 시기에 맞춘 이벤트 정도여도 괜찮을 거 같았어요. 근데 막상 전시가 열리니 시민들이 무척 반기고 호응해 주셨어요. ‘우리가 이런 걸 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해냈네. 고맙고 멋지다!’ 하시면서요. 이후 후원이 이어지고 학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그런 면에서 ‘오!대전’은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이젠 우리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의 공공재가 된 거 같아요. 

 

2020 오!대전 전시

 

 

2023 오!대전 전시

 

 

Q. 전시가 8년간 지속돼 왔다. 지금까지 어떠한 성과들이 있었나. 


성과가 많아서 다 말하기 어려울 거 같은데요. 크게 몇 가지만 들자면요. 첫째, 전시로 보여준 개념이 이후 정부 프로젝트로 연결되었습니다. 한의학 특화거리 작품이 제29회 대전디자인 공모전 대상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는데요. 이 작품이 기반이 되어 이듬해 중소벤처기업부 2021 시군구 지역연고산업 육성 과제에 선정되었습니다. 한의약거리의 공동브랜드를 개발하는 작업인데 3년 사업으로 올해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둘째, 학생들이 만든 굿즈가 실제로 상품화되어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이 전국의 10개 권역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육성하는 국내 여행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2021 9권역, 위대한 금강역사여행, 집콕여행꾸러미에 성심당 스콘, 공주 알밤잼, 부여 무드등, 익산 햇살담아 연잎차와 함께 ‘오!대전’에 선보인 학생 작품 ‘근대문화탐방로 스크래치북’이 선정되었습니다. 

 

셋째, 지자체나 기업에서 디자인 과제를 직접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한빛탑 미디어파사드 크리스마스 시즌과 2022 신년 영상을 학생들이 개발했고요. 2022년 성심당 캘린더 작업을 요청받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오!대전’을 통해 선보인 작품으로 파생 상품이 나오고 실제적인 과제로 연결되는 성과를 냈습니다. 

 

또 하나 의미 있는 성과는 ‘오! 대전’ 매거진 6호에 소개한 ‘창조길’을 나중에 다른 작가님이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입니다. 지역의 다섯 출판사들이 함께 기획한 시리즈인데요. 이중에서 대전은 원도심 철공소 이야기로 책을 냈어요.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임다은, 2022, 이유출판)라는 이 책은 2022년 제63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문을 수상했어요. ‘오!대전’과 직접 연관된 일은 아니지만 출발은 오 매거진이니 일종의 파생상품인 거죠.  

 

2017 오!대전 매거진 1호 

 

2021 오!대전 매거진 6호

 

2023 오!대전 매거진 8호

 

 

Q. <오! 대전> 매거진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사실 지역 탐구 프로젝트의 시작이 책 만드는 일이었잖아요. 그게 나중에 중앙시장 문화잡지 발간으로 연결되었어요. 5호 정도 발행하고 있는데 ‘오!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그래서 출간물의 성격에 변화가 필요했어요. 

 

2017년에 ‘한 호에 한 동네’를 표방하며 본격적인 동네 탐구 잡지를 창간하게 되었죠.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동네 한 동네 기록해가는 거죠. 동네 지도를 놓고 주요한 거점 공간을 살피고 동네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동네 이야기를 취재해서 잡지로 엮는 거죠. 기획은 그 동네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상업 공간이 많은 곳은 가게 중심으로 거주 주민이 많은 곳은 동네 이야기를 위주로요. 

 

그렇게 8권을 엮다 보니 대전의 도시 이야기가 축적되어 가는 듯해요. 매거진의 주제는 ‘오!대전’ 전시의 기초 콘텐츠가 됩니다. 잡지에서 모인 콘텐츠가 굿즈로 만들어지고 영상으로 제작되기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오! 대전> 매거진이 전시 컨셉의 출발이 되는 셈입니다.

 

Q. 앞으로 ‘오!대전’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나.


대전의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이면 어떤 형태로든 계속 이어갈 겁니다. 전시로든, 출판이든, 굿즈 개발이든 영상 작업이든 또다른 방식으로 도요. 또 바라기는 ‘오!대전’ 브랜드 샵이 생겼으면 합니다. 원도심에 ‘오!대전’ 브랜드 스토어를 만들어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했으면 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이 도시에 남아서 디자인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제 앞으로 계획도 ‘오!대전’이 더 발전해 대전의 도시 브랜드로 자리잡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제가 운영하는 일인출판사도 ‘어딘가에는 @ 시리즈’로 대전 콘텐츠 발굴을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유정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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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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