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지난 3월 15일, 의미 있는 공연 한 편이 무대에 올랐다. 시조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풍류연인>이다. <풍류연인>은 시조, 사랑과 이별, 절개와 의리, 그리고 자연을 함께 노래한 공연으로 송파구민회관 대강당의 무대를 장식했다.
소단샘문화예술극단이 선보인 <풍류연인> 포스터 이미지
이번 공연은 총 31편의 전통시조(23편)와 현대시조(8편)을 뮤지컬 형태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번 공연이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전통 시조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 시조의 국제화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전통 시조와 가락이 창의적으로 결합된 뮤지컬 형태의 <풍류연인>이 그 맥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공연을 선보인 소단샘문화예술극단 또한 눈길을 끈다. 70대 전후반의 단원들로 이루어진 시니어 극단이기 때문이다. 단원은 모두 7명으로, 최고령자의 나이는 80세에 이른다. 소단샘문화예술극단을 이끌고 있는 김명호 단장은 2019년 극단을 창단, 시니어들이 공연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자기 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김명호 단장
30여 년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근무를 한 그는 퇴직 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상임이사 겸 사무국장으로 근무를 했으며, 문화예술학 박사로 10여 년간 대학에서 문화예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86아시안게임 기록영화, 88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을 담당했으며, 대전엑스포 퍼레이드 감독관, 2002한일월드컵 대구미디어부장 및 전주 운영부장 등으로 활동한 그는 문화예술행정, 이벤트 축제, 공연예술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김명호 단장은 시조시인이기도 하며,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있다.
소단샘문화예술극단은 지금까지 <풍류정인>, <풍류가인>, <위풍당당 노자>, <아 나혜석> 등의 작품을 광화문아트홀, 창덕궁 소극장 등에서 선보였다. 그중 <아 나혜석>은 성악과 창작 무용이 가미된 공연으로 뮤지컬 같은 감동을 주어 많은 관람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소단샘문화예술극단의 이번 공연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K-콘텐츠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이번 공연 <풍류연인>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700년 역사의 시조가 지닌 다양한 변용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소단샘’의 ‘소단(小短)은 작고 짧음을 뜻한다. 작고 보잘 것 없지만 피곤한 나그네에게 생명수가 될 수 있듯이 시니어들의 공연을 통해 시니어들의 가치있는 활동을 만들고, 이 사회에 값진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소단샘문화예술극단의 김명호 단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Q. 어떻게 소단샘문화예술극단을 창단하게 됐나.
퇴직 후 ‘고령화사회에서 제2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중 실버들에게도 즐겁고 행복하고 당당한 그 무엇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65세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해 정부에서도 제도적으로 실버들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고는 하지만 아직 재정적으로나 사회적인 인식 등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스스로 제2의 삶을 개척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실버들도 무언가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전공이 문화예술 쪽이라 실버들이 무대에 도전하는 ‘실버공연단 소단샘문화예술극단을 2019년에 창단하게 됐습니다. ‘소단샘’은 ‘작을 소(小), 짧을단(短), 샘(옹달샘의 샘)’을 의미하는데, ‘작고 얕은 샘이라 보잘 것 없지만 지친 나그네에겐 생명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소외된 실버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작명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매년 1~2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창단 5년동안 8편의 공연을 해왔습니다.
Q. 다른 극단과의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우선 단원들의 연령입니다. 소단샘극단은 실버극단으로 50세 이상만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평균나이 70세로, 최고령이 80세이고 막내가 65세입니다. 남성 2명, 여성 6명으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비전공자로 연극과 관련 없는 실버들이 입단해 연기, 발성 등의 교육을 받습니다. 연기자 및 성우 초청교육을 매년 8주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풍류악극을 지향합니다. 풍류악극은 가무악이 어우러진 ‘한국판 뮤지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사와 연기가 어우러지는 연극에 음악연주(MR이 아닌 현대악기 또는 전통악기), 무용(전통무용 또는 현대무용), 성악(전통 가곡 또는 서양 가곡)이 더해지고 함께 어우러져 혹시 지루할 지도 모르는 연기나 대사에 다양한 볼거리로 조화를 만들어내 공연을 재미있게 연출합니다. 물론 주제에 맞는 구성을 통한 의미 전달 및 부여는 당연한 것이지요.
소단샘문화예술극단은 시니어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Q. 시니어 단원으로 극단을 이끄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실버들이 즐겁고 행복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활동을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연극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연극을 통해 주체적으로 자기실현을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당당한 실버를 지향합니다.
Q. 극단 운영에 있어 애로사항이 있다면.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재정문제를 첫 번째 어려움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연습장 공간을 월세를 얻어 4년간 사용하다 월세인상으로 이후 스튜디오를 시간단위로 임차 사용했습니다. 요즘엔 교회의 배려로 교회에서 1주일에 한 번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극단운영을 지원금 없이 사비로 5년 운영하다 보니 이제 여력이 없어 연습공간 마련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현재 단원들 회비로는 공연비를 마련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전용 연습 공간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단원들이 언제든지 자유로운 시간에 연습할 수 있는 공간마련이 필요하죠. 이 장소 저 장소를 다니는 더부살이형편으로 안정된 연습공간이 무척 아쉽습니다.
세 번째로 정부에서 진행하는 각종 응모사업에 실버들을 위한 공연사업이 없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을 위한 각종사업은 많은데 비해 실버들을 위한 문화예술사업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실버들을 위하는 사업은 생계형 복지 사업에 치중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풍류연인> 공연 모습
<풍류연인> 공연을 마치고
Q. 이번에 선보인 <풍류연인>은 어떤 공연인가.
2019년 <풍류가인>, 2021년 <풍류정인>의 뒤를 이은 <풍류연인>은 시조를 소재로 극화한 시조 콘텐츠 극화 시리즈입니다.
700년 역사를 지닌 시조는 한 편 한 편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현재까지 우리 고유의 정서와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몇 안 되는 콘텐츠로, 차세대 '찐 K-콘텐츠'로서 'K-SOUL'로 부상할 것으로 봅니다. 이번 작품 역시 시조의 대중화와 무형유산 등재,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큰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의도로 작품을 구성했습니다.
시조를 지은 배경과 인물들의 해설, 음악, 무용 그리고 대중가요와 가곡에 나타난 시조를 공동작업으로 하여 가무악이 어우러진 ‘한국판 뮤지컬’이라는 풍류악극으로, 다양한 장르가 시조를 중심으로 녹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Q. ‘시조’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시조는 우리나라 전통 정서가 비교적 순수하게 남아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K-culture는 드라마로 시작해 팝, 영화, 음식, 패션을 이어 이제 K-soul 단계에 와 있습니다. 외부 영향을 덜 받아 우리 정서를 가장 온전히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시조를 콘텐츠로 해 세계에 우리 정서를 알리는 것이죠. 또 시조의 풍부한 콘텐츠가 다양하게 변용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를테면 시조스토리를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으로 많이 활용하는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매년 1~2편 정도의 풍류악극을 무대에 올릴 예정으로, 배우와 스텝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극단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후원회원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소단샘문화예술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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