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31
외교는 말보다 장면이 오래 남는다고 한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공개된 한 장의 사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앞에서 ‘트럼프 굿즈’ 진열장을 설명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은 정치적 언어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앞에서 ‘트럼프 굿즈’ 진열장을 설명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은 정치적 언어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다.
트럼프의 굿즈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다. ‘TRUMP’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자 세계관이다. 모자, 티셔츠, 자서전, 향수, 심지어 자신의 얼굴이 인쇄된 머그컵까지-그에게 굿즈는 정치적 상징이자 개인의 제국을 구성하는 오브제다.
그런 트럼프의 상징세계를 읽고, 그에 맞춰 전시를 기획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APEC 현장에서 마련된 ‘트럼프 굿즈 존’은 상대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대화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공간에서 능숙하게 트럼프의 취향과 상징을 언어로 풀어냈다.
많은 외교관이 협상에서 언어의 절묘함을 강조하지만, 진정한 외교는 시각적 연출의 힘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완성된다. 외교의 본질은 ‘상대의 세계를 이해시키는 기술’이며, 그 언어는 바로 ‘디자인’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세계를 ‘TRUMP’라는 로고로 포장했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만남에서 그 브랜드의 질서를 존중하되, 한국적 미학으로 대응했다.
그 상징이 바로 회담장에서 교환된 훈장과 신라 금관이었다. 붉은 리본에 금빛 문양이 돋보이는 대한민국 최고등급의 훈장은 ‘존경’의 상징이었고, 금관은 한국 문명의 찬란함을 보여주는 예술적 언어였다.
두 상징은 정치적 메시지와 미학적 완성도를 동시에 갖춘 ‘디자인 외교’의 대표적 사례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이 금관은 1,500년 전 신라의 왕이 썼던 것으로, 한국의 예술과 권위를 상징합니다”라고 설명하는 장면은 단순한 선물 전달이 아니라 ‘문명의 교감’이었다. 금관은 한국이 가진 역사적 자산을 통해 트럼프의 권력 상징과 공명하는 오브제였다.
그 옆에 놓인 붉은 훈장 리본과 금빛 훈장은 사진의 프레임 안에서 절묘한 색채 구도를 이루었다. 붉은색은 권위를, 금색은 찬란함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외교무대의 ‘색채 언어’였다.
사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만남 이전에도 트럼프에게 한국 장인이 제작한 수제 만년필을 선물한 바 있다. 펜은 기록과 약속의 상징이다. 그 선물은 ‘품격 있는 기능미’로 한국적 정체성을 전한 사례였다.
이번 금관과 훈장은 그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상징과 디자인, 그리고 맥락의 일관성이 외교의 품격을 완성한다.
금관은 한국이 가진 역사적 자산을 통해 트럼프의 권력 상징과 공명하는 오브제였다.
그 옆에 놓인 붉은 훈장 리본과 금빛 훈장은 사진의 프레임 안에서 절묘한 색채 구도를 이루었다. 붉은색은 권위를, 금색은 찬란함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외교무대의 ‘색채 언어’였다.
트럼프는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을 브랜드화하는데 능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에게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존중’과 ‘공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심리를 정확히 읽었다.
상대의 상징을 깎아내리지 않고, 오히려 그 세계로 들어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것은 단순한 외교적 예의가 아니라, 전략적 디자인 감각이다.
이번 장면은 외교가 더 이상 조약의 문장이나 회담의 수사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 외교는 국가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설계하고, 감정의 언어로 소통하는 ‘디자인 행위’다. 협상 테이블 위의 문서보다, 언론에 공개되는 한 장의 이미지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연출은 그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트럼프의 굿즈 앞에서 보여준 유연함, 그리고 훈장과 금관의 배치에서 드러난 시각적 질서감은 모두 계산된 장면이었다. 그 안에는 ‘디자인으로 외교한다’는 신념이 읽혔다.
국가의 위상은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이 아니라, 타국의 감정과 자존심을 읽어내는 섬세한 감각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감각은, 한 장의 사진처럼 오래 기억된다.
정치가 ‘언어‘의 예술이라면, 외교는 ‘디자인‘의 예술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번 APEC에서의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사실을 생생히 증명하고도 남았다.
글_ 정석원 편집주간 (jsw0224@gmail.com)
사진출처_ 페이스북, 구글,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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