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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29컷 공간다큐] ‘소리를 보는 박물관’, 오디움(Audeum)

2025-10-28

<‘29컷 공간다큐‘를 시작하며…>


이 시리즈는 디자인정글이 준비한 새로운 프로젝트다. ‘29초 영화제’가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담듯, 우리는 한 공간을 29장의 사진과 글로 보여주려 한다.

 

사진은 공간의 모습과 분위기를 솔직하게 담고, 글은 그 안의 역사와 생각,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어준다. 그래서 이 기록은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공간이 가진 숨은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우리가 찾는 곳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공연장처럼 모두가 함께 누리는 문화공간이다. 이곳들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의 기억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29컷은 꼭 필요한 장면만 모아 한정된 프레임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을 붙잡아 서사로 엮어내는 작은 다큐멘트, 그것이 바로 29컷의 의미이자 우리가 공간을 기록하는 방법이다. (편집자주)

 

[29컷 공간다큐] ‘소리를 보는 박물관’, 오디움(Audeum)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구룡산 자락에 자리한 ‘오디움(Audeum)’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다.

 

그곳은 ‘소리’라는 감각을 눈으로 확인하게 만드는 공간, 즉 소리를 보는 박물관이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전시 투어는 두 명의 도슨트가 이끄는 ‘시간 여행’이었다. 19세기 축음기에서 시작해 진공관 앰프, 하이엔드 스피커로 이어지는 오디오의 진화는 곧 인간이 소리를 다루는 방식의 진화였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이 수십 년간 수집한 빈티지 오디오와 카메라 컬렉션이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 놓여 있다. 그의 취향과 안목이 만들어낸 세계 최대급의 오디오 뮤지엄이 바로 오디움이다.

 

건축은 일본의 거장 쿠마 켄고(Kengo Kuma)가 맡았다. 외벽을 감싸는 2만 개의 알루미늄 파이프는 바람과 빛에 따라 미묘하게 색을 바꾼다. 소리의 파동처럼 흐르는 외관은 도시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음향 장치처럼 보인다. 

 

그래픽 아이덴티티는 하라 켄야(Hara Kenya)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디자이너답게, 소리의 움직임을 미니멀한 타이포그래피로 구현했다.

 

전시는 최신 기술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 구조로 구성된다. 하이엔드 오디오가 들려주는 현대의 음향에서 출발해, 축음기와 진공관이 울리던 시대로 되돌아간다. 

 

이 여정의 끝, 지하 라운지에 이르면 웨스턴 일렉트릭의 사운드가 벽을 울린다. 그 공간은 단순히 ‘듣는 곳’이 아니라, 시간과 기술, 인간의 감성이 한데 모여 공명하는 공간이다.

 

특히 1층의 빈티지 카메라 존은 시각과 청각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약 700여 대의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는데, 각각의 렌즈는 마치 ‘소리를 찍는 눈’처럼 느껴진다. 오디오와 카메라, 두 감각의 기계가 나란히 놓이며 묘한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오디움은 단순히 ‘기기의 박물관’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과 예술, 디자인과 감성이 하나로 엮인 공간 실험이다. 정몽진 회장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수집의 미학이 아니라, 소리를 ‘문화’로 확장하려는 의지였다.

 

그 결과, 오디움은 한국 오디오 문화의 새로운 거점이자,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디자인 건축물이 되었다.

 

필자는 이곳에서 소리를 ‘들은’ 것이 아니라, 소리를 ‘보았다’.

 

 

 

 

 

 

 

 

 

 

 

 

 

 

 

 

 

 

 

 

 

 

 

 

 

 

 

 

 

 

 

글_ 정석원 편집주간
사진_ 정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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